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2일 목요일

노원문화예술회관 공연.

 


3년 전에는 대구에서 공연을 했었다. 그 즈음 나는 계속 불면에 시달렸다. 그날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게 일어났고, 집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것보다 고속도로를 달려 대구로 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다. 대구에 잘 도착하여 공연을 마치고 밤에 돌아올 때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잠을 잤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9, 11/May
요즘은 일부러 잘 자두고 있다. 수면 시간이 모자라면 쪽잠을 자는 것으로 가능한 그 시간을 채우는 중이다. 판데믹 기간 동안 하지 못하고 있던 두어 시간의 단독공연을 준비하러 일찍 공연장으로 갔다.
공연을 만든 분들이 무대에 공을 많이 들였다. 멤버들에게 적당한 넓이의 자리를 따로 마련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향도 운영도 모두 좋았어서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공연 하루 전까지 페달보드를 열어두고 여러가지 조합을 고민했었다. 가장 단순하고 음의 손실이 없는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MXR의 베이스 D.I. 한 개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 페달이 기대했던 역할을 잘 해줬다.

내 몸이 완전히 멀쩡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공연 도중에 알았다. 한 시간 쯤 지날 무렵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었다. 센 곡들을 연주할 순서였는데 나는 곡의 인트로를 치면서 돌발상황이 생길 경우 모니터 스피커 옆으로 발을 두고 드러누우면 대충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능한 태연하게 드러누우면 사람들이 누군가 갑자기 쓰러졌다며 놀라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떻게 눕더라도 큰 민폐가 될 뻔했다. 게다가 연주자의 자리에 높은 단까지 설치되어 있었으니, 보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가관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잘 버텼다.
일부러 공연을 준비할 때에도 일어선 채로 셋리스트 전부를 합주해보았었다. 그 때는 견딜만 했었다. 공연을 마칠 때까지 통증이 없어지지 않아서 진땀이 났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마자 눈에 보이는 의자에 기대어 긴 호흡을 했다. 통증이 약해지고 시력도 조금 회복되었다.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좋아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에 자동차의 창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쐬며 운전했다. 공연장이 집에서 멀지 않았던 것도 다행이었다. 다음 달에 약속된 공연들도 잘 할 수 있도록 운동도 하고 체력도 잘 유지해야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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