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수요일

여수, 변산, 부안, 전주


 집 밖에서 자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어쩌다 보니 한달에 몇 번씩 낯선 장소에 숙소를 잡아 외박을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엔 일 때문에 여러 도시에 뉴욕까지, 거기에다 이번엔 엄마 자매들의 여행을 돕느라 다섯 밤을 밖에서 보냈다. 여수에서는 첫날과 이튿날 각각 다른 호텔에 묵었다. 집을 오래 떠나 있을 것이어서 만년필을 여러 개 챙겨서 가지고 갔었다. 긴 하루를 마치고 혼자 숙소에 돌아와 아이패드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쓰는 시간이 좋았다. 너무 운전을 오래 했기 때문에 길게 앉아있지는 못하였다.

노인 세 자매를 모시고 다녔던 해변은 아름다웠다. 날씨가 좋았던 것이 행운이었다. 늦여름 초가을 푸른 하늘을 며칠 동안 볼 수 있었다.
한적한 장소를 찾아 바람을 쐬며 경치를 보면서, 세 자매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엄마와 이모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저녁에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면 그날 찍은 사진들을 전송해드렸다. 하늘과 경치, 사물을 찍은 사진들은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보내지 않았다가, 나중에는 인물 사진 사이에 한두 장 끼워 넣어 보내줬다.

지난 화요일에 동물병원 진료를 다녀온 고양이 짤이가 심하게 아프다는 소식을 여행 이튿날에 들었다. 아내는 급히 진료 예약을 하고 혼자 고양이를 안고 병원에 다녀왔다. 저녁에 통화하여 고양이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하였다는 아내의 목소리가 몹시 고단해보여 배달앱을 열어 치킨과 떡볶이를 주문해줬다. 하필 내가 집을 비웠을 때 급한 일이 생기다니, 혼자 고양이들을 보살피느라 힘들었을 아내에게 미안했다.
아침마다 노인 세 분을 태우고 주변을 다니고 도시를 옮겨 다른 숙소에 가서는 같은 일을 반복했다. 하루에 다섯 시간씩 매일 운전을 하다보니 은연중에 피로가 쌓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 숙소에 돌아와서는 이제 펜을 쥐고 의자에 앉는 일은 됐고, 얼른 드러누워 스트레칭을 한참 하다가 더운물로 샤워를 했다. 그러면 금세 잠들었다가 이른 시간에 깨어났다. 역시 잘 자는 데엔 몸을 고생시키는 것이 제일이구나.

수요일에 전주에 도착하여 엄마와 이모들의 숙소에 짐을 옮겨드린 후 나는 집으로 출발했다. 동생이 비슷한 시각에 교대를 해주러 집에서 출발하여 전주로 오고 있었다.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동생이 전주에 도착했다고 메세지를 보냈다. 그와 나는 고속도로 어디에선가 반대편 차선에서 서로 지나쳐 갔을 것이다.
다음날은 옛 친구들과 부암동에서 점심 약속이 있고, 금요일엔 봉은사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며칠만에 집에 돌아와 아픈 고양이 짤이를 살피고 점잖은 이지를 껴안아줬다. 깜이는 반가와하면서 곁을 떠날줄 모르더니 침대에 뛰어 올라와 내 팔을 베고 한참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