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4일 월요일

짧은 휴식.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을 하러 떠났던 제주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었다.

아픈 고양이에 대한 걱정과, 내일과 모레와 다음주의 일들을 생각하느라 완전히 안심할 시간을 누리지는 못했다.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될 일일테니 불만을 가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도 고생스러웠다.
사흘 내내 비를 맞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조용한 곳에서 빵과 우유와 오렌지로 아침을 먹으며 짧은 평화를 느껴본 것은 좋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직 젖은 옷을 입고서, 몸이 아픈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었다. 그것이 귀한 순간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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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잤다.


며칠 동안 깊이 잠들어본 적이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 우선 에어컨 아래에 악기를 꺼내어 눕혔다. 플렛보드에 물방울이 생기더니 곧 말랐다.

샤워를 하고 내 집의 상황을 아이폰으로 더 들여다보았다.
커텐을 조금 열어두고 모든 조명을 껐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Electric Light Orchestra 의 음악을 틀어뒀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깨어보니 아침 일곱시였다.

오랜만에 실컷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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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3일 일요일

4.3 사건의 흔적


함덕에서 숙소로 향하여 길을 걷다가, 제주 4.3 사건 당시의 이야기가 적혀있는 비석을 보았다. 두 개의 비문을 읽어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누군가가 가져다 고이 놓아둔 꽃 한송이 없었다.
현장마다 꽃을 놓아두려면 제주도는 거대한 꽃밭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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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사진: 꼬마야 님, 산울림매니아

제주문예회관에서 공연했다.

토요일 오전 김포공항은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약속시간 1시간 전에 도착하여 공항을 몇 바퀴 돌다가 겨우 방화동의 다른 곳에 주차를 하고 공항청사까지 걸어갔다. '주차대행 서비스'는 한번도 이용해본 적 없었다.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출발은 지연되었고 제주공항에서는 착륙을 위해 기다리느라 공중에서 한참을 선회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공연장에 도착하여 리허설을 마치고 났더니 이미 지쳐버렸었다.

공연을 마친 후 숙소였던 함덕의 해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많이 더웠고 아직 옷을 갈아입지 못하여 답답했던 식당에서 말없이 빠져나와, 숙소까지 천천히 걸었다. 습도가 가득한 바람이 불었다.


원격카메라 앱으로 집에 두고온 고양이들의 모습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아내의 모습도 자주 보였다. 아픈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물을 먹이고 약을 먹이느라 쉬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