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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1일 화요일

영화.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에 관한 소식들이 풍성했었다.
새해의 첫 달에는 봉준호 감독의 수 많은 스피치들을 찾아보며 재미있어 했다. 통역가라기 보다는 문학인에 가까운 샤론 최라는 분이 유명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미국에서, 감독과 그 영화는 오스카 상을 여러 개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

영화는 주관적이고 비타협적인 경험이다. 남들이 역겹다고 하는 영화가 나에게는 아름다울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열광하는 영화가 나에게는 참고 봐주기에 고통스러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영화가 나올 때 마다 평론을 하고 대중들을 대상으로 리뷰를 해주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객관화된 특별한 능력인 것 같다.
올해 그 시상식에 한국영화 한 편과 함께 후보에 올랐던 영화들을 대부분 보았다. 내 취향으로 본다면, 나는 타란티노 감독의 슬픈 동화가 상을 한 개 쯤은 더 받을 줄 알았다. 원테이크처럼 보이도록 찍은 그 영국 전쟁영화는 유치했다. 와이티티 감독의 것은 진부했다. 스콜세지의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두 세 번 볼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의 시상식 방송으로 생중계가 다 지나간 다음에서야 뒤늦게 보았다. 집에는 TV가 없고, 있었어도 굳이 그 종편 방송에서 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오스카상 중계 전체를, 그것도 레드 카펫 인터뷰 부터 몇 시간 동안 보았다.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일본어의 흔적이었던 '방화' (邦畵) 라는 명칭으로 '국산 영화'를 불렀었다. 큰 극장에는 주로 당시에 화제였던 미국영화를 보러 다녔다. '방화'는 주로 한적한 동네에서 '동시 상영'을 하는 극장으로 보러 다녔었다. 그랬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한국 영화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도 우리 말로 만들어진 좋은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것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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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4일 토요일

본 것 몇 가지.

영화 몇 편을 보았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찍 시작한 한국영화가 있었다.
유튜브에서 그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에 나는 그 영화가 후질 것을 미리 알았다.
그리고 그 영화의 첫 장면이 시작되었을 때에 나는 과연 이 영화가 유치할 것도 알 수 있었다.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쓸데없이 써먹는 영화들은 언제나 있었다.
음악도 유치했다.

십 몇 년 전에 시작하여 몇 해 동안 HBO에서 방영했었다는 미국드라마를 보았다.
The Wire 였다.
좋은 시리즈물이었다.
음악도 훌륭했다. 에피소드 마다 그것을 잘 드러내는 음악들이 들렸다.
영어자막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나중에 검색하여 알고보니 방언과 은어를 잘 골라서 대사에 끼워넣었다고 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재미있게 볼만 했던 드라마라는 것을 잘 알았다.

이 시리즈물에서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Omar Little 이었다.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 배우가 묘사하는 인물이 입체적이었다. 훌륭했다. 그 배우에 대해 찾아 읽어보았다.
Michael Kenneth Williams 라는 인물이었다.
예상했던대로 가장 많이 인기를 모았던 캐릭터로 이 배우의 이름이 알려져있었다. 얼굴에 세로로 길게 나 있는 상처가 그의 실제 흉터라는 것도 알았다.

이 배우는 약국에서 일을 하다가 자넷 잭슨의 앨범 Rhythm Nation 1814를 듣고 각성하여 직장을 그만뒀다. 그 후 댄서가 되기 위해 배우고 커리어를 쌓기 위한 일을 하다가 Tupac 의 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음악이 어떤 사람을 다른 예술의 길로 이끌고, 그가 다시 음악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 예가 많이 있었다. 이 배우의 인생도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흑인배우의 쓰임새가 따로 존재하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마이클 윌리엄스는 오마 리틀의 연기를 통해 그 영향을 더 넓혔다.
나는 자넷 잭슨의 음반을 틀어두고 노랫말을 검색하여 훑어 보았다.
80년대 끝물에 나왔던 앨범으로 당시의 사운드가 잘 담겨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가사의 내용들이라고 했다.
이 음반은 미국 내 흑인들의 머리속을 각성시키고, 그것에 영향받은 배우를 만들어 낸 앨범이 되었다. 그 배우는 이후 미국 흑인들의 메세지를 쏟아내었던 힙합 뮤지션과의 인연으로 다른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의 댄서로 활동하였고, 나중에는 TV 시리즈의 중요한 캐릭터를 맡았다. 다시 그 영향이 미국의 흑인과 다른 인종들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이것은 좋은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나의 작은 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좋은 스토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미약하고, 그저 볼티모어의 작은 코너에 지나지 않을 음악시장터 안에서 서로 생존을 위해 약을 파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 같았다. 그것에는 어떤 새로운 생각도, 반성도, 각성도 이루어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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