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9일 일요일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년필 '베개'의 닙을 조금 더 비틀어 돌려놓았다.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이 각도로 비틀어져 있는 것이 사각 그립을 쥐고 글씨를 쓸 때에 더 편한데, 나만 그런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그리고 경험이 많고 전문가인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이 점은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나는 EF 사이즈 닙을 처음 써보는데, 아주 부드럽고 잘 그어진다. 잉크는 파커 블루블랙으로 시작했다. 펠리칸, 다이어민 잉크도 한번씩 넣어볼 생각이다.

 

안동에서 공연.

추운 날씨였고 도로엔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있어서 운전하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대신 차가 많지 않았다. 덕분에 길이 막히지 않아 왕복 여섯 시간 운전하여 안동에 다녀올 수 있었다. 문제는 공연장의 음향이었다. 사운드체크를 할 때에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두꺼운 밸런스 케이블에 무거운 컨버터를 연결하여 내밀며 거기에 인이어 이어폰을 꽂으라고 할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니터는 엉망진창이었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 무선 수신기로 바꿔오라고 했더니 순순히 무선수신기를 가져왔는데, 주파수 문제인지 안테나 문제인지 잡음이 심했다. 거기에다 자주 신호가 끊어지기도 했다.

새해 첫 공연은 리허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로 사운드 체크를 하는 데에만 한 시간 반을 썼다. 결국 엉터리인 음향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공연을 삼십분 앞두고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해보자, 라고 생각하며 도시락을 반쯤 먹었다. 첫 곡을 시작할 때, 이 상태로는 두 시간 동안 연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어폰을 한쪽만 사용하여 연주하다가, 세번째 곡부터는 아예 이어폰을 빼어버리고 무대 위 소리에 적응하며 겨우겨우 공연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하루 전에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원래 그 일을 맡았던 팀이 오지 못하고 급히 섭외한 사람들이 왔던 거라고 했다. 근래 십여년간 보기 드물게 무능하고 엉터리인 팀이었다. 나는 하다보면 뭐 이런 날도 있는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삼십년 전 열악했던 클럽 무대에서 연주했던 기억도 나고, 이보다 더 나쁜 상황도 겪은 적 있었으니까, 하고 넘길 수 있었다. 그들은 무능했지만,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이겠거니,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갓 나온 Pasquale Grasso의 새 앨범 Fervency를 들으며 운전했다. 언제나 좋았지만 이번 앨범도 아주 좋다.

 

2025년 2월 8일 토요일

새 만년필

 


지난 해 유월에 주문하고 결제했던 만년필을 오늘 받았다. 이름은 '베개'다. 스틸닙을 우선 받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골드닙이 남아있다. 나는 지난 여름에 이 펜을 주문하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 만년필을 사지 않았다.

순박하고 밋밋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다만 사각인 그립부분을 손가락 세 개로 쥐고 쓰기 시작하면 닙의 각도가 종이에 비스듬하게 닿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바르게 닿도록 하려면 각진 모서리에 손가락을 대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닙파트를 붙들고 힘주어 돌려 보았더니 완벽한 각도를 이루게 됐다. 이제 손가락 안에 만년필 '베개'의 그립부분을 뉘이면 닙이 반듯하게 종이 위에 놓여지게 됐다.

아주 마음에 든다. 골드닙 버젼을 어서 받아보고 싶다. 아마 한참 뒤에나 받아볼 수 있겠지.

https://choiwonsik.blogspot.com/2025/05/18k.html

2025년 2월 3일 월요일

겨울


 전엔 악기가 놓여있는 방엔 난방을 하지 않고 있었다. 강변에 있는 이 아파트는 여름엔 너무 습하고 겨울엔 몹시 건조하다. 악기를 잘 관리하기 위해 겨울 내내 가습기를 켜두고 있는데도 어떤 악기는 프렛이 튀어나오거나 넥이 휘고는 했다. 아무래도 바닥이 따뜻해서 가습기가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보일러를 잠그고 지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젠 나도 추위를 잘 느끼게 되어서 다시 난방을 잘 하고 지내는 중이다. 악기도 중요하지만 나부터 살고 볼 일이다. 그대신 가습기를 좀 세게 켜두고 자주 물을 채워주며 겨울날을 보낸다.

입춘이라더니 오히려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기온이 낮아졌다. 올 겨울엔 모든 악기들이 고르게 좋은 상태를 유지해주고 있다. 한 달을 쉬었고, 이제 주말부터 다시 공연을 시작한다. 나는 감기도 다 나은 것 같고, 허리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좋은 상태로 올해 첫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