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5일 토요일

여주에서 공연

15일 토요일에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공연했다. 이번엔 오래 같이 했던 스탭들이 함께 해줘서 무대음향이 완벽했다. 좋은 소리를 좋은 음질로 들으며 연주했더니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크지 않고 아담한 극장도 좋았다. 지난 주 새해 첫 공연은 나빴지만 두번째 공연은 아주 좋았다. 그 차이가 커서 공연이 끝난 후 더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작년 말에 쓰고있던 멀티페달 소리를 지우고 새로 만들어 가져갔다. 그것이 생각했던대로 음악에 잘 어울렸다. 내가 원했던대로 연주할 수 있었다. 인이어모니터는 이제 잘 길들었다. 고르고 선명한 소리가 났다.

다음 주 제주 공연엔 페달은 집에 두고 베이스 한 개만 가져갈 생각이다. 비행기를 탈 때 짐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것이 이유이긴 하지만 나는 가끔씩 이펙트 페달을 쓰지 않고 악기가 가진 소리만으로 연주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 다시 이펙트 페달을 쓸 때에 버릴 건 버리고 새로 배운 것을 응용할 수 있었다.


공연장이 추모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꼭 가보았어야 할 건 아니었는데, 혼자 한번쯤 들러보고 싶었다. 나에게 사회성을 방해하는 정서적 결함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날 오전 카카오톡 캘린더에 리허설 시간이 오후 세 시로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추모공원에 들러 한가로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급한 전화를 받고 공연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지난 주에 "다음 공연 리허설은 한 시간 앞당겨 하자"라고 밴드리더님이 단체 대화창에 말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으면서 캘린더 공지를 읽은 후, 오늘도 세 시에 모이는가보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한 시간이나 일찍 왔군, 하며 아무 걱정도 없이 여유를 부렸던 거다. 알고보니 '톡캘린더'라는 건 당일이 되면 일정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일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전화 한 번만 했었다면 그 시각에 엉뚱한 곳에 가 있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삼십분 늦게 공연장에 도착해버렸고, 사람들 앞에서 혼자 창피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