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토요일에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공연했다. 이번엔 오래 같이 했던 스탭들이 함께 해줘서 무대음향이 완벽했다. 좋은 소리를 좋은 음질로 들으며 연주했더니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크지 않고 아담한 극장도 좋았다. 지난 주 새해 첫 공연은 나빴지만 두번째 공연은 아주 좋았다. 그 차이가 커서 공연이 끝난 후 더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작년 말에 쓰고있던 멀티페달 소리를 지우고 새로 만들어 가져갔다. 그것이 생각했던대로 음악에 잘 어울렸다. 내가 원했던대로 연주할 수 있었다. 인이어모니터는 이제 잘 길들었다. 고르고 선명한 소리가 났다.
다음 주 제주 공연엔 페달은 집에 두고 베이스 한 개만 가져갈 생각이다. 비행기를 탈 때 짐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것이 이유이긴 하지만 나는 가끔씩 이펙트 페달을 쓰지 않고 악기가 가진 소리만으로 연주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 다시 이펙트 페달을 쓸 때에 버릴 건 버리고 새로 배운 것을 응용할 수 있었다.
공연장이 추모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꼭 가보았어야 할 건 아니었는데, 혼자 한번쯤 들러보고 싶었다. 나에게 사회성을 방해하는 정서적 결함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날 오전 카카오톡 캘린더에 리허설 시간이 오후 세 시로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추모공원에 들러 한가로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급한 전화를 받고 공연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지난 주에 "다음 공연 리허설은 한 시간 앞당겨 하자"라고 밴드리더님이 단체 대화창에 말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으면서 캘린더 공지를 읽은 후, 오늘도 세 시에 모이는가보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한 시간이나 일찍 왔군, 하며 아무 걱정도 없이 여유를 부렸던 거다. 알고보니 '톡캘린더'라는 건 당일이 되면 일정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일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전화 한 번만 했었다면 그 시각에 엉뚱한 곳에 가 있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삼십분 늦게 공연장에 도착해버렸고, 사람들 앞에서 혼자 창피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