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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0일 토요일

Dave Grusin

 


내가 스무 살, 이십대 초반에 들었던 음악 중에는 그 무렵 인기 있었던 GRP 레이블의 음악이 많았다. 당시 새로운 기술이었던 디지털 레코딩, 디지털 믹싱, 디지털 마스터링으로 제작했다고 하여 시디에 DDD 마크를 표시해두기도 했던 레이블이었다. 나는 나보다 음악을 많이 알고 있었던 친구집에 찾아가 음악을 듣기도 하고 LP나 시디를 빌려오기도 했었다. 그 중에 데이브 그루신의 1977년 앨범 One Of A Kind 도 있었다. 데이브 그루신은 그 이듬해인 1978년에 Larry Rosen 과 함께 GRP Records 를 시작했다. 나는 이 앨범을 친구가 가지고 있었던 LP로 빌려와서 카세트 테잎에 담아 카세트 플레이어로 들으며 다녔었다. 그 음반은 1984년에 GRP 에서 다시 발매했던 리이슈였다. 

그 즈음 어디에선가 우연히 만났던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면서, '가요'는 안 듣는다고 했었다. 보사노바 얘기를 하고 스팅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어느 날 내가 그에게 데이브 그루신의 Modaji 를 들려줬었다. 음악이 시작된 후 1분 쯤 지났을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노래는 언제 나와?' 라고.

그 다음에 한 번 더 만났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서로 별로 호감이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는 나에게 '가요를 싫어하며 데이브 그루신 음악에 노래가 없어서 실망했던' 사람으로 남았다.

빌려왔던 LP를 카세트 테잎에 옮겨 담은 다음 친구에게 음반을 돌려줬다. 그래서 오래도록 그 앨범을 들었으면서도 앨범에 참여했던 연주자들을 알지 못했었다. 알려고 했다면 찾아볼 수 있었을텐데 나는 귀찮았던 모양이다. 이십년 전에 나온 데이브 그루신의 베스트 앨범을 듣다가 생각이 나서 '노래가 나오지 않는' Modaji 의 베이스 연주자를 검색해봤다. 프란시스코 센테노라는 사람이었는데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오래 전 대학로 카페에서 틀어주던 뮤직 비디오에서 봤던 연주자였다. 유튜브 링크를 찾아보니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함께 연주하며 노래도 하던 그분이었다.

앨범 One Of A Kind 에 수록되어 있던 다른 곡 중 Playera 의 베이스는 론 카터였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다. 드럼은 스티브 갯. 나는 그 베이스 소리가 론 카터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그 곡을 들으며 그 베이스 사운드는 분명 일렉트릭 플렛리스 베이스일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그 앨범의 베이스 연주자는 프란시스코 센테노와 론 카터 두 사람이 맡고 있었다. 드럼은 모두 스티브 갯, 색소폰은 그로버 워싱턴 쥬니어였다. 

그러고보니 나는 데이브 그루신의 GRP 음반인 조지 거쉬윈 커넥션이라는 앨범도 가지고 있었는데, 시디와 함께 들어있던 두꺼운 책자와 종이로 되어있는 겉표지만 있고 플라스틱 케이스와 시디는 보이지 않고있다. 봄이 되면 방안의 물건들을 모두 끄집어 내어 꼭 한번 정리를 해야겠다.


2021년 3월 19일 금요일

Chrlie Parker Jam Session


 나는 이 음반을 26년 전에 샀다. 아무 정보 없이 음반가게에서 시디를 고르다가 겨우 네 곡이 들어있는 이 앨범을 보자마자 얼른 구입했다. 겉면에 어마어마한 연주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이 녹음 시리즈에 대해 읽고, 나머지 음반들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녔는데 결국 찾지 못했다. 그 후에는 그것에 대해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생각이 나서 시디를 꺼내어보았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시디가 훼손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시디의 뒷면에 흠집이 크게 났는데 첫번째 트랙에서 계속 튀는 잡음이 들리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 이 음반은 그동안 컴퓨터에 옮겨 담아둔 적이 없었다. 아마 시디에 상처가 난 것이 먼저였고, iTunes 가 등장한 것이 그 이후였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혹시 음악파일로 변환을 하면 괜찮아지지는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나머지 곡이라도 음원파일로 바꾸어 컴퓨터에 넣고, 애플뮤직에 이 음반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발견할 수 없었다. 역시 없는 것인가 생각하다가, 내가 계속 찰리 파커의 이름으로만 검색하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Norman Granz 의 이름을 검색했더니 애플뮤직에 이 녹음의 전체 시리즈가 쨘, 하고 나타났다. 급히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었다. 선명한 모노 사운드가 멋지게 들리고 있었다.

이 녹음은 한반도가 전쟁으로 망가지고 있던 1952년 7월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되었다. 노만 그란쯔는 수완이 좋은 프로듀서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연주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얻고 있었던 사람이었나 보다. 이 연주자들을 동시에 모아놓고 녹음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 레코딩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재즈의 전설들이고, 그 무렵에도 이미 각 악기의 최고들이었다.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 스스로도 꽤 자랑스러웠던지 노만 그란쯔가 쓴 음반해설을 보면 신이 나있다. 애플뮤직에 음원들이 모두 있는 덕분에 며칠은 이 시리즈들을 계속 듣고 있는 중이다. 앨범 표지 그림이 내가 가지고 있는 시디보다 조금 못난 것을 빼면, 곡마다 참여한 뮤지션들의 이름을 모두 잘 적어놓은 점도 좋았고, 내 시디보다 음질도 좋았다.

애플뮤직에서 찾은 같은 앨범.

그래서 플라스틱 상품인 내 오디오시디는 기념품처럼 벽 한 구석에 다시 놓여지고, 69년 전의 기념할만한 녹음을 방금 다운로드한 음원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기분좋게 듣고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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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 시리즈들을 모두 듣고 보니 네 장의 디스크마다 블루스가 있고, 모든 연주자가 한 곡씩 골라 솔로를 진행하는 긴 발라드 메들리도 두 트랙이나 더 있었다. 누군가 도중에 엎질렀는지 물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여유롭게 연주하고는 있지만 무서운 실력자들끼리의 긴장감도 느껴진다. 템포가 빠른 곡에서 각자 네 마디씩 순서대로 주고받는 솔로는 매우 즐겁다. 어느날 오후 내내 옛 재즈를 쉬지 않고 듣고 싶다면 추천할만하다. 

2020년 12월 24일 목요일

옐로우재킷과 빅밴드

 


몇 년 전 펠릭스 파스토리우스의 후임으로 옐로우재킷 멤버가 된 Dane Alderson은 훌륭한 베이시스트이다. 그의 연주가 좋아서 여전히 나는 앨범으로, 동영상으로 옐로우재킷의 음악을 꾸준히 보고 들었다. 올해 연말이 다 되어, 지난 달 첫째 주에 옐로우재킷의 스물 다섯번째 앨범이 나왔다. 그동안 유튜브에서 녹음과 연주 장면이 담긴 짧은 영상을 보아왔는데 드디어 음원이 공개되었다. 기다리고 있던 앨범이어서 반가왔다.

앨범의 제목인 Jackets XL의 XL은 로마숫자 표기로 40이라는 의미이다. 이 밴드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독일 Cologne을 기반으로 오래 활동하고 있는 WDR Big Band와 협연했다. 옐로우재킷의 리듬섹션에 빅밴드 브라스 섹션이 더해졌다. 그리고 열 곡 중 일곱 곡은 바로 멤버인 Bob Mintzer가 편곡하였다. 한 곡은 창단멤버인 Russell Ferrante가, 나머지 두 곡은 Vince Mendoza가 맡았다.

Bob Mintzers는 2016년부터 이 WDR Big Band의 지휘를 맡고 있다. 그리고 이 빅밴드는 작년에 피아니스트 Fred Hersch의 앨범에 참여했는데, 당시 빅밴드의 편곡과 지휘를 맡은 사람은 Vince Mendoza였다. Fred Hersch와 WDR Big Band의 앨범 Begin Again도 아주 좋은 앨범이었다.

옐로우재킷의 스물 다섯번째 앨범은 두 곡을 제외하고 모두 지나온 그들의 앨범 수록곡들을 다시 편곡, 연주한 것이다. 러셀 퍼렌티는 그 중 아홉번째 곡 Coherence를 편곡했다. 이 곡은 옐로우재킷의 2016년 앨범 타이틀곡이었다. 빅밴드 편성으로 다시 연주한 음악 중 가장 정갈하고 숨막히는 편곡이었다. 아름답고 담백하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정말 어려운 변박이 군데 군데 나타나고 있었다. 러셀 퍼렌티는 빅밴드 작곡/편곡/지휘자이며 피아니스트인 Maria Schneider 의 편곡을 가져와 사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것을 위해 그는 마리아 슈나이더의 웹사이트에서 'Hang Gliding'의 악보 패키지를 구입했고, 그것으로 공부하고 연주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고 했다. 이 곡에서는 밥 민처가 실제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고, 러셀 역시 신디사이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정교하게 편곡한 이 음악을 들으며 아주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곡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밥 민처는 대학을 졸업한 뒤 Buddy Rich 빅 밴드와 공연하는 것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었다. 80년대에 그는 브렉커 형제와 윌 리, 피터 어스킨, 로저 로젠버그 등과 함께 당시 젊은 재즈 올스타로 구성된 빅 밴드 활동을 했다. 이후 Thad Jones / Mel Lewis Orchestra와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Word of Mouth 빅 밴드 멤버로도 활동했다. 빅 밴드 편성으로 이루어진 옐로우재킷의 앨범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이다.

밥 민처는 수십년 동안 EWI도 연주해왔다. 신디사이저 관악기인 이 전자악기(사실은 콘트롤러)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어떤 재즈팬들은 '그것은 재즈가 아니다'라는 말도 해왔다. 전자악기를 사용하는데에 적극적이었던 옐로우재킷의 음악도 '재즈가 아닌' 어떤 것으로 분류하기 좋아했던 그 재즈팬들에게도 이 앨범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앨범의 두번째 곡 Dewey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이름 Miles Dewey Davis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뮤트 트럼펫 멜로디는 바로 밥 민처가 EWI로 연주한 것이고, 곡의 중간에 나오는 플룻 연주는 그가 EWI의 플룻음색으로 연주한 것을 빅 밴드 멤버들의 실제 플룻 사운드와 섞은 것이다. 러셀 퍼렌티의 신디사이저 솔로가 아주 좋고, 리듬이 현대적으로 바뀐 것도 좋다. 2020년의 빅 밴드 사운드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데인 앨더슨의 베이스 솔로가 빛나는 곡은 첫번째 수록곡 Downtown이다. 알토 색소폰 솔로는 빅밴드 멤버인 Johan Hörlen의 연주이다. 윌 케네디의 드럼 브레이크가 후반부에 나오는데 그 부분도 아주 좋았다. 윌 케네디는 빅 밴드와의 연주를 위해 22인치 베이스드럼을 사용했다고 했었다. 최근 팝음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라우드 마스터링 - 음량을 크게 하여 음원을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상대적으로 볼륨이 작다. 나는 아마도 그 덕분에 드럼의 공간감이 더 좋게 들리고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난 40년 동안 스물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재즈, 팝, 퓨젼, OST, 가스펠 등을 연주해온 옐로우재킷은 맨 처음 기타리스트 로벤 포드의 밴드로 시작했었다. 여전히 그들을 재즈 그룹으로 생각하지 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이제 옐로우재킷은 역사 속의 어떤 재즈 쿼텟보다도 오랜 기간 활동해온 재즈 밴드가 되었다. 긴 시간 동안 음악활동을 통하여 업적을 이루어 온 이 4인조 그룹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앨범을 들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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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재즈 기타 앨범


 

작년에 애플뮤직에서 하모니카 연주자 Toots Thielemans 을 기리는 듀엣 앨범을 발견했다. 이 듀엣 앨범에 담겨있는 연주들이 좋아서 한동안 자주 듣고 있었다. 한동안  새로운 재즈 연주자를 모른채 지냈었다. 자주 찾아보지 않으면 새로운 음악인들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게 된다. 나에게는 Yvonnivk Prene이라는 하모니카 연주자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기타리스트 Pasquale Grasso 도 낯설었다. 그 음반을 시작으로 나는 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좋아하게 되어 가끔 앨범들을 찾아 들어보고 있었다.

올해에 나왔던 좋은 재즈 음반들 중에서 솔로 기타 연주로 열 두 곡이 담겨있는 Pasquale Grasso 의 이 앨범 Solo Masterpieces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듣다 보면 특정한 쟝르 음악 연주자에게 매료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쟝르만의 언어를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 자신의 음악성과 악곡에 대한 새로운 태도가 드러나는 연주를 마주치게 되면 조금 바쁜 일이 있어도 우선 잠자코 앉아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듣게 된다.  이 앨범의 모든 곡이 그랬었다. 파스쿠알레 그라소의 테크닉도 놀랍지만 스탠다드 재즈 음악들을 해석하는 그의 연주는 재즈 기타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연주자들의 좋은 점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피크와 손가락을 동시에 모두 사용하는 그의 주법은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스쿠알레 그라소는 완벽한 연주자들이 그렇듯 현을 퉁기는 모든 피킹이 다 자연스럽다. 그는 오른손 새끼 손가락까지 자유롭게 사용할뿐더러 그 힘이 센데, 그 덕분에 순간 순간 더 풍부한 기타 화성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그가 사용하는 기타가 특이하여 검색을 해봤다. 프랑스의 기타 장인인 Bryant Trenier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었다. 고전적인 설계로 보이는 외관에 모두 수작업으로 악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파스쿠알레 그라소가 사용하는 기타는 트레니에가 그를 위해 만들어 준 파스쿠알레 그라소 모델 (Modello Pasquale Grasso)이었다. 핑거 레스트가 없는 대신에 콘트롤 노브가 브릿지 부분에 달려있는 점이 좋아 보였다. 바디에 따로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간단한 수리가 필요할 때에도 편리할 것 같았다.  http://www.trenierguitars.com/

파스쿠알레 그라소는 2019년 하반기 동안 솔로 기타 음반으로만 네 개의 디지털 EP 를 발표했었다. 그 후에 세 장의 음반들이 더 나왔다고 했다. 나는 아직 전부 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각 앨범의 제목을 보니 모두 스탠다드 재즈와 위대한 연주자들의 작품들을 연주한 것 같다. 올 겨울에는 그의 연주들을 모두 다 들어보고 싶다. 나는 솔로 기타로 연주되는 재즈 음악은 어쩐지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은 아마 내가 처음 Wes Montgomery의  CD를 구입하고 재즈 기타에 깊이 빠져들었던 계절이 겨울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스쿠알레의 이 앨범은 녹음된 전체 사운드도 좋고 악기의 음색도 좋다. 그 사운드는 조 패스처럼 너무 날카롭지도 않고 짐 홀처럼 너무 슬프지도 않다. 어느 날 하루를 골라 스피커로 크게 틀어두고 들어보고 싶은 앨범이다. 그의 스탠다드 시리즈들은 오래된 재즈팬 뿐 아니라, 이제 막 재즈 기타를 듣기 시작했거나 스탠다드 재즈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아주 좋은 음반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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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항상 그랬었지만 음반이나 음원을 유통하는 회사는 일을 대충 하는 경향이 있다. 지니뮤직에서 위의 음반은 '애시드/퓨젼'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틀린 분류이다.

2020년 8월 23일 일요일

쿼텟

 


Joshua Redman 쿼텟의 새 음반을 들었다.
사진은 그의 트위터에서 가져온 것이다. 나는 애플뮤직으로 듣고 있다.
과거의 명반을 다시 발매하는 것 말고, 새로 만들어지는 음반들 중에서 좋은 것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렵다. 재즈 뿐만이 아니라 다른 쟝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앨범은 정말 좋았다. 조금 과장하면 감격같은 기분이 들었다.

1993년에 조슈아 레드맨의 두번째 앨범이 나왔을 때에 무척 놀라고 좋아했었다. 나는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에 대학로에 있었던 레코드가게에서 그 음반을 샀다. 음반이 나온지 2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Pat Metheny와의 라이브 트랙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얼른 CD를 집어들었던 것이었는데, 이내 젊은 색소폰 연주자의 멜로디에 사로잡혔다. 그 이듬해에 조슈아 레드맨 쿼텟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앨범 MoodSwing 이 나와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음반은 내가 군복무를 마친 후에 살 수 있었다.  그 쿼텟의 앨범을 들으며 나는 재즈라는 것이 전설로 남아있는 나이 많은 연주자들의 유산에 그치지 않는, 계속 진행하고 있는 음악이라고 확신했었다. 당시 네 명의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는 이미 노인이 된 베테랑들의 그것과 닮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왔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계속 그 멤버들 그대로 쿼텟이 유지되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그 두 장의 앨범은 Pat Metheny Group의 Imaginary Day와 함께 나의 기억 속에서 '90년대 말의 풍경 중 하나였다.

그 후 스물 여섯 해가 지났고, '94년의 그 앨범 구성원이 다시 모여 연주한 것이 새 앨범 RoundAgain 이다. 네 명이 한 앨범을 위해 모두 모인 것은 MoodSwing 이후 처음이다. 이미 어렸을 때에도 좋은 연주자들이었던 그들의 연주는 이제 어떤 수준 위를 날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완전히 무르익은 연주를 듣다가 가끔 정신을 차리면 그제서야 연주자들의 테크닉이 들린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잔가지를 모두 쳐내어 완벽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정원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세 곡은 조슈아 레드맨, 두 곡은 Brad Mehldau, 나머지 두 곡은 한 개씩 Christian McBride와 Brian Blade가 썼다. 수록된 모든 곡이 좋지만 Brad Mehldau의 Moe Honk 와 조슈아 레드맨의 곡 Silly Little Love Song 이 제일 먼저 좋아졌다. 지금의 재즈음악이 어떻길래 그러느냐고 물으면 잘 표현할 수는 없는데, 이 앨범은 어쩐지 이십여년 전의 향수같은 것도 느껴졌다. 2020년에 나오고 있는 재즈음반들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공기가 그 안에 있다.





2018년 1월 31일 수요일

Jeff Lorber



제프 로버가 그래미 상을 받았다. Best Contemporary Album 부문에서 수상했다.
상을 받은 음반은 작년에 발표된 Prototype 이다. Nathan East, Pau Jackson, Jr., Dave Mann, Larry Koonse, Chuck Loeb 등이 함께 참여했다. 물론 메인 리듬섹션 연주자는 Jimmy Haslip 과 Gary Novak 이다. 드럼과 베이스의 탄탄한 리듬이란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면 된다.

제프 로버가 활동한 세월이 오래였어서, 나는 그동안 그가 그래미 상을 몇 번은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알고 보니 여섯 번이나 지명되었다가 처음 그래미 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나는 애플뮤직 덕분에 이 앨범을 빠르게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 Jeff Lorber 가 만들어왔던 음악의 완성품이라는 느낌이었다.

버클리 출신의 많은 연주자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왔는데, 그 중에서도 제프 로버는 그의 업적에 비해 평가가 덜 되어왔다는 생각을 했었다. 70년대에 버클리를 거쳐갔던 뮤지션들의 꾸준한 활동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쳐왔다.

그는 14년 전 겨울에 그의 아내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신장에 관련된 유전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누이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훌륭한 연주자의 음악에는 음악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운이 녹아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허비 행콕과 칙 코리아에게서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누구의 음악을 듣고 영감을 받았는지에 대하여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이번에 상을 받은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빅밴드 앨범과 이 음반을 차례로 들으며 새벽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