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1일 일요일

8월 끝

낮 기온 섭씨 31도. 여전히 덥지만 이제 창문을 열어두면 선선한 바람이 지나가기도 한다. 나는 올여름 더위를 유난히 못 견뎌했다.

아내의 방 창가엔 고양이 인형이 잘 마른 그림붓들 곁에서 방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8월이 끝나고 있다. 이제 한 두 달만 지나면 곧 추워질 거라는 게 농담같다. 
 

2025년 8월 29일 금요일

악기 손질

베이스 두 대에 새로 줄을 감아 놓았다. 프렛보드에 레몬오일을 듬뿍 발라 잘 닦았다. 사용한 지 열달이 된 베이스는 벌써 프렛이 닳아 주저 앉아 있었다. 10개월 동안 많이 쓰긴 했구나.

2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베이스는 브릿지가 녹슬어 더 이상 나사가 움직이지 않았다. 프렛은 거의 납작해져 있었다. 좀 더 오래 연주하면 프렛이 아예 닳아서 프렛보드와 같은 높이가 되어버릴 것 같다. 이 악기는 나와 수 많은 곳에 다녀왔고 긴 세월을 함께 했다. 2013년 2월에 베이스 브릿지를 새것으로 바꾸었었다. 그로부터 12년을 썼으니까 녹슬어 늘어붙은 것이 이상하지 않다.

연말까지 예정되어 있는 공연들은 새 줄을 감아놓은 악기 두 대로 연주하려고 한다. 페달보드를 두고 멀티이펙트 페달을 사용한 지 일년이 됐다. 앞으로도 멀티페달만 가지고 다니면서 가끔은 이펙트 페달을 아예 안 쓰기도 할 생각이다. 


2025년 8월 25일 월요일

동물병원에 다니는 고양이

 

고양이 짤이는 지난해 시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번씩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있다.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오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얘들은 이동을 위한 가방을 꺼내어 놓기도 전에 병원에 가는 것을 알아차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발에 힘을 주고 버티다가 케이지 가방에 담겨 병원에 갔다. 동물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고양이는 쉬지 않고 구시렁거린다. 항변도 해보았다가 투덜거리다가 큰숨을 내쉬며 서운해하기도 했다.

진료를 마치고 나면 고양이는 표정이 밝다. 오늘은 많이 힘들어하지도 않아 보였다. 집에 가기 위해 자동차에 탔을 땐 얼굴이 쾌활했었는데, 아내가 약을 받으러 잠시 차에서 내리자 금세 저렇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집으로 가는 길엔 야옹 소리도 한번 내지 않고 창밖을 넘겨 보며 콧노래도 부르고 있었다. 많이 나았으니 더 아프지 않기를.


2025년 8월 23일 토요일

에보나이트 만년필

관심을 두고 있었던 Narwhal 만년필이 올해 바뀐 디자인으로 나와 있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Nautilus 펜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깔끔하여 마음에 들었다. 이 펜은 내가 처음 써보는 에보나이트 재질인데,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 다만 정전기가 심하여 헝겊으로 문질러 닦고 나면 어느새 고양이 털이 붙어 있다.

일각고래 (Narwhal) 라는 명칭을 브랜드 이름으로 쓸 수 없으므로 고쳐 쓰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법이든 누군가에게는 멍청하고 이상하게 적용되는가 보다. 그래서 이 회사는 이름을 아이슬란드 언어로 일각고래를 뜻하는 Nahvalur 로 바꾸었다. 브랜드 이름이야 뭐 그들의 문제이니까 알아서 잘 할 것이고, 생경한 언어로 단어 하나를 새로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펜은 처음 블루블랙 잉크를 넣었을 때 조금 실망했다가, 두어 시간 써본 후에 좋은 기분을 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펠리칸 검정 잉크를 담았다. 아주 잘 그어지고 느낌이 새롭다.


 

2025년 8월 16일 토요일

청주에서 공연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했다. 오후 다섯 시에 공연 시작이어서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개관한지 삼십년이 된 공연장 건물은 아기자기하고 근사했는데, 리허설을 마친 후 너무 더워서 냉방 중인 커피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느라 공연장을 둘러 보지 못했다. 대기실 출입문 앞 마당에 무궁화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꽃들을 보고 굳이 기와 모양으로 만든 콘크리트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 보는 정도로 만족했다.

뉴욕에 가지고 갔던 베이스는 월요일에 깨끗하게 손질하고 프렛보드에 레몬오일을 발랐다. 이제 이 악기에 손이 익숙해져서 연주하기에 더 편해졌다. 관악 문화재단에서 썼던 베이스는 아무래도 줄을 교환할 때가 되어서 대충 마른 걸레로 닦아 집에 놓아뒀다.
지난 주엔 이제 막 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이었기 때문에 피곤하여 그랬겠지만, 무대 위에서 어지러운 증상이 있었다. 그 공연을 하고 집에 돌아와 다음날 일요일엔 아주 긴 시간을 잤다. 오늘은 안경을 쓰고 연주했다. 어지러운 증상은 없었다. 그리고 관객들의 표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바쁘게 움직였던 팔월 일정이 모두 끝났다. 아무 탈 없이 맡은 일을 잘 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2025년 8월 15일 금요일

광복절

고양이 이지가 기분이 좋은지 바쁘게 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팠던 것을 잘 이겨내고 건강을 유지해주고 있는 어른 고양이가 귀엽고 고마왔다.

자정에 조국 교수가 사면 복권되어 출소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았다. 광복 팔십주년에 잘 맞는 시작이었다.

오후부터 비가 멎더니 광복절 전야제 공연 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던 것도 다행이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피로했는지 자다가 일어나서 유튜브로 짧은 영상들을 몇 개 보았다.
 

2025년 8월 13일 수요일

식당에서 만난 고양이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후에 엄마를 모시러 가기로 약속했었는데 종일 비가 온다고 하여 아침에 시골집에 갔다. 노인이 가고 싶다는 식당에 들러 밥을 먹기로 했다. 이른 오전 시간에 문을 여는 식당이었다. 도착했더니 귀여운 어린이 고양이들이 있었다.

구워진 생선을 후후 불어 식혀서 한 놈에게 가져다 주고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며 잠시 앉아 있었다. 아직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어린이 고양이들은 다가와서 부비고 뒹굴며 장난을 쳤다. 털이 말라있는 것을 보니 비를 맞지 않은 상태였다. 고양이들이 돌아다니며 아무데서나 고인 빗물을 할짝거리고 있었다. 식당 사장님에게 밥을 줄 때에 언제나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도 줘야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하고 나왔다.
며칠만에 운전을 오래 했더니 엉덩이 쪽이 아팠다. 며칠 전에 긴 시간 비행기를 탔던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아내의 새 자전거

 

아내가 매일 동네에 타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를 사고 싶다고 했다. 고양이들을 돌보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촘촘하게 짜여진 시간을 지키며 지낸지 벌써 몇 년째. 먼길 외출을 삼가야 하는 생활을 오래 해온 아내는 그대신 주어진 짧은 틈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친오빠의 개도 도맡아 매일 보살피느라 애를 쓰고 있다. 그가 미리 찾아 놓은 자전거점에 가서 자전거를 고른 다음 조립과 세팅을 맡기고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기억에 남을 정도로 무덥고 습한 여름이 아직도 한창이었다. 한강 옆 동네 길을 흐느적거리며 함께 걸었다.

테스트 삼아 아내는 새 자전거를 타고 집앞을 몇 바퀴 돌았다. 나는 아직도 허리에 통증이 있어서 그가 권하는데도 한번 안장에 올라가 앉아볼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십년 전에 둘이서 한참 로드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 때가 생각났다. 그 자전거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중이다. 어서 처분해버리자는 생각과 언젠가는 몸을 회복하여 다시 타고 다녀보겠다는 생각을 반복하다보니 그대로 두고 지내게 되어버렸다.


2025년 8월 10일 일요일

관악아트홀

 

8월 9일, 토요일.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조금 더 자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서 어서 활동할 준비를 하고 싶었다. 한 시간 쯤 손가락을 풀어보았다. 스트레칭을 하고 악기를 바꾸어 가방에 담았다. 온몸이 뻐근했다. 운전할 때엔 관절과 근육이 각자의 위치를 새로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부러 더 일찍 공연장에 갔는데 내 뒤에 상훈 씨와 민열이가 몇 분 간격으로 비슷하게 도착했다. 서로 생각이 비슷했던 것이겠지.

공연 전에 같은 건물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리더님의 그림들도 보고 멤버들과 잡담도 했다. 차에 가서 시트를 눕히고 기대어 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몸을 느슨하게 할 게 아니라 계속 에너지를 쓸 준비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일정이어서 시차 문제를 겪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이층까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면서 하루 전에는 만 천 킬로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연주하고 있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늘 공연까지 완벽하게 하고 나면 홀가분한 기분으로 일요일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연을 잘 마쳤다.
밤중에 강변도로를 달리면서 찰리 헤이든의 앨범 Nocturne 을 들었다. 코드의 루트만을 누른다고 해도 깊고 큰 울림이 느껴지는 그의 연주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오래 연주를 해왔는데 언제쯤 바른 음을 옳은 타이밍에 소리 낼 수 있게 될까. 더 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결국엔 미처 못 해보고 마는 걸까.


2025년 8월 9일 토요일

집으로

다시 공항에 가서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긴 시간 비행 때문이었겠지. 그리고 다시 열 다섯 시간 동안 시트에 묶인 채로 앉아서 돌아왔다. 갈 때엔 그래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기도 했는데, 돌아올 땐 다 귀찮았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껴안아줬다. 허리 통증 때문에 번쩍 들어올릴 수 없어서 어기적거리며 무릎을 꿇고 앉아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풀어 정리했다. 가방과 악기를 닦고 욕조에 더운 물을 받아 들어가 앉았다가 그만 잠깐 졸고 말았다.
 

2025년 8월 7일 목요일

뉴욕 공연


 출발 전에 그들이 보내준 목록에서 내가 골랐던 SWR 앰프는 소리가 아주 좋았다. 음향 엔지니어는 훌륭하게 사운드를 조정해줬다. 깜짝 놀랄만큼 소리가 좋아서 리허설을 마친 후, 공연이 끝난 다음에도 찾아가 감사 인사를 했다.

조금만 덜 피로했었다면, 공연하는 날 오전에 시작된 허리 통증만 없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것이 아쉬웠다. 내 사정만 빼면 다른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공연이었다. 할 일을 잘 마치고 났더니 개운한 기분과 피곤이 밀물 썰물처럼 오고 갔다.


2025년 8월 6일 수요일

호텔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여 공항에서 세 시간 반, 그리고 열 다섯 시간 비행, 숙소에 들어 온 것은 JFK 공항에 착륙한지 세 시간이 지난 후였다. 비행기에서 졸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했다. 맨하튼 길 위에 섰을 때엔 마취된 느낌이었다.

멤버들과 함께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방에 돌아와 그대로 일곱 시간 동안 자버렸다.

새벽에 깨어나고 나서야 짐을 풀었다. 새로 산 여행용 공책엔 카베코 펜이 잘 맞았다.
두 해 전에 아버지와 병실에 있을 때에 샀다가 쓰지 않았던 일회용 면도기는 이곳에서 쓰고 버렸다.
낡고 오래된 호텔의 아담한 방 침대에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맞았다.



 

뉴욕에

 

8월 5일 아침, 뉴욕으로 출발. 8월 5일 오후 JFK 공항에 도착.

15:30, 호텔에 짐을 풀고 그대로 뻗어 누웠다.

멤버들과 저녁을 먹고 난 후 객실에 돌아와 일곱 시간 동안 잤다. 비행기에서는 졸다가 깨었다가 했을 뿐 잠들지는 못 했다.

새벽 다섯 시, 멤버들과 호텔 일층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아홉 시 반. 정오에 리허설, 밤 아홉시에 우리 공연 순서다. 공연을 마치면 내일 아침에 다시 JFK 공항으로. 그 다음날에 신림동에서 공연. 미국 체류 시간보다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긴 여정이다. 시간 낭비 없는 매우 알찬 일정이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