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3일 토요일

시카고 리허설

시카고의 공연장은 이번 투어에서 제일 준비가 잘 되어있었던 곳이었다.
모든 악기가 제 위치에서 대기중이었고 엔지니어는 필요한 준비를 모두 끝내고 우리를 기다려줬다. 그게 당연한 것인데도 안도하고 기뻐해야했던 현실이었다.
기타 앰프에 문제가 생겼었지만 그것도 곧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 미국행에서 가장 빠르고 완벽한 리허설을 마쳤다.
소리가 좋으면 똑같은 분량의 연주를 마치더라도 기진맥진하지 않게 된다. 당연히 공연의 결과도 좋을 수 밖에 없다.
성의를 다해서 준비하고 도와주신 시카고의 분들께 감사 인사를 여러번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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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의 모습

우리들 중 제일 늦게 아이폰을 장만한 상훈씨.
늦게 배운 뭐뭐로 밤 새는줄 모른다더니.
며칠 만에 놀라운 검색 능력과 학습량으로 단번에 고급 사용자로 변신했다. 새벽에 와이파이 신호가 잘 잡히는 호텔 로비로 나가면 반드시 그가 있었다.
귀국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시카고 공항의 어느 기둥에 콘센트가 있는 것을 발견, 내가 말해줬더니 맥북과 아이폰을 충전하며 자리잡고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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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함 견디기


공연 장면의 사진을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얼굴에도 피곤이 가득 보였다.
힘든 일정에 수면부족이어서 피로한 것이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진행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견뎌내어야했던 피곤함은 치명적이었다. 그런 것에도 털털하게 웃어넘기고 요령껏 잘 해나갈 수 있으려면... 도를 닦아야할 것 같았다.
공연 사진들이 도착하면 그제서야 기억이 날 것 같은데, 공연마다 체력이 손실되어서 자세한 기억이 없다.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만 파편처럼 떠오른다. 좋군. 그게 어디야. 일그러진 인상들이 기억나는 것 보다야 훨씬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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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일 금요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외국의 도시를 세 군데 돌아다니고 돌아오느라, 그쪽의 국내 항공사를 이용할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짐을 부리는 분들이 악기를 거칠게 다루지는 않았기 때문에 고마왔지만 무게에 상관없이 짐의 갯수에 따라 돈을 받고 있는 항공사는 미웠다. 그런 줄을 알았다면 하드쉘케이스에 이펙터를 잔뜩 채워서 갔을 것이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30일 내에 다시 출국하는 고객에게 별도의 짐값을 물리지 않기도 했다. 버진 항공사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드 케이스는 그동안 숱한 비행에, 아니면... 마구 던져진 덕분에 그만 너덜너덜해졌다. 악기가 과연 보호는 될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더 견고한 제품으로 장만해야 좋은 것일까.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장기 주차장까지 짐을 들고 밀고 걷는 동안 트렁크의 바퀴소리가 조용한 새벽에 성글게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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