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1일 금요일

병원에 다니는 고양이


 주말에 집을 비우고 있는 동안 혼자 고양이를 돌보고 있을 아내에게 도움이 될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고양이 짤이에게 먹일 이틀치 가루약을 캡슐에 담아 알약으로 만들어 놓았다. 제주도에 다녀온 다음날 월요일 오전에 다시 짤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야한다.

열 네 살 고양이 짤이는 지금 심장 비대증으로 폐에 물이 생기고 있었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이뇨제를 계속 투여하고 있다. 그것이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로 신장수치를 확인하며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아주는 중이다. 호흡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몇 시간씩 산소방 안에 들어가게 해주고 있다.

2011년 8월에 몽골에서 공연을 하고 며칠만에 집에 왔더니 아내가 노란 줄 무늬 고양이를 데려다 놓았다. 그 무렵 고양이 이지를 데려온지 두 해째, 나는 아내에게 더 이상 새로운 고양이는 키우지 말자고 말해두고 있었다. 순이, 꼼이, 이지만 돌보며 살자고 했었다. 세 마리 고양이들에게만 신경을 써도 넉넉하지 못 할 수 있고, 사람의 생활이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하게 얘기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없는 사이에 또 고양이를 데리고 온 아내에게 불만이었다. 길에서 지내던 고양이는 한동안 한쪽 구석에서 얌전하게 있었다.
결국 다른 곳에 입양 보내지 못하고 고양이 짤이를 우리가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 후 어느날 아침, 나는 짤이에게 다가가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그 전까지는 정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데면데면 하고 있었다.
그때 고양이가 깜짝 놀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짤이의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이 지나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잠깐 시간이 지난 후 짤이가 내 손에 주둥이를 살짝 문질렀다. 여전히 긴장하고 어색한 자세로, 조금은 의심하고 조금은 안심하면서. 내가 점점 더 세게 쓰다듬고 나중엔 안아주자 고양이는 긴장을 풀고 그루밍을 했다. 그날 이후 비로소 짤이는 편안하게 눕기도 하고 언니 고양이들을 따라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나는 그때의 일때문에 고양이 짤이에게 오래 미안해했다.
그리고 아내는 번갈아 아프고 있는 나이든 고양이들을 몇 년째 온힘을 다해 보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