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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7일 토요일

무력감.


꼼이의 상태가 점점 더 나쁘다.
세번째 수혈은 효과가 없었다.
이제 너무 비틀거려서 똑바로 걷지 못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누는 것도 힘겨워 한다.

사료를 먹이고는 있지만 그것이 고양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약도 먹이고 있지만 그 약으로 꼼이의 빈혈을 막아줄 수가 없다.
점점 더 빠르게 이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아내가 수의사 선생님과 지난 번에 안락사에 대한 대화도 했었다고, 오늘 나에게 처음 말했다.
이성적인 척, 합리적인 척 한다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할 상황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꼼이는 베란다 구석에서 편안히 눕지도 못한채로 있었다. 새벽에 사료를 먹인 후 이동장 위를 천으로 덮어줬더니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침까지 그 안에서 자고 있기를 바랐는데 잠시 후 확인해보니 다시 작은 방에 있는 붉은 캐비넷 아래에 숨어들어가 있었다.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루를 더 살더라도 고양이가 덜 아프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그 생각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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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6일 금요일

몸이 안 좋았다.


고양이 꼼이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나쁘다.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꼼이는 이틀 전부터 자꾸 방구석에 있는 붉은색 캐비넷 아래로 숨어 들어갔다.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다니다가 발견한 곳이 거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했다. 4년 전 고양이 순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똑같이 그 캐비넷 밑으로 숨어들어가 나오지 않으려 했었기 때문이다.

구석진 곳에서 나와 몇 걸음 걷더니 그 자리에 다시 누워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눕고싶어서가 아니라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었다. 나는 꼼이를 부축하여 물그릇이 있는 곳까지 옮겨주고 조금 뒤로 물러나서 지켜 본다. 꼼이는 비틀거리며 느리게 걸어가 이번에는 베란다의 제일 끝 구석에 가서 누웠다. 나는 새 그릇에 물을 따라서 그 자리에도 한 개 가져다 놓았다.
지금은 다시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마로 내 다리를 건드리고 얼굴을 부볐다. 고맙다는 뜻인지 아니면 혹시 기운이 좀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앉아서 꼼이를 안고 쓰다듬어줬다. 고양이는 다시 엉금 엉금 기어서 또 붉은색 캐비넷 아래로 들어갔다.

기온이 조금 떨어지고 비가 내렸다.
어쩐지 내 몸이 조금 안 좋다. 추위를 느껴서 집에 돌아올 때에 자동차 시트의 열선을 켰다.

오전에 아내가 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세번째 수혈을 받도록 했다.
어제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곧 동물병원으로 가서 수혈을 마친 고양이를 데리고 오기로 했었다.

밤 아홉시에 병원에 도착하니 꼼이는 우리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꼼이는 집에 돌아오는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와 물을 많이 마시더니 고양이는 그대로 드러누워 자고싶어했다. 거의 여덟 시간 동안 병원에 있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꼼이의 발바닥이 모두 차가왔다. 물을 많이 먹은 후에 피가 섞인 오줌을 누었다.

나는 잠들었다가 땀을 흘리고 깨었다. 곁에 고양이 깜이가 나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자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꼼이를 확인했다. 고양이가 너무 오래 굶은 상태였다. 계속 더 자고싶어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조금이라도 사료를 먹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털을 빗겨주고 사료를 조금 먹였다. 그제서야 차가왔던 발바닥도 따뜻해지고 코에 붉은 기운이 조금 돌아와 있었다. 수혈했던 것이 이제야 몸에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첫번째 수혈을 받았을 때처럼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고양이 꼼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수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혈이 반복되면 그 효과도 떨어지고 부작용의 위험은 더 생긴다고 수의사가 말해줬었다.


2020년 6월 19일 금요일

다시 동물병원에.


아픈 고양이를 낫게 해줄 수 없다면, 아프지 않게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제 저녁에 집에 왔을 때에 꼼이가 다시 많이 아파보였다.

밤중에 꼼이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그릇의 물을 새로 갈아줬다.
꼼이가 방에 들어가더니 내 침대의 머리쪽에 드러누웠다. 편하게 보였다. 다가가 쓰다듬어줬다. 이제 꼼이는 눈을 마주칠 때에 더 이상 그르릉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강제로 사료를 먹이거나 약을 먹일 때에 한 번도 화가 난다고 물거나 할퀸 적이 없었다.

아침 일찍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아내와 고양이를 병원에 두고 나는 학교로 출발했다. 운전하며 아내와 통화했다. 아내가 수의사 선생님과의 대화 내용을 전해줬다.

꼼이의 빈혈수치는 지난 번 긴급히 수혈을 했던 때 보다 더 나빠져 있었다. 지난 번에 -14, 오늘은 -12. 방광염 수치가 나빠져 있었다.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이 문제일 것인데 그렇다고 그 약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혈을 위한 혈액은 내일 도착 예정이지만 병원에 혈장혈액 50cc 가 있었기 때문에 우선 그것을 수혈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하루 입원하며 다음날 오전에 주문했던 혈액이 도착하면 다시 100cc 를 추가로 수혈하기로 했다.

고양이는 몸을 가누지 못하여 비틀거리면서도,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볼일을 보았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다가가 몸을 붙잡아 주면, 볼일을 마친 후에 굳이 변을 화장실 모래로 덮어보려 애쓰기도 하였다.



2020년 6월 16일 화요일

다시 심각하다.


여섯 시 무렵부터 꼼이에게 사료와 약을 먹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점점 더 음식물을 먹이기 힘들어지고 있다. 고양이는 인상을 쓰고 틈만 나면 도망가려고 했다.
사료를 거의 다 먹인 후 아침 약을 먹일 때에 그만 한번에 고양이 입에 알약을 넣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아내가 기운이 빠진 얼굴로 힘 없이, '전부 다 토해버렸다' 라고 말했다.

나는 고양이가 아직 침을 흘리며 구석에 누워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 바닥을 닦고 고양이 꼼이의 턱과 발을 닦아줬다. 아내는 다시 사료를 물에 섞어 꼼이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너무 오래 둘 수 없기 때문이었다.

꼼이가 사료를 억지로 받아 먹은 후, 창틀에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이번에는 토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기운이 없어서 늘어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픈 고양이는 두어 달 사이에 모습이 많이 변했다. 그 종양이라는 것이 더 커지지 않고 빈혈이니 췌장염이니 모두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좋겠다.

오늘 화장실 타일 구석진 곳에서 고양이 꼼이를 여러 번 찾아내어 안고 나왔다. 기운도 없지만 고양이의 표정도 좋지 않다. 많이 아픈 것이 틀림 없다. 계속 물그릇에 발을 넣고 있어서 앞발 양쪽이 적어 있다.

다시 수혈을 받아야만 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너무 가엾고,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종일 저렇게 힘들어 했다. 수혈을 받아도 일시적일 뿐, 빈혈을 완전히 낫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니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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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2일 금요일

금요일.


고양이 꼼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병원에는 금요일이었던 오늘도 사람들과 개들로 붐비고 있었다.

검사가 지연되어 거의 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고양이 꼼이를 곁에 두고 수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빈혈 수치가 더 많이 떨어진 것이 나쁜 소식이고, 복수와 종양은 줄어있는 것이 좋은 소식이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

꼼이는 부쩍 늙어 보였다. 항암제와 위장관의 출혈을 막아보고자 의사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낸 다른 약물을 사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사료를 물에 개어 꼼이를 타이르며 먹였다.

꼼이가 의자에 드러누워 졸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알람을 맞춰두고 잠을 청했다. 저녁에 지난 번 녹음했던 것을 믹싱하기 위해 녹음실에 가기로 했다.

나는 고단함이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수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결국 아프던 치아를 모두 뽑아내었다.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잇몸 수술을 한 번 더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도 길게 잠을 자본지 아주 오래 되었다.

알람을 듣고 벌떡 일어나 강변북로를 달려 녹음실에 갔다.
믹싱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샀다. 지난 번 아버지가 입원 중일 때에, 둘째 날 밤중에 혼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먹었었다. 오랜만이어서 그랬는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다시 먹어보고 싶었다.  집에 와서 그것을 먹고 드러누워버렸다.

깊은 밤, 고양이 꼼이에게 항암제를 먹이고, 빗질을 해주며 어루만져줬다.
아내는 아예 마루에 나와 고양이 근처에서 이불을 몸에 감고 잠들었다.
고양이 깜이와 짤이는 내가 앉아 있는 책상 곁에 와서 나란히 누워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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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6일 토요일

고양이 진료.


고양이 꼼이를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동물병원에 다니는 중이다.
토요일 오후, 동물병원은 개와 고양이와 사람들로 붐볐다.

주치의 선생님이 검사결과를 알려줬다. 빈혈수치가 아주 조금이지만 더 나빠져 있었다. 림프절의 크기가 커진 부분이 나타났다. 그러나 종양 자체는 더 커지거나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복수도 줄어있었다. 체중도 줄지 않았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빈혈이 내부출혈 때문이라기 보다 영양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제로 사료를 먹이느라 아내는 고생스런 나날을 보냈는데, 그나마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달 전에 의사 선생님이 우리에게 꼼이의 상태가 길어도 3~4주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었던 것을 기억하면, 그래도 아주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 꼼이는 케이지에서 나와 아내의 품에서 놀기도 하고 창 밖을 구경하기도 했다.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저녁 무렵부터 졸렸다.
저녁 밥은 따로 먹지 않았다. 일을 많이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인 날이 아니면 굳이 끼니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고, 아직은 그렇게 생각하며 지낸다.

집안의 고양이들이 장난을 하고, 칭얼거리며 간식을 보채기도 하였다. 꼼이가 아파하지 않고 어딘가 편안해 보여서 조금 더 근심이 줄었다. 더 오래 아프지 않고 함께 살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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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2일 금요일

고양이 수혈.



여섯 시에 마치는 수업을 하고 있는 중에 아내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고양이 꼼이가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어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꼼이는 수혈을 받기 위해 항히스타민과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있다고, 일곱시에 아내와 통화를 했다. 고양이를 치료실에 들여보낸 후 아내는 주치의와 긴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꼼이의 빈혈수치는 사흘 전 보다 더 나빠졌다. 지금은 철분제 조차 전혀 체내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한 방법은 수혈 뿐이었다. 그 수혈이라는 것도 몸무게와 건강상태를 가늠할 때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겨우 12일 뿐이라고 했다. 열흘 남짓 지나면 다시 수혈을 반복하여 받아야 한다. 그렇게 빈혈 수치를 겨우 붙잡고 있는다고 하여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몸 안에 있는 종양들은 제거할 수도 없다. 수술을 통해 체내의 출혈을 바로잡으려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좋을지 어떨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몸이 개복수술을 견뎌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아내가 수의사와 긴 이야기를 나눈 내용은 결국 어떻게 고양이를 치료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꼼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더 좋을까였을 것이었다. 그것을 말하는 줄 알면서도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자꾸 다른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고양이 꼼이와 이런 식으로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수혈하는데에 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들었다. 여전히 나는 잠이 부족하고 잇몸은 아프고 치아는 흔들리고 있었다. 미열이 나던 것은 겨우 사라졌다. 지금 내가 아프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밤중에 중요한 합주를 하러 가야했다. 합주실로 가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렀다.
합주를 마친 후 지하에서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왔을 때에, 두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계속 어지러웠다.

다시 동물병원에 들러 수혈을 받고 수액을 맞는 중인 고양이 꼼이를 만났다. 꼼이는 방을 옮겨 더 조용한 곳에 있었다. 수액이 연결된 관에 아직 피가 남아있었다. 당직 의사가 다가와 관에 남아있는 혈액이 수액에 밀려 조금씩 더 들어가는 중이라고 알려줬다. 내일 데리러 오겠다고 고양이에게 말해주고 집에 돌아와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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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 이미 아내는 혼자 동물병원으로 출발한 후였다.
오전에 동물병원에 도착했는데 오후 세 시까지는 기다려야 고양이를 퇴원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이에 아내는 주치의 선생님과 긴 논의를 했고, 복용하는 항암제를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그 방법과 순서를 전해들었다. 내 상태가 안 좋아서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어지러운 것이 계속 되었다. 약 오십여분, 나는 자동차 안에서 눈을 붙였다.

꼼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고양이에게 더 많은 양의 스테로이드 약을 먹여야 하고, 조영제를 먹이고, 항암제를 나흘간 먹여야 한다. 그것으로 몸 안의 출혈을 막고 종양이 더 커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하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고양이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머지 않아 지금보다 더 나쁜 상태로 앓다가 떠난다면 어떻게 해줘야 더 좋은 것일까, 잠깐 생각했다. 그것은 아직 눈 앞에 닥치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내 몸이 아프다는 말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아내의 손가락은 꼼이에게 사료와 약을 먹이느라 자주 이빨에 물려 구멍이 많이 났다. 늘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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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0일 수요일

추운 봄.


어제 밤에 이상한 꿈을 꾸고 일어나 몸은 피곤한데 다시 잠들지 못했다. 동이 틀 때에 다시 잠들었다가 그만 낮이 다 되어 깨었다.

꼼이가 하루 하루 더 아파 보였다. 안스러워 쓰다듬다보면 더 슬퍼졌다.
커피를 만들어 한 잔 가득 마셨다. 봄인데 마음은 한겨울 같다.

지난 화요일 이후 한쪽 잇몸이 다시 부었다. 사흘을 잠을 못 잔 상태로 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벼락같은 진단결과를 들었었다. 그 다음 이틀을 학교에 다녀왔는데, 피로를 제 때에 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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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병원에 가서 고양이 꼼이의 혈액검사 결과를 수의사, 아내와 함께 보고 있었다.
거의 모든 수치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있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다. 올해 2월부터 여덟 번의 검사결과들이 모니터에 보여지고 있었다.
지금은 꼼이에게 빈혈이 제일 심각했다. 빈혈이 무섭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수치들이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테로이드 투약 덕분에 장기 내의 종양이 더 커지지는 않았고 복수도 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뿐. 위장관 쪽에서 출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내는 꼼이를 위해 보조제를 구입하고 주사기와 피하수액을 주문했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더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

작고 하얗고 예쁜 어린 고양이를 안고 집에 돌아왔던 그 해의 겨울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순이가 어린 고양이를 며칠 혼내기도 하며 훈육했다. 천방지축, 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금세 몸집이 커져버린 고양이 꼼을 순이는 자주 핥아주고 데리고 다니며 놀았다. 둘이서 함께 껴안고 자주 잠들기도 했다. 순이의 제대로 된 첫번째 친구, 고양이 가족이었다.

꼼이는 내 책상 곁에 놓여진 순이의 사진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다시 깊은 밤이 지나가고 있다. 집안은 조용하고 창문 밖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추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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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3일 수요일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퇴원 수속 후 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졸음 운전을 하여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꼼이가 구토를 계속 했는지,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았는지 물어봤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 꼼이가 혈변도 쌌고 구토도 계속 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시간을 확인한 후 한 시간 정도 외출복을 입은채로 잤다. 알람을 듣고 깨었을 때에 숨을 쉬기 위해 여러 번 심호흡을 해야 했다. 사흘째 잠을 거의 못 자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다시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동물병원까지 가는 동안 아내도 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

고양이 꼼이의 검진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나는 진료실 벽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이윽고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내 고양이 꼼이가 심각한 암에 걸렸고,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 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종양이 이미 간 근처와 소장, 대장에 모두 전이되어 있다고 했다. 복수가 생기기 시작했고 림프절로 보이던 것들이 암세포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 나도 아내도 의사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을 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 몇 개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수의사로부터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약 4주 안에 고양이 꼼이가 죽을 것 같다고 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통보를 듣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 문득 이 집의 천장이 이렇게 낮았던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긴 침묵,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바람이 피부에 싸늘하게 닿았다.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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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5일 토요일

나쁜 봄.


몇 달 만에 미용실에 갔다. 점심시간이라고 입구에 손으로 쓴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가게 바깥에 의자 두 개가 보였다. 나는 그곳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잠시 후 직원이 문을 열고 나오더니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어서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음식 냄새가 나고 있으니 조금 후에 들어오라고 했던 것 같았다.

미용실 의자에 앉기 전에 마스크를 벗었다. 갑자기 다양한 냄새가 느껴졌다. 음식 냄새는 잘 모르겠고, 어떤 기억들을 순서 없이 불러 모으는 냄새가 났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생활 덕분에 후각이 둔감한 나는 외출하여 마스크를 벗을 때가 생기면 새로운 냄새를 접하는 기분이 든다.

짧게 머리를 깎았다.
경기도에서 지급해준 재난지원금을 다 썼다.

고양이 짤이가 봄볕을 느끼며 드러누워 뒹굴고 있었다.
따뜻한 봄이 되었지만 마음은 춥다.
올해의 봄은 나쁜 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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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일 일요일

낫고 있는 고양이.


아픈 고양이는 조금씩 낫고 있다.
원래 오늘 오전에 주치의 수의사님과 진료 약속을 했었다. 아침 일찍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와 수의사 선생님이 아파서 출근을 못한다고 알려왔다. 하는 수 없이 오늘은 병원에 데려가 피하수액과 주사만 맞추고 데려왔다.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인 고양이인데 의외로 병원에 다니거나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 스트레스를 잘 견뎌주고 있다. 오늘은 어제 보다 조금 더 나아 보여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곧 완전히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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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7일 목요일

고양이 꼼이 아프다.


열 두 살 하고 여덟 달 나이가 된 고양이 꼼이가 아프다.
부쩍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말라서 그동안 우리는 고양이에게 강제로 사료라도 더 많이 먹이려고만 했었다. 지난 주에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했고 진단을 받아 한 주일 동안 통원치료를 했다. 동물병원에도 사정이 있었어서 빨리 입원을 할 수 없었다. 매일 병원에 다니는 치료로는 나빠진 수치가 좋아지지 않았다. 시간을 더 허비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엊그제 진료 후 고양이 꼼을 동물병원에 입원 시켰다.

이틀 정도 지나자 얼굴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병원에서는 우리가 찾아가기 전에 직원 분이 직접 사진을 찍어서 아침 일찍 보내줬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아플 때 마다,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을 더 일찍 알지 못했던 것이 항상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이번에는 늦기 전에 치료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결과가 되어지길 바라고 있다.

뉴스 화면은 온통 바이러스, 전염병, 이상한 종교와 더 이상한 정치집단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고양이 꼼을 돌보러 동물병원에 가면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과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함께 데려온 동물들은 너무 발랄하거나 간혹 가여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동물들과 사람들이지만 그들 모두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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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4일 금요일

봄이 일찍 오는가 보다.


올해엔 겨울이 조금 일찍 끝나려나 보다.
새벽 공기가 덜 추워서 잠깐 밖에 나가 산책을 했다. 강가에는 안개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조용히 열었더니 고양이 꼼이 높고 좁은 곳에 올라가 나를 내려다 보았다. 깜깜하면 고양이가 뛰어 내려올 때에 다치기라도 할까봐 전등을 켜둔 채로 놓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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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3일 월요일

겨울을 보낸다.


귀여운 식구들이 아침 마다 창가에 모여 앉아 새를 구경한다.
비둘기와 참새와 직박구리들이 베란다 창가에 매일 비슷한 시간에 찾아 오고 있다. 막내 고양이 깜이는 새들을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가 보다. 오늘 아침 깜이는 굳이 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자다가 반쯤 열어둔 커텐 사이로 새들을 구경하느라 잠을 깨었던 것 같다. 나는 잠결에 이 장면을 찍어 놓고 다시 눈을 감고 조금 더 자버렸다.

어릴 적에 나는 겨울을 좋아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 추운 날들이 싫어졌다.
집안의 화분에는 새로 싹이 나는 여린 풀들이 보인다. 어서 따스한 바람 들어오는 계절이 시작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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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행복해하는 고양이.


고양이 이지가 자주 기분 좋아하며 논다. 뛰어다니기도 하고 무엇인가에 즐거워져서 혼자 장난에 몰두하기도 한다.

어디까지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싶었던 올 한 해 동안, 고양이 이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노는 것은 몇 안되는 행복한 일이었다. 우리는 이지를 볼 때 마다 껴안고 입 맞춰주며 고마와했다.

동물병원에 갔다가 주먹만한 어린이 고양이가 철장에 갇혀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었다. 어린 고양이가 눈을 크게 뜨고 가늘게 울며 두 앞발로 내 손가락을 꼭 쥐었었다. 집에 돌아온 후 계속 손가락 끝에 남은 고양이의 온기가 마음에 남아서, 아내와 함께 동물병원에 다시 찾아가 입양을 했었다. 고양이 이지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된 것이 그때로부터 벌써 십 년. 세월은 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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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3일 토요일

멍하게 하루를.


사진 속의 검은 고양이 깜이의 모습은 며칠 전 아침에 찍은 것이다.
베란다에 햇볕이 드는 시간에 나왔다가, 그늘이 지면 다시 방에 들어간다.
대부분 햇볕을 쬐며 드러누워 자고 있지만 가끔은 저렇게 강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을 때가 있다.

토요일이었던 오늘, 하루 종일 나도 책상 앞에서 뭔가 멍한 채로 있었다. 계속 악기를 들고 정해둔 루틴대로 연습을 하기는 했는데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어제 저녁에 친구들과 공연을 했다. 그 공연을 잘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혼자 연습을 많이 했었다. 아이디어도 많았다. 그런데, 어제 나는 연주를 잘 하지 못했다. 한 번 제대로 되지 않은 다음에는 모든 것이 꼬여가기 시작했다. 거의 곡 마다 틀렸고 나 때문에 음악이 끝나지 못하고 더 이어지기도 했다.

새벽까지 내가 망쳐버린 공연 생각에 열중하다가 자고 일어난 뒤로는 그만 정신이 멍해졌다.
무엇이 가장 문제였고 어떤 것에서 내가 잘못 판단했던 것인지 알고 싶었다. 어제 오전에 괜히 네크의 트러스로드와 브릿지를 조정했기 때문이었을까, 줄의 게이지를 바꿨던 것이 나빴던 것일까, 앰프를 잘 못 조작했던 탓이었을까 등등... 어딘가 기운이 빠져서 종일 축 늘어져 있었다.

다시 깊은 밤. 고양이 깜이는 한참 동안 놀아달라고 조르다가, 이제는 잠을 자러 가자고 투정을 부리고 있다. 저 고양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따라다니는 것인가. 다른 고양이들은 아내의 방에 모여 각자 자리를 잡고 쿨쿨 자고 있다.
나는 고양이의 성화를 받아주는 체 하며 이제 일부러라도 편안하게 자고 일어나 일요일 만큼은 덜 멍청하게 보내려고 한다. 망쳐버린 공연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내 스스로 그 기억을 만회할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음악을 랜덤으로 틀어보았더니 한참 동안 템포가 빠른 피아노 곡이 재생되고 있다. 모두 꺼두고, 오늘은 좀 깊이 잠들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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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8일 목요일

잠을 자고, 세차도.


많이 잤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보니 오후였다.
여전히 무덥고 습했다.
커피를 내리고 청소를 하면서 기억나는 것을 더 잘 기억하려고 메모를 해뒀다.

자동차의 실내를 청소하고 싶어서 세차장에 들렀다. 어딘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차량의 내부가 조금 깨끗해졌다.
저녁에 고양이 이지가 내 근처에서 머물며 졸기도 하고 놀기도 했다.
최근에 이지가 자주 토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이틀 전에 아내와 함께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혈액검사를 하고 방사선 촬영을 했다. 항구토제를 사서 먹였고 피하수액 주사도 맞췄다. 그 후 몸이 편안해졌는지 다시 잘 놀고있다. 표정도 좋아보인다.


고양이 이지는 계속 나의 등뒤에서 나를 보고있었던 것인지 내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눈이 마주쳤다. 혹시 소란스럽거나 너무 밝아서 못자고 있는 것인가 하여 등 한 개를 꺼주고, 스피커를 끄고 헤드폰을 머리에 썼다. 잠시 후에 다시 바라보니 몸을 길게 편채로 쿨쿨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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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일 목요일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


어린 고양이 깜이는 잘 자고 잘 먹은 후에는 계속 사람이나 언니 고양이들을 치댄다.
놀아달라고.

비디오를 보여주면 고양이 깜이를 조용하게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위한 비디오로 시작했다. 그런 영상에는 다람쥐나 새들이 등장한다. 영상의 길이는 고양이를 붙잡아두기에 충분히 길지만, 고양이는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사실 끈이 움직이거나 쥐가 도망치고 있는 영상을 더 재미있어하는데, 그대신 모니터가 남아나지 않는다. 고양이가 모니터를 긁고 때려보고 뒤로 돌아가 끈이나 동물을 찾아보려하기 때문이다.
 ( https://choiwonsik.blogspot.com/2016/12/tv.html )

혹시 이것은 어떨까, 하여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틀어줬더니 갑자기 고양이 깜이는 자세를 고쳐 앉더니 에피소드 한 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린이들이라면 모두 좋아한다고 하더니 어린 고양이에게도 무척 재미있는 것이었나보다.
집안의 다른 언니 고양이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분간 깜이를 진정시킬 때엔 뽀로로를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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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2일 월요일

조용했던 하루.


사진 앱에 모아둔 고양이 순이의 폴더를 클릭했더니 사진파일의 메타정보에 따라 연도가 표시되었다. 그 기간이 내가 고양이 순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그 숫자를 보면서 나에게 친절했던 내 고양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삼년 전 그날 아침에 나는 화장터 직원으로부터 순이의 재가 담긴 상자를 받아들고 집으로 출발했다. 운전을 시작한지 몇 분 되지 않아 갓길을 발견하고 차를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저절로 울음이 터졌었다. 울고싶지 않아서 버텼던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참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소리도 눈물도 없이 울음이 터져버렸다.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뒤늦게 눈물이 빗물처럼 떨어져 허벅지를 적실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감정은 정확하지 않다. 기억할 수 있는 감각은 있다. 나는 고통스러워했다. 몸이 아파왔다. 헤어지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서운하고 슬퍼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런 기분이니까, 아마 그 순간에도 그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2006년, 4월에.


슬픈 기억, 아픈 느낌은 좋지 않다. 나이 먹은 인간이라면 그런 정도는 떨쳐내거나 가슴 깊이 묻어두는데에 능숙해지는 것인줄 알았다. 나는 아마도 그런 사람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일 역시 많은 관계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말로 이성적인 체하며 센척을 해보았자 아픈 마음은 나아지지 않는다.
기억이 날 때엔 기억하고, 슬퍼할 때엔 차분히 슬퍼하는 게 더 낫다. 헤어지기 전까지 힘껏 행복하면 좋고, 누군가를 잃고 고통스러워할 때에 위로받지 못하였다고 해도 오래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우면 되는 것 같다.

그날처럼 덥고 습했던 하루가 조용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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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9일 금요일

다 나은 고양이


한 해 전만 해도 구내염이 심하여 많이 아팠던 고양이 이지는 병이 다 나은 후 어릴적 그랬던 것처럼 자주 장난을 친다. 새로 바꾼 이불의 느낌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에도 몇번씩 침대에 올라가 구르고 뛰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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