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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9일 목요일

컴퓨터를 바꿨다.


어제 아침에 컴퓨터의 스위치를 눌렀더니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팅 도중에 멈춰버렸다.
그 후 몇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한 뒤 아예 켜지지 않게 되었다.
완전히 멈추기 전에 유닉스 명령어로 확인한 것은 디스크를 포함한 여러가지 에러였다.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줄지어 나오더니 그나마 reboot 명령도 듣지 않았었다. 역시 지난 번 고장을 일으켰던 것은 기계가 마지막 안간힘을 써보았던 것이었나 보다.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해야했다. 만 하루 동안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보다가 역시 새 맥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부해야할 것들을 찾아서 여러 번 읽고, 매장에 가서 새 아이맥과 필요한 어댑터들을 구입해왔다.

타임머신으로 새 맥에 자료를 옮기고, 등록된 프로그램들 마다 새 컴퓨터를 인증해주는데에 네 시간이 걸렸다. 목과 허리가 뻐근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고양이 이지는 곁에서 책을 베고 잠들어있었다. 숨소리가 고르고 편안하게 들렸다.

커피를 한 잔 더 만들고 싶었는데 고양이들이 잠에서 깰까봐 나는 그냥 물을 마시고 창문 앞에 잠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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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7일 목요일

오만과 습관.


몇 주 전에 나는 페이스북에 잘난 체를 했다.
윈도우즈 컴퓨터를 쓰다가 맥을 구입한 많은 분들이 맥 오에스 컴퓨터의 속도가 느렸져다던가 하는 이유로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오에스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는 글들을 여러 번 읽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뭐라고 글을 올렸느냐면, '맥 오에스는 밀고 다시 깐다거나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라고 했었다.

지난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깜박 잠들었다가 심야에 깨었다.
할 일이 많았다. 세수를 하고, 커피물을 불 위에 올려놓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이후 스무 시간 동안, 내 아이맥은 두 번 다시 로그인 윈도우를 보여주지 않았다.
7년 전에 구입했었으니 쓸만큼 쓴 것인가, 결국 새 컴퓨터를 사야하는 것인가, 생각이 복잡해졌다. 밤을 꼬박 새워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컴퓨터를 살려보려고 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소용이 없었다.

간신히 내장 하드디스크에 있었던 폴더들을 임시로 백업하고, 한쪽에서는 맥북으로 부팅 가능한 외장하드 디스크를 만들어 오에스 하이시에라 설치파일을 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아이맥을 포맷하고 맥 오에스를 깨끗하게 설치했다.

컴퓨터는 다시 살아났다. 나는 한 번도 맥 오에스의 타임머신 기능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습관처럼 하고 있던 나의 평소 백업 방법을 너무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랜 동안 거의 매일 직접 파일과 폴더를 정리하고 백업해두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며 지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에는 바빴어서 제 때에 백업해두지 못했었다.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보지도 못하고 자고 일어나 아침에 나가야 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되살아난 컴퓨터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다시 설치하는 동안 타임머신 용으로 사용할 외장하드를 마련하고, 이제서야 그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킨토시만 사용해온지 20년이 넘었다고 말하며, 그동안 내가 너무 교만스럽게 시건방을 떨었던 것이었다.
혼자 창피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컴퓨터와 내 자료들을 모두 잃어버릴까봐 만 하루 동안 전전긍긍했다. 겸손하지 않으면 언제나 댓가를 치르는 것이 내 인생인가보다, 했다.

가장 최근의 것을 제외한 나의 파일들은 모두 완벽하게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다만 여러 개의 미디어에 분별없이 습관적으로 백업을 해두었던 바람에 중복된 압축파일과 폴더들과 이미지 파일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었다. 그것을 모두 정리하여 내가 사용하던 모습으로 컴퓨터를 다시 정리하는데에 닷새가 걸렸다.

이제 아이맥과 맥북 모두 타임머신 기능을 켜놓았다. 이 기능만 작동되었더라도 최소한 시간 낭비는 덜 했을 것이다. 아주 많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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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일은 나중에 알고보니 결국 사용하던 아이맥이 그 수명을 다해버렸던 것이었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18/08/컴퓨터를 바꿨다


2018년 1월 23일 화요일

맥 오에스 업데이트


맥 오에스 업데이트를 하고 로직 프로 10.14를 업그레이드 했다.
낮에 자버린 바람에 다시 밤을 새우고 아침.

지금 아이맥은 6년이나 되었는데도 전혀 늙지 않고 멀쩡하다. 업데이트만으로 계속 새 느낌으로 쓰고 있다.

나와 오래 함께 하고 있는 악기들은 나이 들었지만 건강하다. 아마 컴퓨터 보다 오래 건강할 것 같다. 다만 꾸준히 신경을 써줘야 한다.

사람의 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뇌 정도는 컴퓨터 처럼 업데이트를 통해 유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언젠가 되어질 수도 있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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