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9일 토요일

진천에서 공연했다.


고려 초엽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돌다리를 건너 숲속에 있는 무대에 도착했다.
큰 강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수지였다. 돌다리 아래에 흐르던 것은 금강으로 달려가는 세금천이었다. 큰 강인줄 알았던 것에는 초평호라는 이름이 붙어져 있었다. 사실은 저수지였지만 호수라고 해도 좋을 풍경이었다.

아길라 앰프의 소리가 좋았다.
조금 더 늦은 저녁에 공연을 했었다면 숲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듣기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명이라든가 다른 문제 때문에 아마도 해가 떠있는 시간에 공연을 진행하여야 했을 것이다.

연주를 마치고 악기를 차에 실어 주차장으로 보낸 후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산에서 내려와 다시 농다리를 건넜다. 어떤 남자가 다가와 뭔가를 물어보았다. 나에게, 군복무를 어디에서 했느냐고 했다. 그런 질문을 할 사람이 누구일까, 싶어 남자의 얼굴을 보았더니 나의 군대 동기였다. 훈련소를 함께 나와 같은 부대에 배정받은 후에 그는 고민 끝에 하사관에 지원했었다. 무척 반가왔다.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 다만,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많이 미안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새벽에 친구를 공항버스 타는 곳에 데려다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밤중이 되니 몸은 지치고 졸음이 쏟아졌다. 집에 들렀다가 다시 새벽에 운전하며 나가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친구의 집으로 곧장 갔다가, 새벽에 그를 데려다 주고 버스에 올라타는 것을 보며 인사를 했다.

긴 하루였다.


2017년 9월 6일 수요일

어린 고양이와 동물병원에.


한쪽 귀가 무슨 일이었는지 구겨진 채로 되어있는 어린 고양이 까미.
귓속을 진료하기 위해 몇 주 동안 동물병원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낮 시간에 나 혼자 까미를 데리고 다녀왔다. 고양이의 양쪽 귀가 모두 전보다 많이 나아져있었다. 먹는 약을 잘 먹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수의사 선생님이 말해줬다.

동물병원에 갓난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까미는 진료를 마친 후에도 이동장 안에서 칭얼거렸다. 이동장을 아기 고양이 앞에 놓아두었더니 두 어린 고양이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놀았다.


2017년 9월 4일 월요일

늦여름.


자동차 후드 위에 앉아 있는 사마귀를 보았다.
햇볕을 받으며 분명 뜨거울 것이 틀림없는 철판 위에 앉아있었다.

며칠 전에 보았던 사마귀는 초록으로 빛났었다.
그늘에 서있으면 바람이 시원했다.
늦여름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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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3일 일요일

두통.


나는 진통제를 잘 먹으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통증이 심해도 가능한 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았다.
진통제라는 것을 먹으면, 사실은 아픈 것인데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 싫다고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몇 년 전 치과치료를 오래 받으면서 전혀 고민하는 일 없이 진통제를 먹었었다.
다 됐고, 그런 통증은 정말 싫었다.

이번에는 지난 토요일 동탄에서 공연을 할 때에 시작된 두통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약을 먹었다. 쉽게 사라지지 않아 사흘 째 먹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지만 약을 먹기 전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제 아파지면, 나는 부지런히 진통제를 사서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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