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4일 금요일

청계천에서

 

을지로 CKL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했다. 금요일 오후에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은 강변북로, 금호동 금남시장, 장충체육관을 지나 청계천을 지나는 경로였다. 도착하여 짐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다. 푸른 하늘 아래 건물들 사이로 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건너편 동아빌딩의 유리 벽면에 빛이 닿아 다동빌딩 벽에 물결처럼 반사되고 있었다.

광통교에 기대어 서서 풍경을 보며 가을이 좀 성급하다는 생각도 하고.

리허설을 하고 첫 끼를 먹은 후 음식점 거리의 한구석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와 인사했다. 복집과 고기집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는 동네 아이인 것 같았다.

다동, 무교동, 을지로입구역을 걸으며 산책을 했다. 나는 이 길을 많이 걸어다녔었는데 이제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너무 옛날 일이 되어있었다.

무대는 높고 서있는 관객들의 위치는 낮아서 그랬겠지만 눕혀져 있는 앰프 캐비넷 앞에 오랜만에 서서 연주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베이스 음량을 여러번 고쳐 만져서 편하게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인이어를 귀에 꽂고 있어도 언제나 등 뒤에서 울리는 앰프 소리와 진동을 느끼는 데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이다. 밴드 단독공연의 절반 정도 분량이어서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시작부터 계속 뛰고 있던 관객 몇 사람을 보면서 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