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31일 수요일

우연한 연주.

우연한 연주.
속마음은 적절한 장소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주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 인사만 하고 바삐 돌아올 작정이었는데, 거절 못할 부탁이어서 하는 수 없었다. 
더 머뭇거리면 실례일 것 같아서 낯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언제부터 그렇게 비싸게 굴었느냐는 소리를 들을까봐 그랬던 것도 아니고 좋지 않은 악기가 불편해서 꺼렸던 것도 아니었다. 몇 사람이 되었든 연주를 보고 듣는 분들에게 소란을 끼치기가 싫었다. 무엇보다도 좋지 않은 연주를 하게 되면 기분이 망쳐진다. 그런 기분은 제법 오래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나쁜 음악, 나쁜 악기란 없다고 여전히 믿는다. 나쁜 연주자만 있을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난 밤의 그 장소에서의 내가 나쁜 연주자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관객들도 모두들 정말 즐거워서 박수를 쳐주셨으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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