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8일 화요일

웨스 몽고메리


독립된 한 장의 앨범이 아니라 음반회사가 재량껏 곡들을 짜맞추어놓은 '히트곡 모음집'을 나는 좋아한다.
일관된 음악적 방향을 가지고 내용물이 담겨있는 음반이 아니라면 독립적인 한 장의 앨범이라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잘 꾸며 놓은 컴필레이션 앨범 한 장이 진지한 감상자의 인생 한 부분을 새로운 색으로 칠해버리기도 하는 법이다.

재즈를 처음 들었을 때에 전혀 사전지식이 없이 무작정 골라 구입했던 음반들이 있었다. 그것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와 웨스 몽고메리의 Verve 판, The Silver Collection 이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 두장의 음반으로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웨스 몽고메리의 The Silver Collection 음반은 그가 Verve 에서 녹음했던 곡들을 간추려 7곡의 소규모 그룹 연주와 3곡의 오케스트라 협연을 담은 음반이다.
이것이 1965년에 발표되었다고 나와있으니 웨스 몽고메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발매되었던 모양이다. Riverside 에서의 녹음과는 질감이 많이 다르고, 나는 이쪽이 더 정감있게 들렸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첫 곡 If You Could See Me Now 는 윈튼 켈리, 폴 챔버스, 지미 캅과 함께 쿼텟을 이루어 뉴욕의 하프 노트라는 클럽에서 1965년에 연주했던 것이었다. 이 세 사람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를 녹음했던 멤버들이었다. 웨스 몽고메리의 좋은점들이 모두 담겨있다고 해줄 수는 없지만 풍부한 사운드와 따뜻한 음색의 솔로, 잘 짜여진 편곡이어서 수백번을 다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런 음반을 맨 처음 들어버리면 나쁜 점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연주자들이 녹음한 If You Could See Me 가 있을텐데, 어쩐지 웨스 몽고메리의 이 버젼이 아니면 나머지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경험과 의견이 있겠지만.
이 음반의 다른 곡들도 모두 참 좋다. 이 음반에 있는 Misty에 완전히 빠져있었어서, 어느날 사라 본의 노래를 들었을 때에 뭔가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처음 들었던 재즈음반이었기도 하고, 처음 들었던 재즈 기타리스트의 음반이기도 했다. 재즈 초보자였던 나에게는 강한 첫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아직 재즈음반을 돈을 내고 구입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기타를 연주하는데 어디 한 번 재즈도 들어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음반을 꼭 들어보시면 좋겠다.
윈튼 켈리의 피아노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오르간 연주자 지미 스미스와의 트리오 버젼도 두 곡 들어있다. 담백하게 편곡된 오케스트라와 쿼텟의 협연도 세 곡이나 담겨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2005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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