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8일 금요일

가수가 밴드를 엿먹이기.

노래하는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을 엿먹이는 방법은 쉽고 간편하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음악의 기본이 부족하고, 뭘 잘 모르니까 수치심도 없다.
부끄러운 줄 모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청중들을 향해 어떤 매너를 갖춰야 하는지도 당연히 모른다.
뭘 모르니까, 그런 사람들은 용감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마이크 앞에 비스듬히 선다. 똑바로 서있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선채로 인사를 몇 마디 하지만, 당연히 관객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상황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밴드를 엿먹이기 시작한다.
'저희들이 연습을 하나도 못해서...'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그래도 한 번 불러 보겠...'
대개 이런 핑계를 댄다.
사실을 말하자면 평소에 연습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자기자신이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음악의 흐름이나 화음의 움직임도 눈치채지 못하여 엉뚱한 곳에서 호흡을 하고 난처한 순간에 괴성을 지른다.
자신이 실수를 하면 반드시 이런 말을 한다.
'밴드가 약속에 없는 것을 갑자기 했네요.'


지난 밤 연주했던 녀석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가 이 글을 읽게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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