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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일 목요일

맥 오에스 업그레이드.

 



맥 오에스를 버젼 11로 업그레이드 했다.

맥 오에스 텐이 나왔던 것이 19년 전의 일이니까, 거의 이십여 년만에 새로운 버젼이 나온 것이다.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로운 오에스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내가 사용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제대로 호환이 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나는  https://www.pro-tools-expert.com/ 에서 정보를 얻었다. 그 페이지는 지금도 매일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기기는 이제 구형인데, firewire 를 애플에서 나온 커넥터로 연결하여 쓰고 있다. 다행히 제대로 잘 작동한다고 나와 있었다. 이제 이것을 마지막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기술인 1394 - firewire 기기들을 엔지니어들이 더 이상 개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내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온전히 작동할 것인지 관련 정보를 찾아 봤다. 애플에서 나온 프로그램 외에 내가 따로 구입했던 것들 모두 이미 새 맥 오에스에 호환되도록 업데이트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이제 백업이 남았다. 타임머신 기능을 쓰고 있으니까 우선 안심할 수 있었고, 맥 오에스 업그레이드는 설치가 끝나도 사용자가 이전에 사용하고 있던 모든 앱들과 설정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유실되거나 없어지는 파일이 생길까봐 필요한 폴더들은 아이클라우드로 백업하고, 작은 파일이 가득 담긴 것들은 외장하드에 넣어 뒀다.

우선 가지고 있는 맥북프로가 업그레이드에 해당하는 기종인지 확인하고, 시험삼아 먼저 맥북에 업그레이드를 설치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설치가 끝난 후 재시동 되는 맥북을 지켜보았다. 깔끔하게 업그레이드 된 것을 확인하고, 이제 책상 위의 아이맥에 설치를 시작했다. 다음 날 해야 하는 수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아이맥에 오에스가 설치되는 동안 작업하던 것을 그대로 맥북 프로에 가져와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새 오에스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직전의 마지막 오에스 텐 버젼이 워낙 답답한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쾌적하게 느껴졌다. 세세한 디자인과 기능들도 괜찮았지만 가장 반가왔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매킨토시 시동음이 되살아난 것이다. 2년 전에 그 시동음이 사라졌을 때에 적어뒀던 글이 있었다. 그 사운드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며 시동음 파일도 함께 올려두었었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18/08/blog-post_66.html

오에스 설치가 끝나고 컴퓨터가 재시동 되면서 그 시동음을 들었을 때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새 시동음은 피치가 조금 더 낮아진 것 같은데, 그런대로 묵직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터미널을 사용하여 굳이 시동음이 나오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소리를 듣고 싶어했던 나에게는 필요 없는 팁이었다.

백업을 하고, 수업 준비물을 만들고, 오에스 설치를 지켜보고 있느라 그만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 다시 몸에 통증이 느껴져서 얇은 이불을 깔아 둔 바닥에 길게 누웠다. 이제 밤 새워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생활도 하지 않아야 좋다고 생각을 했으면서도, 조금 몸이 나았다고 금세 잊고 원래의 패턴대로 하루를 보내버렸다. 지금 고작 컴퓨터 사운드를 듣고 좋아할 때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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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9일 목요일

컴퓨터를 바꿨다.


어제 아침에 컴퓨터의 스위치를 눌렀더니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팅 도중에 멈춰버렸다.
그 후 몇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한 뒤 아예 켜지지 않게 되었다.
완전히 멈추기 전에 유닉스 명령어로 확인한 것은 디스크를 포함한 여러가지 에러였다.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줄지어 나오더니 그나마 reboot 명령도 듣지 않았었다. 역시 지난 번 고장을 일으켰던 것은 기계가 마지막 안간힘을 써보았던 것이었나 보다.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해야했다. 만 하루 동안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보다가 역시 새 맥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부해야할 것들을 찾아서 여러 번 읽고, 매장에 가서 새 아이맥과 필요한 어댑터들을 구입해왔다.

타임머신으로 새 맥에 자료를 옮기고, 등록된 프로그램들 마다 새 컴퓨터를 인증해주는데에 네 시간이 걸렸다. 목과 허리가 뻐근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고양이 이지는 곁에서 책을 베고 잠들어있었다. 숨소리가 고르고 편안하게 들렸다.

커피를 한 잔 더 만들고 싶었는데 고양이들이 잠에서 깰까봐 나는 그냥 물을 마시고 창문 앞에 잠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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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7일 목요일

오만과 습관.


몇 주 전에 나는 페이스북에 잘난 체를 했다.
윈도우즈 컴퓨터를 쓰다가 맥을 구입한 많은 분들이 맥 오에스 컴퓨터의 속도가 느렸져다던가 하는 이유로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오에스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는 글들을 여러 번 읽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뭐라고 글을 올렸느냐면, '맥 오에스는 밀고 다시 깐다거나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라고 했었다.

지난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깜박 잠들었다가 심야에 깨었다.
할 일이 많았다. 세수를 하고, 커피물을 불 위에 올려놓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이후 스무 시간 동안, 내 아이맥은 두 번 다시 로그인 윈도우를 보여주지 않았다.
7년 전에 구입했었으니 쓸만큼 쓴 것인가, 결국 새 컴퓨터를 사야하는 것인가, 생각이 복잡해졌다. 밤을 꼬박 새워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컴퓨터를 살려보려고 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소용이 없었다.

간신히 내장 하드디스크에 있었던 폴더들을 임시로 백업하고, 한쪽에서는 맥북으로 부팅 가능한 외장하드 디스크를 만들어 오에스 하이시에라 설치파일을 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아이맥을 포맷하고 맥 오에스를 깨끗하게 설치했다.

컴퓨터는 다시 살아났다. 나는 한 번도 맥 오에스의 타임머신 기능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습관처럼 하고 있던 나의 평소 백업 방법을 너무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랜 동안 거의 매일 직접 파일과 폴더를 정리하고 백업해두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며 지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에는 바빴어서 제 때에 백업해두지 못했었다.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보지도 못하고 자고 일어나 아침에 나가야 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되살아난 컴퓨터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다시 설치하는 동안 타임머신 용으로 사용할 외장하드를 마련하고, 이제서야 그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킨토시만 사용해온지 20년이 넘었다고 말하며, 그동안 내가 너무 교만스럽게 시건방을 떨었던 것이었다.
혼자 창피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컴퓨터와 내 자료들을 모두 잃어버릴까봐 만 하루 동안 전전긍긍했다. 겸손하지 않으면 언제나 댓가를 치르는 것이 내 인생인가보다, 했다.

가장 최근의 것을 제외한 나의 파일들은 모두 완벽하게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다만 여러 개의 미디어에 분별없이 습관적으로 백업을 해두었던 바람에 중복된 압축파일과 폴더들과 이미지 파일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었다. 그것을 모두 정리하여 내가 사용하던 모습으로 컴퓨터를 다시 정리하는데에 닷새가 걸렸다.

이제 아이맥과 맥북 모두 타임머신 기능을 켜놓았다. 이 기능만 작동되었더라도 최소한 시간 낭비는 덜 했을 것이다. 아주 많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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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일은 나중에 알고보니 결국 사용하던 아이맥이 그 수명을 다해버렸던 것이었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18/08/컴퓨터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