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0일 화요일

좋은 음악

조슈아 레드맨과 그의 친구들이 새로 낸 앨범이 좋아서 여러번 들었다. 지난 십년 동안 새로 등장하여 활동하는 재즈맨들의 재즈와 격이 다른 앨범이다. 그나마 진지한 재즈를 하고있는 거의 끝 세대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재즈의 과거를 만들어왔던 연주자들과 비교하면 근래에 등장한 세대들의 연주는 어쩐지 오래 듣고있지 않게 된다. 다양한 스타일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다보니 더 깊은 사색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런 중에 오십대에 접어든 연주자 네 명이 녹음한 앨범 LongGone이 반갑다. 러닝타임이 47분인데 앨범의 제목에 EP라는 표시가 있었다. 스트리밍 시대엔 오십여분 되는 분량도 EP인건가.

이번 쿼텟의 멤버들인 브라이언 블레이드, 크리스챈 맥브라이드, 브래드 멜다우 모두 조슈아 레드맨이 데뷔할 때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다. 90년대에 그들이 등장했을 때에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젊은 그들에게 환호했었다. 삼십여년 동안 그들은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중요한 연주자가 되었다. 그들이 함께 연주한 앨범이 좋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나서, 똑같은 쿼텟 편성으로 1987년에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녹음한 앨범 Random Abstract를 찾아 들어보았다. 나는 그 앨범을 과거에 CD로도 구경해보지 못했다가 애플뮤직에서 발견하여 얼른 보관함에 담아두었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케니 커클랜드가 참여했던 음반이었다. 삼십년 전 마살리스 형제들이야말로 재즈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젊은 재즈맨들이었다. 앞의 것과 비교하자면 그 어린 나이에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발표했던 35년 전 앨범이 지금 막 나온 현재의 거물 재즈맨들의 것보다 (적어도 나에게는) 훨씬 뛰어나게 들렸다. 브랜포드 마살리스 쿼텟을 듣고 난 뒤엔 이 앨범이 재즈이고 조슈아 레드맨 쿼텟의 앨범은 재즈로부터 태어난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연주자의 재능과 기술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시대가 만드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음악이 연주되어지고 녹음되어졌던 시간이 만들어낸 간격이고, 고작 몇 십년이라는 차이는 나중엔 아무 차이도 아니게 될 것이다. 나중이 되면 그냥 좋은 음악과 아닌 음악의 차이만 남겠지.



2022년 9월 17일 토요일

부산에서 공연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다. 장소는 1988년에 개관했던 대극장이었다. 크루들이 잘 준비해준 무대는 쾌적했고 소리도 좋았다. 리허설을 할 때에 잔향이 많은 것 같아서 앰프의 낮은 쪽을 평소보다 더 줄여놓은 대신 볼륨을 조금 더 크게 해놓았다.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쾌적하게 연주하고 싶은 생각으로 하루 전날 도착하여 숙박을 했던 것인데, 낮 시간에 아내와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여유있게 공연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게다가 며칠 장거리 운전을 계속했더니 어깨에 경련이 생겼고 담이 결렸다. 아니나 다를까 연주하는 내내 조금만 자세를 바꾸면 온몸에 통증이 심해져서 아주 애를 먹었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다시 집을 향해 달려오느라 중간에 과속단속 카메라에 사진도 찍혀버리고 말았다. 하루 전에 공연장 근처에서 숙박까지 했던 보람이 없어져버렸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들을 살피고, 손흥민 선수가 해트트릭을 하는 경기의 후반전을 실시간으로 보고 난 뒤에 그만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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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6일 금요일

부산으로.

 



공연은 다음 날인 토요일. 하루 전에 부산으로 가서 하루를 자기로 했다. 단독공연에 가지고 다니는 악기와 짐이 많아져서 모두 자동차에 싣고 아내와 함께 출발했다.

우리가 고양이들을 집에 남겨둔채 하루 이상 집을 비웠던 것은 3년 전에 딱 한 번이 전부였다. 사료와 물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집에서 나왔지만 나이든 고양이들이 빈 집에서 잘 있을지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들여놓고 근처에 있는 아내의 친구집으로 향했다. 아내는 그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호텔에서 푹 쉰 다음 공연장으로 가려는 계획이었다. 장거리 운전을 했더니 다시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내와 함께 걷기로 했다. 친구의 집은 그곳에서 1킬로미터 거리에 있었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피로가 풀리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 혼자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굳이 하루 전에 먼길을 왔으니 다음날 공연을 좋은 몸 상태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피로를 풀며 가지고 간 공책과 펜으로 글쓰기를 하다가 깊은 밤이 되었다. 허기를 느껴서 잠을 못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와서 먹은 것이 그만 배탈이 나버렸다. 새벽에 잠을 설치고 창 밖을 보면서 집에 두고온 고양이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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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4일 일요일

시골에서 만난 고양이

 


시골집에 아내와 함께 가서 몇 시간 밭일을 하고, 노인 두 분과 함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주차를 할 때 나이 지긋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입구에 앉아 있었다. 차에서 내렸더니 건물 가까이에 어린 고양이들이 몇 마리 모여 놀고 있었다. 모시고 간 부모 두 분은 이미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 중에 나와 아내는 자동차 대쉬보드에 넣어뒀던 고양이 간식을 뜯어 나눠주고 있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식당주인이 그것을 보더니 저쪽에 몇 마리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물 뒷편에 더 많은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가 조심성 없이 다가갔던 나 때문에 후다닥 흩어졌다. 식당주인의 말에 따르면 나이 많은 고양이를 시작으로 하나 둘 모이던 고양이들이 이제는 아예 자기들의 마을처럼 여기며 식당 주변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퉁명스러운 식당 아저씨의 말투와 건물 주변에 가지런히 놓여진 고양이 사료 그릇, 물 그릇들이 대조를 이루어 어울리고 있었다.

어린이 고양이 두 마리가 가까이 다가간 나를 보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았던 한 녀석과 상자 뒤에서 눈만 내밀고 있던 다른 한 놈이 가장 친해 보였다.

날은 습하고 무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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