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6일 토요일

좋은 사람들이란.




누군가에게 실망을 하고 마음이 틀어져버리는 일은 큰 사건이나 첨예한 대립 때문에 벌어지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일,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 문득 드러나버린 습관 같은 것에 갑자기 그 사람이 꼴 보기 싫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미워진 그 사람은 사실 아무 잘못이 없다. 처음부터 생각이 반대라거나 이해관계 등으로 내 편이 아니었던 사람에게는 실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내가 만들어놓은 기대와 착각으로 사람에게 넌더리가 나고 두 번 다시 보기 싫어질 때가 많다. 정작 상대방은 갑자기 변한 것 없이, 원래부터 그런 상태로 일관해 왔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인간에 대한 불신을 과장하게 된다. 타인을 쉽게 일반화 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게 될 수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깊은 성찰이나 고양된 인격에 몹시 감명하여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 그날따라 다르게 들리는 고운 음성, 새삼 느껴진 따스함에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턱대고 호감을 가진다.

역시 알고 보면 그 상대방이 갑자기 훌륭해졌다거나 아름다와진 것이 아닐 것이고, 사실은 모두 내가 만든 환상과 바람을 증폭시켜줄 티끌만한 단서를 내가 발견하여 과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환상이거나 착각이면 뭐 어떤가. 혐오를 느끼는 것과 호감을 느끼는 것의 주체가 남이 아니라 알고 보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세상의 대부분의 것은 대개 아는만큼 더 보인다. 사람을 보는 일이 꼭 그렇다. 좋은 사람이란 지상에서는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 내가 발견해내고 내가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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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4일 목요일

아직 여름.


깻잎 위에 여치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아무도 자기를 못 보는 줄 아는지, 바람에 흔들리고 사람이 곁을 지나도 꼼짝 않고 있었다.
결국 여치의 다음 일정을 기다려주다가 저것은 따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다.

덥지 않은 여름은 없었는데, 매년 여름은 더 덥게 느껴진다. 이것은 착각이다. 훨씬 더 더운 여름도 있었고 덜 더운 여름도 있었을 것이다.
시골집에서 부모님께 인사하고 다시 운전을 시작하자 다시 비가 무섭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 가물었거나 그 반대로 장마가 더 지독했던 여름도 있었을텐데 어쩐지 해가 갈 수록 여름은 더 더운 것 같고 비내리는 여름 오후는 더 끔찍하게 습하다.

아직은 여름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또 언제 그랬었냐는 듯 찬 바람이 불 것이다.
나는 전에, 여치 같은 메뚜기 친척들이 계절이 바뀌면서 색깔도 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알고보니 갈색여치라는 놈이 따로 있었다. 가을이 되면 옷을 갈아입는 줄로 알고 그놈들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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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2일 화요일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모두 베이스의 헤드머신을 좋아했다.
무엇 때문인지 여전히 잘 모르지만 아무튼 악기를 안고 있으면 늘 다가와 줄감개에 볼을 부비며 좋아한다.

얘가 특히 좋아한다. 열 살이 된 고양이 꼼은 내가 악기의 줄을 교환할 때 마다 곁에서 장난하며 즐거워하더니 결국 철사 모양으로 생긴 것들을 장난감 삼아 놀기 시작했었다. 덕분에 아내는 공예용 철사로 꼼에게 장난감을 자주 만들어 줬다.

한밤중에 바닥에 앉아 연습하고 있었는데, 쿨쿨 자고 있던 고양이가 어느새 다가와 방해를 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화장지 습격.


고양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다고 하는, 화장지 습격.
꼬마 고양이 까미가 드디어 해냈다.

집안의 다른 고양이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인지, 어른 고양이들은 매일 발랄한 어린 고양이와 자주 놀아주지 않는다. 꼬마 고양이는 무척 심심했을 것이었다.

귀의 문제로 병원에 몇 주째 다니고 있는 중이다. 많이 나았지만 아직 더 살펴봐줘야 한다.
짝짝이 귀를 가진 꼬마 고양이가 다시 습격을 할지도 모르니 조금 질 좋은 화장지를 사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해하지 않은 일상용품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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