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6일 금요일

부산으로.

 



공연은 다음 날인 토요일. 하루 전에 부산으로 가서 하루를 자기로 했다. 단독공연에 가지고 다니는 악기와 짐이 많아져서 모두 자동차에 싣고 아내와 함께 출발했다.

우리가 고양이들을 집에 남겨둔채 하루 이상 집을 비웠던 것은 3년 전에 딱 한 번이 전부였다. 사료와 물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집에서 나왔지만 나이든 고양이들이 빈 집에서 잘 있을지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들여놓고 근처에 있는 아내의 친구집으로 향했다. 아내는 그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호텔에서 푹 쉰 다음 공연장으로 가려는 계획이었다. 장거리 운전을 했더니 다시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내와 함께 걷기로 했다. 친구의 집은 그곳에서 1킬로미터 거리에 있었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피로가 풀리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 혼자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굳이 하루 전에 먼길을 왔으니 다음날 공연을 좋은 몸 상태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피로를 풀며 가지고 간 공책과 펜으로 글쓰기를 하다가 깊은 밤이 되었다. 허기를 느껴서 잠을 못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와서 먹은 것이 그만 배탈이 나버렸다. 새벽에 잠을 설치고 창 밖을 보면서 집에 두고온 고양이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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