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3일 수요일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퇴원 수속 후 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졸음 운전을 하여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꼼이가 구토를 계속 했는지,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았는지 물어봤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 꼼이가 혈변도 쌌고 구토도 계속 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시간을 확인한 후 한 시간 정도 외출복을 입은채로 잤다. 알람을 듣고 깨었을 때에 숨을 쉬기 위해 여러 번 심호흡을 해야 했다. 사흘째 잠을 거의 못 자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다시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동물병원까지 가는 동안 아내도 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

고양이 꼼이의 검진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나는 진료실 벽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이윽고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내 고양이 꼼이가 심각한 암에 걸렸고,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 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종양이 이미 간 근처와 소장, 대장에 모두 전이되어 있다고 했다. 복수가 생기기 시작했고 림프절로 보이던 것들이 암세포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 나도 아내도 의사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을 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 몇 개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수의사로부터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약 4주 안에 고양이 꼼이가 죽을 것 같다고 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통보를 듣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 문득 이 집의 천장이 이렇게 낮았던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긴 침묵,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바람이 피부에 싸늘하게 닿았다.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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