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였고 도로엔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있어서 운전하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대신 차가 많지 않았다. 덕분에 길이 막히지 않아 왕복 여섯 시간 운전하여 안동에 다녀올 수 있었다. 문제는 공연장의 음향이었다. 사운드체크를 할 때에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두꺼운 밸런스 케이블에 무거운 컨버터를 연결하여 내밀며 거기에 인이어 이어폰을 꽂으라고 할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니터는 엉망진창이었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 무선 수신기로 바꿔오라고 했더니 순순히 무선수신기를 가져왔는데, 주파수 문제인지 안테나 문제인지 잡음이 심했다. 거기에다 자주 신호가 끊어지기도 했다.
새해 첫 공연은 리허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로 사운드 체크를 하는 데에만 한 시간 반을 썼다. 결국 엉터리인 음향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공연을 삼십분 앞두고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해보자, 라고 생각하며 도시락을 반쯤 먹었다. 첫 곡을 시작할 때, 이 상태로는 두 시간 동안 연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어폰을 한쪽만 사용하여 연주하다가, 세번째 곡부터는 아예 이어폰을 빼어버리고 무대 위 소리에 적응하며 겨우겨우 공연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하루 전에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원래 그 일을 맡았던 팀이 오지 못하고 급히 섭외한 사람들이 왔던 거라고 했다. 근래 십여년간 보기 드물게 무능하고 엉터리인 팀이었다. 나는 하다보면 뭐 이런 날도 있는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삼십년 전 열악했던 클럽 무대에서 연주했던 기억도 나고, 이보다 더 나쁜 상황도 겪은 적 있었으니까, 하고 넘길 수 있었다. 그들은 무능했지만,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이겠거니,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갓 나온 Pasquale Grasso의 새 앨범 Fervency를 들으며 운전했다. 언제나 좋았지만 이번 앨범도 아주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