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5일 토요일

공연


군포에서 공연을 했다.
악기업체에서 가져온 베이스 앰프가 아주 좋았다.
펜더 수퍼 베이스맨이었다. 내가 쓰기에 제일 잘 맞는 앰프였다.
그 진공관 앰프의 음색을 계속 듣고 싶어서 공연이 더 길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오래전 이태원에서 연주할 때에 사용했던 앰프는 펜더와 어쿠스틱이었다. 그 시절 생각이 났다.

다만 공연 시작 후 처음 서너 곡을 지나는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낫지 않고 있던 왼쪽 팔꿈치와 손가락에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깜짝 놀랄만큼 아팠다. 간신히 틀리지 않고 연주를 하긴 했지만 한동안은 손가락 끝이 저려왔다. 줄을 누를 때 마다 아팠다.
잠시 곡과 곡 사이의 시간 동안 손가락을 주물렀다. 감각이 무뎠다. 나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점차 통증은 사라졌고 공연은 잘 마쳤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손가락 끝에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중이다.

시간은 흐른다. 운전을 하며 생각했다.
'아직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제 점점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 일들이 생길 것이고 어느날 아침에 갑자기 늙게 되겠지.' 라고.



.

아직 춥다.


순이가 떠난 후 일곱달을 보냈다.
매일 고양이 생각이 났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싶어한다.

겨울은 끝나가는 모양이다. 아직은 바람이 차갑다.
공연을 위해 악기 손질을 하다가 문득 이 사진이 생각나서 찾아 열어보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사진들을 인화해두고 싶어졌다.



.

2017년 1월 26일 목요일

까만 고양이의 인사.


아내가 찍어둔 사진이었다. 고양이가 뒤집어 쓰고 있는 것도 아내의 소행이었을 것이다.
새해 인사를 하는 것 같아서 귀여웠다.



.

2017년 1월 22일 일요일

눈 내렸던 날.



이 블로그에 적어둘 새해 첫 글을 쓰면서 망설였었다. 한 개는 지우고 한 개는 고쳐 썼다.
오늘은 순이가 떠난지 여섯 달이 되는 날이었다.

대학에서 치르는 입시시험의 심사를 하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섰다. 올 겨울 제일 춥다는 뉴스를 들으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순이가 손바닥만한 어린 고양이였던 시절부터 함께 보내왔던 겨울들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반 년 동안 하루도 순이의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운전을 하거나 음악을 연주할 때에도, 동네의 길을 걷다가 밤하늘의 달을 보게 될 때에도 순이가 떠올랐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 마리씩 쓰다듬고 안아주고 있으면 순이가 품에 안겼을 때의 느낌을 기억해보곤 했다.

추웠던 날 아내의 바지춤을 붙잡고 우리집에 들어와 머물러 살게 된 까만 고양이는 순이가 남기고 떠난 자리에서 자주 잠들고, 순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나는 까만 어린이 고양이의 동그란 머리통을 쓰다듬으면서 자주 순이를 생각했다.

나와 아내는 집안에 함께 있는 나이 든 고양이들에게 더 마음을 쓰려고 하고, 더 세심하게 보살피려고 한다. 함께 있을 때에 더 많이 서로 좋아하며 살아 있고 싶은 마음.

두 달 째 집안의 고양이 한 마리가 아팠고 아직도 스스로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있다. 아내는 몸집이 제일 작은 그 고양이 이지를 간호하고 살피느라 아직도 긴 잠을 자보지 못하며 지내고 있다. 밥을 물에 개어 손으로 떠 먹이고 주사기에 물을 담아 때를 맞추어 먹였다. 우리 두 사람은 식탁 위에 큰 공책을 펴두고 아픈 고양이가 밥을 먹거나 용변을 본 것을 서로 기록해두며 지내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정성을 쏟다가 문득 순이 생각이 나면, 죽고 없는 고양이에게 더 세심하게 잘 해주지 못했던 것들만 떠올라 마음이 안 좋다. 순이에게 나는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미리 아프지 않게 해줄 수 있었는데… 순이는 나 때문에 병을 얻었고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는 말이 없어지고 자꾸 우울해졌다.

학교에 가까와질 무렵 동이 트기 시작했다. 빨간 해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햇빛이 차 안에 뿌려지고 있었다. 녹지 않은 눈과 얼음 때문에 자동차의 앞유리가 뿌옇게 변했다.

나 혼자 순이의 가루가 담긴 조그만 상자를 한 손에 들고 집에 돌아오고 있던 여름날의 아침에도 꼭 그랬었다. 해가 떠오르고 하늘이 밝아지는데도 계속 눈 앞은 뿌옇고 흐릿했다.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계속 눈가를 문지르며 운전을 했었다.

푹신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괜히 건물을 빙 돌아 걸어갔다.
차갑고 마른 공기가 목 안에 가득 들어왔다.

괜히 달력을 열고 날짜를 세어보았다.
음력 섣달 그믐이 닷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