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양이들을 집에 남겨둔채 하루 이상 집을 비웠던 것은 3년 전에 딱 한 번이 전부였다. 사료와 물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집에서 나왔지만 나이든 고양이들이 빈 집에서 잘 있을지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들여놓고 근처에 있는 아내의 친구집으로 향했다. 아내는 그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호텔에서 푹 쉰 다음 공연장으로 가려는 계획이었다. 장거리 운전을 했더니 다시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내와 함께 걷기로 했다. 친구의 집은 그곳에서 1킬로미터 거리에 있었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피로가 풀리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 혼자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굳이 하루 전에 먼길을 왔으니 다음날 공연을 좋은 몸 상태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피로를 풀며 가지고 간 공책과 펜으로 글쓰기를 하다가 깊은 밤이 되었다. 허기를 느껴서 잠을 못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와서 먹은 것이 그만 배탈이 나버렸다. 새벽에 잠을 설치고 창 밖을 보면서 집에 두고온 고양이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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