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수혈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수혈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0년 6월 27일 토요일

무력감.


꼼이의 상태가 점점 더 나쁘다.
세번째 수혈은 효과가 없었다.
이제 너무 비틀거려서 똑바로 걷지 못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누는 것도 힘겨워 한다.

사료를 먹이고는 있지만 그것이 고양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약도 먹이고 있지만 그 약으로 꼼이의 빈혈을 막아줄 수가 없다.
점점 더 빠르게 이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아내가 수의사 선생님과 지난 번에 안락사에 대한 대화도 했었다고, 오늘 나에게 처음 말했다.
이성적인 척, 합리적인 척 한다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할 상황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꼼이는 베란다 구석에서 편안히 눕지도 못한채로 있었다. 새벽에 사료를 먹인 후 이동장 위를 천으로 덮어줬더니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침까지 그 안에서 자고 있기를 바랐는데 잠시 후 확인해보니 다시 작은 방에 있는 붉은 캐비넷 아래에 숨어들어가 있었다.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루를 더 살더라도 고양이가 덜 아프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그 생각만 했다.



.

2020년 6월 26일 금요일

몸이 안 좋았다.


고양이 꼼이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나쁘다.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꼼이는 이틀 전부터 자꾸 방구석에 있는 붉은색 캐비넷 아래로 숨어 들어갔다.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다니다가 발견한 곳이 거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했다. 4년 전 고양이 순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똑같이 그 캐비넷 밑으로 숨어들어가 나오지 않으려 했었기 때문이다.

구석진 곳에서 나와 몇 걸음 걷더니 그 자리에 다시 누워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눕고싶어서가 아니라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었다. 나는 꼼이를 부축하여 물그릇이 있는 곳까지 옮겨주고 조금 뒤로 물러나서 지켜 본다. 꼼이는 비틀거리며 느리게 걸어가 이번에는 베란다의 제일 끝 구석에 가서 누웠다. 나는 새 그릇에 물을 따라서 그 자리에도 한 개 가져다 놓았다.
지금은 다시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마로 내 다리를 건드리고 얼굴을 부볐다. 고맙다는 뜻인지 아니면 혹시 기운이 좀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앉아서 꼼이를 안고 쓰다듬어줬다. 고양이는 다시 엉금 엉금 기어서 또 붉은색 캐비넷 아래로 들어갔다.

기온이 조금 떨어지고 비가 내렸다.
어쩐지 내 몸이 조금 안 좋다. 추위를 느껴서 집에 돌아올 때에 자동차 시트의 열선을 켰다.

오전에 아내가 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세번째 수혈을 받도록 했다.
어제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곧 동물병원으로 가서 수혈을 마친 고양이를 데리고 오기로 했었다.

밤 아홉시에 병원에 도착하니 꼼이는 우리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꼼이는 집에 돌아오는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와 물을 많이 마시더니 고양이는 그대로 드러누워 자고싶어했다. 거의 여덟 시간 동안 병원에 있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꼼이의 발바닥이 모두 차가왔다. 물을 많이 먹은 후에 피가 섞인 오줌을 누었다.

나는 잠들었다가 땀을 흘리고 깨었다. 곁에 고양이 깜이가 나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자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꼼이를 확인했다. 고양이가 너무 오래 굶은 상태였다. 계속 더 자고싶어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조금이라도 사료를 먹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털을 빗겨주고 사료를 조금 먹였다. 그제서야 차가왔던 발바닥도 따뜻해지고 코에 붉은 기운이 조금 돌아와 있었다. 수혈했던 것이 이제야 몸에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첫번째 수혈을 받았을 때처럼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고양이 꼼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수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혈이 반복되면 그 효과도 떨어지고 부작용의 위험은 더 생긴다고 수의사가 말해줬었다.


2020년 5월 22일 금요일

고양이 수혈.



여섯 시에 마치는 수업을 하고 있는 중에 아내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고양이 꼼이가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어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꼼이는 수혈을 받기 위해 항히스타민과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있다고, 일곱시에 아내와 통화를 했다. 고양이를 치료실에 들여보낸 후 아내는 주치의와 긴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꼼이의 빈혈수치는 사흘 전 보다 더 나빠졌다. 지금은 철분제 조차 전혀 체내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한 방법은 수혈 뿐이었다. 그 수혈이라는 것도 몸무게와 건강상태를 가늠할 때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겨우 12일 뿐이라고 했다. 열흘 남짓 지나면 다시 수혈을 반복하여 받아야 한다. 그렇게 빈혈 수치를 겨우 붙잡고 있는다고 하여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몸 안에 있는 종양들은 제거할 수도 없다. 수술을 통해 체내의 출혈을 바로잡으려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좋을지 어떨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몸이 개복수술을 견뎌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아내가 수의사와 긴 이야기를 나눈 내용은 결국 어떻게 고양이를 치료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꼼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더 좋을까였을 것이었다. 그것을 말하는 줄 알면서도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자꾸 다른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고양이 꼼이와 이런 식으로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수혈하는데에 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들었다. 여전히 나는 잠이 부족하고 잇몸은 아프고 치아는 흔들리고 있었다. 미열이 나던 것은 겨우 사라졌다. 지금 내가 아프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밤중에 중요한 합주를 하러 가야했다. 합주실로 가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렀다.
합주를 마친 후 지하에서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왔을 때에, 두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계속 어지러웠다.

다시 동물병원에 들러 수혈을 받고 수액을 맞는 중인 고양이 꼼이를 만났다. 꼼이는 방을 옮겨 더 조용한 곳에 있었다. 수액이 연결된 관에 아직 피가 남아있었다. 당직 의사가 다가와 관에 남아있는 혈액이 수액에 밀려 조금씩 더 들어가는 중이라고 알려줬다. 내일 데리러 오겠다고 고양이에게 말해주고 집에 돌아와 잠들어버렸다.

--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 이미 아내는 혼자 동물병원으로 출발한 후였다.
오전에 동물병원에 도착했는데 오후 세 시까지는 기다려야 고양이를 퇴원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이에 아내는 주치의 선생님과 긴 논의를 했고, 복용하는 항암제를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그 방법과 순서를 전해들었다. 내 상태가 안 좋아서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어지러운 것이 계속 되었다. 약 오십여분, 나는 자동차 안에서 눈을 붙였다.

꼼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고양이에게 더 많은 양의 스테로이드 약을 먹여야 하고, 조영제를 먹이고, 항암제를 나흘간 먹여야 한다. 그것으로 몸 안의 출혈을 막고 종양이 더 커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하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고양이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머지 않아 지금보다 더 나쁜 상태로 앓다가 떠난다면 어떻게 해줘야 더 좋은 것일까, 잠깐 생각했다. 그것은 아직 눈 앞에 닥치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내 몸이 아프다는 말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아내의 손가락은 꼼이에게 사료와 약을 먹이느라 자주 이빨에 물려 구멍이 많이 났다. 늘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