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3일 금요일

리켄베커.


뉴욕에 갔을 때의 사진이다. 어떤 분이 찍어주셨던 것인데 친구가 웹에서 발견하여 나에게 보내줬다. 덕분에 사진을 찍어주신 분을 검색해보았고 그 분의 블로그도 발견했다.

산울림 둘째 형님이 가져오신 리켄베커를 튜닝하고 있었다.
조율을 마친 후에 악기 스탭으로 일하고 있었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베이스 연주자이면서 드러머였다. 악기에 대해 말을 하다가 그가 나에게 작은 소리로, '펜더가 더 좋아. 안 그래?'라고 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며 함께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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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8일 일요일

봄, 공연 시작했다.


6월 초까지 계속되는 공연들이 시작되었다.
사월 한 달 동안은 공연도 공연이지만, 다음 달 초의 큰 공연을 위한 연습들로 일정이 더 빠듯해졌다. 다른 곳의 일도 새로 맡기로 약속을 하여서, 이제 일주일의 나흘은 학원의 레슨실에서, 하루는 학교의 강의실에서, 나머지는 모두 연습실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떤 날은 연습실에서 부랴부랴 다른 곳으로 뛰어가야할테고, 어떤 날에는 일과를 끝내고 연습실로 밤길을 달음질쳐가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월이 되면  L.A.에 한 주일 동안 다녀오게 된다.
고무밴드 형님이 추천해주신 비타민을 병째로 들고 다닌다거나, 친구가 일러준대로 식단조절과 운동을 한다거나 하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른다.
여전히 클럽에서 매일 연주할 때의 기억이 나고, 그런 연주들이 그립다.
지금도 매일 일을 마치고 다닐 수 있는 심야클럽이 있다면 연주하러 다니고 싶다.

지난 한 주일 동안 피곤했던 것 때문인지 감기몸살을 앓았다.

친구가 선물해준 니카라과 유기농 커피를 잔뜩 마셔댔다.

고양이 순이는 제발 불 좀 끄고 잠 좀 자자...라고 말하고 싶은건지,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자면서 투덜거렸다. 나 때문에 눈이 부셔서 깊이 잠을 못자고 있는 것이었다. 담요를 깔아준 자리로 가서 편안히 잠을 자도 좋을텐데, 순이는 늘 내 곁에 붙어서 고단하게 졸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왔다.

리차드 보나의 2000년 North Sea Jazz Festival의 실황을 이제야 구해서 들었다. Joe Sample, David Sanborn과 함께 했던 연주였다.


2007년 4월 7일 토요일

혼자 사는 일.


요즘 집 밖에 오래 머무는 날이 몇 번 있었다.
바빴기 때문이었다.
어느 동네의 주차장에서 급한 이메일을 써보내기도 했고 낯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파일을 다운로하여 벼락치기로 연주준비를 하기도 했다.
25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혼자 있던 순이가 달려나와 떼를 썼다.
칭얼대는 고양이를 안고 달래주고 잘못을 빌었다. 어린 고양이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내가 열어놓은 악기가방에 머리만 집어 넣고 까불기도 했다. 토라지거나 화를 내지 않고 나를 반가와해주니까 나는 더 미안해했다.
순이는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지금은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혼자 사는 일은 랩탑 컴퓨터의 생활과 비슷하다.
언제든지 뚜껑을 툭 덮고 어디론가 떠나야할 일도 생기고, 어디에서든 충전만 대충 할 수 있으면 그만이므로 반드시 집에 들어가야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내가 없는 동안 불쌍한 고양이 순이가 그만 혼자 살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자고 있는 고양이 순이를 쓰다듬으며 한 번 더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순이는 나지막히 갸르륵, 하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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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6일 금요일

음악을 듣고 싶었다.

바쁘고 즐겁게 살고 있다.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이렇게 지내다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잃게 된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 그리워졌다.
새로운 일을 하나 더 맡았다.
이미 몇 달 동안은 쉬는 날이 하루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는 알람에 신경쓰지 않고 어딘가 푹신한 곳에 누워 음악을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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