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광주 금남로에서

 

어제 수요일 오후, 광주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골목을 걸었다. 예술의 거리라고 이름 지어진 돌바닥 길을 벗어나 오래된 건물들이 남아있는 길을 걸으며 긴 시간 운전했던 다리를 풀고 있었다. 광주 금남로, 이제는 차선 간격이 좁게 느껴지고 사십여 년 지난 집들이 새로 지어진 빌딩들 아래에 나이든 꽃처럼 피어 있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에는 비가 내렸고 스탭들이 다급하게 움직이며 악기와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소리를 확인하고 합주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플라스틱 의자들이 길게 놓여진 것을 보면서 우리가 이제 그 길 한가운데 서있다는 것을 이때엔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연 시간이 다 되어서 무대 뒤에 서있게 되었을 때야 그 대로에서 이제 곧 연주하게 된다는 것이 의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광주일보 건물은 바로 그 전일빌딩이다. 광주일보는 당시엔 전남일보였던 그 신문사이다. 헬기 사격으로 외벽에 수많은 총탄 흔적이 남아있는 그 건물 앞에서, 오늘은 한 시간짜리 공연을 하였다.


첫 곡을 시작하기 직전에 나는 아이폰을 가방에 넣어뒀는데, 연주하면서 그것을 후회했다. 끝이 보이지 않게 그 도로를 메운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즐거워하고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을 사진으로 남겼다면 좋았을 것이었다. 이날에도 공연하는 동안엔 비가 오지 않았다.

공연을 마치고 집을 향해 운전하면서 리더님과 통화할 때에 우리는 서로 조금 전 얼마나 기분 좋은 공연을 했는지 이야기 했다. 아주 뿌듯했다고 말하는 리더님에게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면서, 관객들 덕분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네 시간 동안 속도를 줄이고 고인 빗물에 미끄러져가며 운전했다. 하나도 안 힘들다는 말을 하지 말 걸. 새벽 두 시 반에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내렸을 때엔 너무 힘들고 허리가 아파서 잠깐 물기가 잔뜩 있는 자동차 문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셔츠가 흠뻑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