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2일 금요일

금요일.


고양이 꼼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병원에는 금요일이었던 오늘도 사람들과 개들로 붐비고 있었다.

검사가 지연되어 거의 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고양이 꼼이를 곁에 두고 수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빈혈 수치가 더 많이 떨어진 것이 나쁜 소식이고, 복수와 종양은 줄어있는 것이 좋은 소식이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

꼼이는 부쩍 늙어 보였다. 항암제와 위장관의 출혈을 막아보고자 의사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낸 다른 약물을 사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사료를 물에 개어 꼼이를 타이르며 먹였다.

꼼이가 의자에 드러누워 졸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알람을 맞춰두고 잠을 청했다. 저녁에 지난 번 녹음했던 것을 믹싱하기 위해 녹음실에 가기로 했다.

나는 고단함이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수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결국 아프던 치아를 모두 뽑아내었다.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잇몸 수술을 한 번 더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도 길게 잠을 자본지 아주 오래 되었다.

알람을 듣고 벌떡 일어나 강변북로를 달려 녹음실에 갔다.
믹싱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샀다. 지난 번 아버지가 입원 중일 때에, 둘째 날 밤중에 혼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먹었었다. 오랜만이어서 그랬는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다시 먹어보고 싶었다.  집에 와서 그것을 먹고 드러누워버렸다.

깊은 밤, 고양이 꼼이에게 항암제를 먹이고, 빗질을 해주며 어루만져줬다.
아내는 아예 마루에 나와 고양이 근처에서 이불을 몸에 감고 잠들었다.
고양이 깜이와 짤이는 내가 앉아 있는 책상 곁에 와서 나란히 누워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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