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9일 금요일

피아노.

오늘도 운전을 많이 했다.
오전 일찍 집을 나설 때엔 데이브 그루신, 빌 에반스, 키스 자렛, 브라이언 멜빈을 들었다.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동안에는 크리스 보티와 아르투로 산도발, 마일즈 데이비스를 들었다.
낮에 들렀던 헌책방이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니었다고.) 옆이었는데, 그 동네 특유의 풀냄새와 한적함 때문이었는지 언덕위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피아노 음악에 취해있었다.

내 기억속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피아노와 관련된 이미지는, 희고 예쁘장한 손에 묻은 핏방울이었다. 새로 펼친 악보에 그만 손가락을 베어서, 그 여자의 손에서 핏방울 하나가 건반 위에 뚝 하고 떨어졌었다. 나는 일곱살도 되지 않았던 꼬마였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 에로틱하게 느껴졌었다. 그후로 한참을 흰 종이, 흰 손가락, 흰 건반과 붉은 핏방울의 이미지에 홀려있었던 기억이, 오늘 났었다.
여차여차하여 그 해 여름 이후 피아노 앞에 앉아본 적은 없게 되었었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세상에 피아노만한 악기가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