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3일 일요일

쿼텟

 


Joshua Redman 쿼텟의 새 음반을 들었다.
사진은 그의 트위터에서 가져온 것이다. 나는 애플뮤직으로 듣고 있다.
과거의 명반을 다시 발매하는 것 말고, 새로 만들어지는 음반들 중에서 좋은 것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렵다. 재즈 뿐만이 아니라 다른 쟝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앨범은 정말 좋았다. 조금 과장하면 감격같은 기분이 들었다.

1993년에 조슈아 레드맨의 두번째 앨범이 나왔을 때에 무척 놀라고 좋아했었다. 나는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에 대학로에 있었던 레코드가게에서 그 음반을 샀다. 음반이 나온지 2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Pat Metheny와의 라이브 트랙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얼른 CD를 집어들었던 것이었는데, 이내 젊은 색소폰 연주자의 멜로디에 사로잡혔다. 그 이듬해에 조슈아 레드맨 쿼텟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앨범 MoodSwing 이 나와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음반은 내가 군복무를 마친 후에 살 수 있었다.  그 쿼텟의 앨범을 들으며 나는 재즈라는 것이 전설로 남아있는 나이 많은 연주자들의 유산에 그치지 않는, 계속 진행하고 있는 음악이라고 확신했었다. 당시 네 명의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는 이미 노인이 된 베테랑들의 그것과 닮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왔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계속 그 멤버들 그대로 쿼텟이 유지되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그 두 장의 앨범은 Pat Metheny Group의 Imaginary Day와 함께 나의 기억 속에서 '90년대 말의 풍경 중 하나였다.

그 후 스물 여섯 해가 지났고, '94년의 그 앨범 구성원이 다시 모여 연주한 것이 새 앨범 RoundAgain 이다. 네 명이 한 앨범을 위해 모두 모인 것은 MoodSwing 이후 처음이다. 이미 어렸을 때에도 좋은 연주자들이었던 그들의 연주는 이제 어떤 수준 위를 날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완전히 무르익은 연주를 듣다가 가끔 정신을 차리면 그제서야 연주자들의 테크닉이 들린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잔가지를 모두 쳐내어 완벽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정원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세 곡은 조슈아 레드맨, 두 곡은 Brad Mehldau, 나머지 두 곡은 한 개씩 Christian McBride와 Brian Blade가 썼다. 수록된 모든 곡이 좋지만 Brad Mehldau의 Moe Honk 와 조슈아 레드맨의 곡 Silly Little Love Song 이 제일 먼저 좋아졌다. 지금의 재즈음악이 어떻길래 그러느냐고 물으면 잘 표현할 수는 없는데, 이 앨범은 어쩐지 이십여년 전의 향수같은 것도 느껴졌다. 2020년에 나오고 있는 재즈음반들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공기가 그 안에 있다.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장마

 


아주 긴 장마가 지나가고 있다.

태풍 '장미'도 남쪽에서 다가오는 중이라고 했다.

비가 끝이 없을 것처럼 내리고 있다.

눅눅해진 바닥에 고양이들이 더워하며 드러누워 있었다. 에어컨을 켜줬더니 고양이 이지가 편한 모습으로 낮잠을 잤다.


낮에 떡볶이를 먹었다. 요즘 며칠 동안 하루에 한 끼를 먹고 있다. 배가 고파지면 고구마를 먹거나 우유를 마셨다.


밤중에 심야 극장에 다녀왔다. 점심 이후 먹은 것이 없어서 극장에서 파는 소세지 빵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니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빙빙 집 주변을 돌다가 지하 2층에 핸드브레이크를 풀어두고 주차했다. 전화번호를 자동차의 앞 유리에 올려뒀다.

집안이 습했다. 비는 다시 쏟아지고 있었다.

2020년 7월 23일 목요일

흐리고 비.

 


잔뜩 흐리고 비가 내렸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 일에 관련된 생각들로 새벽에 잠을 깬 후 계속 깨어 있었다.

그리고, 순이가 죽은지 네 해가 되었다. 이제 곁에 고양이 꼼이도 없는 장마철을 보낸다.

어릴 적 부터 어떤 우연이 반복되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관심을 기울였던 것에 접근하는 경험을 해왔다. 올해에 모든 공연들이 취소되고 더 이상의 음악 일정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더니 악기를 쥐고 무엇을 연습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린 시절 음악에 빠져들었을 때의 곡들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임시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반복하여 들었다.

며칠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그 음악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찾게 되기도 하고 악기를 점검하려고 렌치를 찾다가 엉뚱한 곳에서 오래된 CD를 찾게 되기도 했다. 그런 것이 사소한 것을 다시 배우게 하고 나에게 동기를 주기도 한다.

손톱을 깎고 오래 그냥 세워져 있었던 악기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을 풀기 위해 연습을 시작했다. 
조용했던 집안에 악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고양이 깜이가 내 얼굴을 올려다 보며 표정을 살폈다. 마주 앉아 잠시 쓰다듬어줬다. 고양이는 금세 골골 소리를 내며 드러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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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2일 수요일

비가 내린다.


순이가 떠난지 네 해가 되는 날이었다.
꼼이가 단짝이었던 순이를 따라 가버린지 겨우 이십여일이 지났다.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닫고 집안을 청소하는데, 구석마다 떠나고 없는 고양이 두 마리가 마치 조금 전까지 드러눕거나 뛰어 놀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제 실없는 농담으로 웃고 아무 음악이나 틀어두고 흥얼거리기도 한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고양이들을 보고싶어도 하고 가끔 아무 것도 없는 곳을 향해 없어진 고양이의 이름도 불러 보았다.
같이 있을 동안에 힘주어 행복하려고 하고, 헤어진 후에는 적당히 슬퍼한 후 오래 그리워하면 되는 일이다. 오늘은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