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9일 목요일

컴퓨터를 바꿨다.


어제 아침에 컴퓨터의 스위치를 눌렀더니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팅 도중에 멈춰버렸다.
그 후 몇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한 뒤 아예 켜지지 않게 되었다.
완전히 멈추기 전에 유닉스 명령어로 확인한 것은 디스크를 포함한 여러가지 에러였다.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줄지어 나오더니 그나마 reboot 명령도 듣지 않았었다. 역시 지난 번 고장을 일으켰던 것은 기계가 마지막 안간힘을 써보았던 것이었나 보다.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해야했다. 만 하루 동안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보다가 역시 새 맥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부해야할 것들을 찾아서 여러 번 읽고, 매장에 가서 새 아이맥과 필요한 어댑터들을 구입해왔다.

타임머신으로 새 맥에 자료를 옮기고, 등록된 프로그램들 마다 새 컴퓨터를 인증해주는데에 네 시간이 걸렸다. 목과 허리가 뻐근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고양이 이지는 곁에서 책을 베고 잠들어있었다. 숨소리가 고르고 편안하게 들렸다.

커피를 한 잔 더 만들고 싶었는데 고양이들이 잠에서 깰까봐 나는 그냥 물을 마시고 창문 앞에 잠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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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8일 수요일

좋은 사람들.







좋은 사람 두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아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계속 마음이 좋지 않다.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 와서 닿는다.
올 여름도 나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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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7일 화요일

열 살 차이.


고양이 둘은 열 살 차이가 나는데, 단짝 친구처럼 자주 함께 논다.
어린이는 응석을 부리고 어른 고양이는 예민하다.
둘이 함께 더운 햇빛을 받으며 쉬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 손을 뻗어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줬다.
뜨거워진 타일 바닥이 고양이들이 내는 그르릉 소리로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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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일 목요일

페달들.


몇 년 사이에 어떤 것은 없애고 어떤 것은 새로 구입하고 어떤 것은 팔아버렸다가 다시 샀던 것들도 있었다.
들고 다니기 위해 정해진 보드 위에 배열을 하려고 바닥에 앉아 애를 썼다.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페달보드를 더 넓히긴 싫고, 그렇다고 두 개를 만들 수는 없었다. 뭐 그렇게 대단한 걸 한다고 무거운 것을 몇 개씩 들고 다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페달들을 가지고 신경을 쓰다보면 역시 그냥 가벼운 멀티이펙터 한 개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할 때가 아직도 있다.

다가오는 공연을 예상하며 보드 위에 아홉 개의 페달들을 붙였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것을 다시 떼어내어 두 세 개만 가방에 챙겨 넣었다. 며칠 후 공연 합주를 할 때에 써보고 당분간은 그때마다 필요한 것만 지니고 다니며 쓰는 것이 낫겠다. 또 원래대로 돌아와버렸다. 연말 공연 즈음에 한 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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