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2일 월요일

조용했던 하루.


사진 앱에 모아둔 고양이 순이의 폴더를 클릭했더니 사진파일의 메타정보에 따라 연도가 표시되었다. 그 기간이 내가 고양이 순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그 숫자를 보면서 나에게 친절했던 내 고양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삼년 전 그날 아침에 나는 화장터 직원으로부터 순이의 재가 담긴 상자를 받아들고 집으로 출발했다. 운전을 시작한지 몇 분 되지 않아 갓길을 발견하고 차를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저절로 울음이 터졌었다. 울고싶지 않아서 버텼던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참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소리도 눈물도 없이 울음이 터져버렸다.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뒤늦게 눈물이 빗물처럼 떨어져 허벅지를 적실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감정은 정확하지 않다. 기억할 수 있는 감각은 있다. 나는 고통스러워했다. 몸이 아파왔다. 헤어지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서운하고 슬퍼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런 기분이니까, 아마 그 순간에도 그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2006년, 4월에.


슬픈 기억, 아픈 느낌은 좋지 않다. 나이 먹은 인간이라면 그런 정도는 떨쳐내거나 가슴 깊이 묻어두는데에 능숙해지는 것인줄 알았다. 나는 아마도 그런 사람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일 역시 많은 관계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말로 이성적인 체하며 센척을 해보았자 아픈 마음은 나아지지 않는다.
기억이 날 때엔 기억하고, 슬퍼할 때엔 차분히 슬퍼하는 게 더 낫다. 헤어지기 전까지 힘껏 행복하면 좋고, 누군가를 잃고 고통스러워할 때에 위로받지 못하였다고 해도 오래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우면 되는 것 같다.

그날처럼 덥고 습했던 하루가 조용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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