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5일 목요일

준비.

과천 공연 후 공연은 몇 주 쉬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가을이 한창이다.
주말부터 다시 공연들을 시작한다. 연말까지 계속이다.

홈페이지를 정리하다가 수 년 전의 사진들을 봤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악기를 처음 구입했을 때의 사진도 있었다. 하루 중 휴대전화보다 더 많이 만지고 사용하는 도구여서 처음처럼 잘 닦여지고 깨끗한 상태일 수가 없었다. 마지막 분기의 공연들을 시작하기 위해 오늘은 악기마다 새 줄을 갈아 끼우고 지판에 오일을 먹였다. 일일이 문질러 닦아준다거나 하는 일은 자주 못한지 오래되었다. 녹슬어버린 브릿지가 당분간은 멀쩡하게 잘 버텨준다면 좋겠다. 바꾸고 싶지 않은데 점점 더 심하게 부식되어가고 있다. 다른 악기는 갑자기 건조해진 날씨 탓에 네크에 이상이 있었다가 습도를 맞춰준 덕분에 다시 좋은 상태로 돌아왔다.

한 해 전 이맘 때에도 나는 비슷하게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울의 초입에 유난히 추위를 견디지 못해하면서 도로를 뛰어다녔었다. 공연장에 도착하면 잔뜩 얼어버린 악기를 녹이느라 외투를 벗어 덮어놓기도 했었다. 차갑고 마른 공기, 입김, 볼을 얼게 하는 바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두꺼운 옷위에 악기를 걸쳐메고 운동화 속에는 발이 얼어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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