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함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갔다. 외곽순환도로에서는 터널마다 정체가 심했다. 일찌감치 출발한 덕분에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소에 도착하니 드넓은 하늘에 흰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었다. 구월이 되자마자 성큼 다가온 가을이 느껴졌다. 언제나 여름은 길게 느껴지고 가을은 갑자기 와 있다.
파주 포크페스티벌에 마지막으로 왔던 것은 2023년이었다. 그동안 몇 번 그곳에 갔었지만 공원 전체를 빙 돌아 걸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멀찍이 서서 무대쪽을 바라보며 바람을 맞고 걷기도 했다.
이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온 아내는 나보다 체력이 좋다. 그가 풍경을 즐기며 언덕을 성큼성큼 오르는 바람에 나는 뒤쳐졌다. 이따가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운을 아끼느라 느리게 걷는 중이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다.
리허설을 준비하는 데 삼십 분이 걸렸고, 실제 리허설은 십여 분 만에 끝났다. 이날엔 무대 위에서 아예 앰프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는데, 전날 가로 뉘인 앰프 캐비넷 앞에서 음량 조절을 해본 것이 연습이 되었다. 보스 멀티페달에 XLR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고 인이어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연주했다.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있을 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났다. 앞 순서 가수들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찾아가 짧은 인사를 더 했다. 꼭 십 년 전에도 그곳에서 오래 전 함께 연주했던 분들과 인사했던 기억이 났다. 서로 건강을 묻고, 안부를 전했다.
공연을 시작하고 리허설 때와 달라진 소리를 듣게 됐다. 첫 곡을 연주하는 중에 모니터 믹서에서 음량을 다시 조정할 여유가 있었다. 그 후로는 편안하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자동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아직 푸드트럭에서는 음식을 팔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 종일 많이 걸었던 아내는 피곤해진 목소리를 냈다. 다시 자유로, 외곽순환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