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CKL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했다. 금요일 오후에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은 강변북로, 금호동 금남시장, 장충체육관을 지나 청계천을 지나는 경로였다. 도착하여 짐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다. 푸른 하늘 아래 건물들 사이로 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건너편 동아빌딩의 유리 벽면에 빛이 닿아 다동빌딩 벽에 물결처럼 반사되고 있었다.
광통교에 기대어 서서 풍경을 보며 가을이 좀 성급하다는 생각도 하고.
리허설을 하고 첫 끼를 먹은 후 음식점 거리의 한구석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와 인사했다. 복집과 고기집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는 동네 아이인 것 같았다.
다동, 무교동, 을지로입구역을 걸으며 산책을 했다. 나는 이 길을 많이 걸어다녔었는데 이제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너무 옛날 일이 되어있었다.
무대는 높고 서있는 관객들의 위치는 낮아서 그랬겠지만 눕혀져 있는 앰프 캐비넷 앞에 오랜만에 서서 연주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베이스 음량을 여러번 고쳐 만져서 편하게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인이어를 귀에 꽂고 있어도 언제나 등 뒤에서 울리는 앰프 소리와 진동을 느끼는 데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이다. 밴드 단독공연의 절반 정도 분량이어서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시작부터 계속 뛰고 있던 관객 몇 사람을 보면서 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