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5일 화요일

제주도

제주도 공연은 새해 첫 주에 예정되어 있었다가 연기되어 이번에 하게 됐다.

이만하면 허리 통증이 다 나은 것과 다름 없지만, 이틀 동안 빠듯한 일정으로 움직이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나는 가능한 몸을 편하게 하고 공연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공항 주차대행 서비스도 이용했고 악기가방엔 베이스 한 개와 여분의 줄 한 세트만 담아서 들고 갔다.

저녁 여섯 시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풀고 곧장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몇 년 동안 공연을 맡아 함께 해준 제주도 스탭들이 함께 있었다. 가능한 허리를 바르게 펴고 앉아 있었지만 두 시간이 지나니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술자리가 아직 끝날 것 같지 않아서, 멤버들에게만 이야기 하고 택시를 불러 혼자 호텔방에 가서 쉬었다.

악기를 꺼내어 보니 비행기에 실려 오는 짧은 사이에 프렛이 또 튀어나와 있었다. 조금이라도 가습을 해주고 싶어서 세면대에 더운물을 가득받아두고 베이스는 그 곁에 놓아뒀다. 조용한 방안에서 벽지를 마주보고 연습하고 있던 시간이 좋았다.

무엇을 쓸 일도 쓰고 있을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엔 저렴한 펜 한 개와 여행용 수첩만 챙겨 갔었다. 그런데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심야에 눈이 편했던 호텔방 조명 아래에서, 일요일 낮에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것 저것 많이 기록하고 쓸 수 있었다. 값싼 만년필은 제 역할을 잘 했고 '글입다' 잉크의 채도 낮은 색상도 사탕수수 종이에 잘 어울렸다.

다음날 밤, 공연을 마치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가 급히 악기를 화물로 부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이미 탑승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위기는 딱 한 번, 비행기를 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타고 내릴 때였다. 아마 두 시간 공연 동안 누적됐던 것이 갑자기 몰려 왔었는지, 통증이 시작됐다. 비행기 시트에 바른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열 한시 반. 무사히 잘 다녀왔다. 이날 먹은 것이라고는 오후 한 시에 국밥 한 그릇이었는데, 집까지 운전하면서 반드시 라면을 먹고 말겠다고 생각했었다. 먹을 땐 좋았지만 라면을 먹고 나서 바로 잠들지 않으려고 한참 버티다가 새벽에 잠이 들었다.

2025년 2월 24일 월요일

짤이와 병원에

동물병원에 다녀올 때 고양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병원으로 갈 땐 케이지 안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야옹거리다가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땐 바깥 구경도 하면서 얌전히 앉아 있다.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에 진료를 받고 오늘 다시 병원에 갔던 짤이가 자동차 뒷자리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주면 내다보며 코를 킁킁거리고.

지난 주 어느날, 고양이에게 먹이고 있는 약들 사이로 도자기로 만든 루시 반 펠트 인형이 고개를 내밀고 있길래 사진을 찍었었다.

 

제주 한라아트홀 공연

제주도의 바람이 무서운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나는 체험했다. 파란 하늘에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이는데 눈이 내리고 센 바람이 외투를 때리며 지나갔다. 다음 번엔 꼭 길고 두꺼운 옷을 입고 오리라 다짐했다.

이펙트 페달은 모두 집에 두고 클립 튜너와 베이스 한 개만 제주도에 가지고 갔다. 스타일이 다양한 스물 서너곡을 연주하기 위해 곡마다 픽업의 조합과 액티브 모드에서의 이퀄라이저를 미리 정하여 연습해 놓았다. 그것들을 잘 기억하여 연주할 수 있었다. 무대 음향이 좋아서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던 덕분이었을 것이다.

한라대학교 안에 있는 공연장은 분위기가 좋았다. 좋은 음향 상태로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리허설을 한 다음 객석 의자에 잠시 앉아 있다가 눈을 맞으며 교정을 산책했다. 추워서 금세 돌아와야 했지만.



2025년 2월 21일 금요일

병원에 다니는 고양이


 주말에 집을 비우고 있는 동안 혼자 고양이를 돌보고 있을 아내에게 도움이 될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고양이 짤이에게 먹일 이틀치 가루약을 캡슐에 담아 알약으로 만들어 놓았다. 제주도에 다녀온 다음날 월요일 오전에 다시 짤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야한다.

열 네 살 고양이 짤이는 지금 심장 비대증으로 폐에 물이 생기고 있었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이뇨제를 계속 투여하고 있다. 그것이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로 신장수치를 확인하며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아주는 중이다. 호흡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몇 시간씩 산소방 안에 들어가게 해주고 있다.

2011년 8월에 몽골에서 공연을 하고 며칠만에 집에 왔더니 아내가 노란 줄 무늬 고양이를 데려다 놓았다. 그 무렵 고양이 이지를 데려온지 두 해째, 나는 아내에게 더 이상 새로운 고양이는 키우지 말자고 말해두고 있었다. 순이, 꼼이, 이지만 돌보며 살자고 했었다. 세 마리 고양이들에게만 신경을 써도 넉넉하지 못 할 수 있고, 사람의 생활이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하게 얘기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없는 사이에 또 고양이를 데리고 온 아내에게 불만이었다. 길에서 지내던 고양이는 한동안 한쪽 구석에서 얌전하게 있었다.
결국 다른 곳에 입양 보내지 못하고 고양이 짤이를 우리가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 후 어느날 아침, 나는 짤이에게 다가가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그 전까지는 정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데면데면 하고 있었다.
그때 고양이가 깜짝 놀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짤이의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이 지나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잠깐 시간이 지난 후 짤이가 내 손에 주둥이를 살짝 문질렀다. 여전히 긴장하고 어색한 자세로, 조금은 의심하고 조금은 안심하면서. 내가 점점 더 세게 쓰다듬고 나중엔 안아주자 고양이는 긴장을 풀고 그루밍을 했다. 그날 이후 비로소 짤이는 편안하게 눕기도 하고 언니 고양이들을 따라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나는 그때의 일때문에 고양이 짤이에게 오래 미안해했다.
그리고 아내는 번갈아 아프고 있는 나이든 고양이들을 몇 년째 온힘을 다해 보살피고 있다.


2025년 2월 15일 토요일

여주에서 공연

15일 토요일에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공연했다. 이번엔 오래 같이 했던 스탭들이 함께 해줘서 무대음향이 완벽했다. 좋은 소리를 좋은 음질로 들으며 연주했더니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크지 않고 아담한 극장도 좋았다. 지난 주 새해 첫 공연은 나빴지만 두번째 공연은 아주 좋았다. 그 차이가 커서 공연이 끝난 후 더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작년 말에 쓰고있던 멀티페달 소리를 지우고 새로 만들어 가져갔다. 그것이 생각했던대로 음악에 잘 어울렸다. 내가 원했던대로 연주할 수 있었다. 인이어모니터는 이제 잘 길들었다. 고르고 선명한 소리가 났다.

다음 주 제주 공연엔 페달은 집에 두고 베이스 한 개만 가져갈 생각이다. 비행기를 탈 때 짐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것이 이유이긴 하지만 나는 가끔씩 이펙트 페달을 쓰지 않고 악기가 가진 소리만으로 연주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 다시 이펙트 페달을 쓸 때에 버릴 건 버리고 새로 배운 것을 응용할 수 있었다.


공연장이 추모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꼭 가보았어야 할 건 아니었는데, 혼자 한번쯤 들러보고 싶었다. 나에게 사회성을 방해하는 정서적 결함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날 오전 카카오톡 캘린더에 리허설 시간이 오후 세 시로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추모공원에 들러 한가로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급한 전화를 받고 공연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지난 주에 "다음 공연 리허설은 한 시간 앞당겨 하자"라고 밴드리더님이 단체 대화창에 말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으면서 캘린더 공지를 읽은 후, 오늘도 세 시에 모이는가보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한 시간이나 일찍 왔군, 하며 아무 걱정도 없이 여유를 부렸던 거다. 알고보니 '톡캘린더'라는 건 당일이 되면 일정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일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전화 한 번만 했었다면 그 시각에 엉뚱한 곳에 가 있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삼십분 늦게 공연장에 도착해버렸고, 사람들 앞에서 혼자 창피해 했다.



 

2025년 2월 11일 화요일

오래된 것들

 

18년 동안 써왔던 스트랩이 이제 다 낡았다. 가죽이 헤져서 스트랩버튼에 고정되지 않고 있었다. 스트랩 록 lock 을 좋아하지 않아 그대로 쓰다보니 연주하다가 스트랩이 풀려 위태로왔던 적도 있었다. 거기에다 스트랩 뒷면은 점점 경화되어 딱딱해졌고 앞쪽은 닳아버렸다. 어깨에 걸쳤을 때 불편하지만 않다면 더 오래 쓸 작정이었는데, 이젠 버리기로 했다. 오래 썼다.


23년째 사용하고 있는 메트로놈은 여전히 잘 작동한다. 모서리가 조금 낡긴 했지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기능은 단순하고 흑백 액정화면으로 되어 있으니 전지를 넣으면 몇 년 동안 쓸 수 있다. 한동안 책상 위에만 두고 있었다가 요즘은 다시 악기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내 취향에 꼭 맞고 마음에 쏙 드는 스트랩을 만나서, 5년째 쓰고 있다. 태국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제품으로, 히피가게에서 살 수 있다. 이번에 한 개 더 샀는데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스트랩을 만드는 장인이 꾸준히 개선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세한 부분에 변화가 있다. 질감, 디테일이 훌륭하고 튼튼하다. 긴 세월을 지나 나의 스트랩은 이것으로 정착했다.


2025년 2월 9일 일요일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년필 '베개'의 닙을 조금 더 비틀어 돌려놓았다.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이 각도로 비틀어져 있는 것이 사각 그립을 쥐고 글씨를 쓸 때에 더 편한데, 나만 그런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그리고 경험이 많고 전문가인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이 점은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나는 EF 사이즈 닙을 처음 써보는데, 아주 부드럽고 잘 그어진다. 잉크는 파커 블루블랙으로 시작했다. 펠리칸, 다이어민 잉크도 한번씩 넣어볼 생각이다.

 

안동에서 공연.

추운 날씨였고 도로엔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있어서 운전하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대신 차가 많지 않았다. 덕분에 길이 막히지 않아 왕복 여섯 시간 운전하여 안동에 다녀올 수 있었다. 문제는 공연장의 음향이었다. 사운드체크를 할 때에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두꺼운 밸런스 케이블에 무거운 컨버터를 연결하여 내밀며 거기에 인이어 이어폰을 꽂으라고 할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니터는 엉망진창이었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 무선 수신기로 바꿔오라고 했더니 순순히 무선수신기를 가져왔는데, 주파수 문제인지 안테나 문제인지 잡음이 심했다. 거기에다 자주 신호가 끊어지기도 했다.

새해 첫 공연은 리허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로 사운드 체크를 하는 데에만 한 시간 반을 썼다. 결국 엉터리인 음향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공연을 삼십분 앞두고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해보자, 라고 생각하며 도시락을 반쯤 먹었다. 첫 곡을 시작할 때, 이 상태로는 두 시간 동안 연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어폰을 한쪽만 사용하여 연주하다가, 세번째 곡부터는 아예 이어폰을 빼어버리고 무대 위 소리에 적응하며 겨우겨우 공연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하루 전에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원래 그 일을 맡았던 팀이 오지 못하고 급히 섭외한 사람들이 왔던 거라고 했다. 근래 십여년간 보기 드물게 무능하고 엉터리인 팀이었다. 나는 하다보면 뭐 이런 날도 있는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삼십년 전 열악했던 클럽 무대에서 연주했던 기억도 나고, 이보다 더 나쁜 상황도 겪은 적 있었으니까, 하고 넘길 수 있었다. 그들은 무능했지만,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이겠거니,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갓 나온 Pasquale Grasso의 새 앨범 Fervency를 들으며 운전했다. 언제나 좋았지만 이번 앨범도 아주 좋다.

 

2025년 2월 8일 토요일

새 만년필

 


지난 해 유월에 주문하고 결제했던 만년필을 오늘 받았다. 이름은 '베개'다. 스틸닙을 우선 받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골드닙이 남아있다. 나는 지난 여름에 이 펜을 주문하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 만년필을 사지 않았다.

순박하고 밋밋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다만 사각인 그립부분을 손가락 세 개로 쥐고 쓰기 시작하면 닙의 각도가 종이에 비스듬하게 닿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바르게 닿도록 하려면 각진 모서리에 손가락을 대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닙파트를 붙들고 힘주어 돌려 보았더니 완벽한 각도를 이루게 됐다. 이제 손가락 안에 만년필 '베개'의 그립부분을 뉘이면 닙이 반듯하게 종이 위에 놓여지게 됐다.

아주 마음에 든다. 골드닙 버젼을 어서 받아보고 싶다. 아마 한참 뒤에나 받아볼 수 있겠지.

https://choiwonsik.blogspot.com/2025/05/18k.html

2025년 2월 3일 월요일

겨울


 전엔 악기가 놓여있는 방엔 난방을 하지 않고 있었다. 강변에 있는 이 아파트는 여름엔 너무 습하고 겨울엔 몹시 건조하다. 악기를 잘 관리하기 위해 겨울 내내 가습기를 켜두고 있는데도 어떤 악기는 프렛이 튀어나오거나 넥이 휘고는 했다. 아무래도 바닥이 따뜻해서 가습기가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보일러를 잠그고 지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젠 나도 추위를 잘 느끼게 되어서 다시 난방을 잘 하고 지내는 중이다. 악기도 중요하지만 나부터 살고 볼 일이다. 그대신 가습기를 좀 세게 켜두고 자주 물을 채워주며 겨울날을 보낸다.

입춘이라더니 오히려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기온이 낮아졌다. 올 겨울엔 모든 악기들이 고르게 좋은 상태를 유지해주고 있다. 한 달을 쉬었고, 이제 주말부터 다시 공연을 시작한다. 나는 감기도 다 나은 것 같고, 허리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좋은 상태로 올해 첫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