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2일 월요일

무서운 꿈.

길몽, 흉몽... 이라는 단순한 분류말고, 우리는 꿈에 대한 더 세부적인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좋은척 했지만 개꿈, 개가 등장했는데 알고보니 예지몽 (원하지 않는 영양탕을 대접받았다던가... 하는), 복권당첨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돼지꿈, 삼겹살이나 돼지뽈살에 관련된 돼지꿈 등등으로... 체계적인 분류와 연구를 누군가가 해줘야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무서운 꿈 때문에 미칠 지경이 되었다.
깨고 나면 뭐 견딜만한데, 꿈속에서는 정말 공포스럽다.
나는 과거에 많은 횟수로, 곧 나에게 닥쳐올 나쁜 일들에 대한 꿈을 미리 꿨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단 한번도 그런 꿈을 꾸고나서 미리 앞일에 대한 대비를 했다거나 꿈의 암시를 알아챘다던가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뭐 사실 대비를 한다고 해봤자 뭘 할 수 있겠는가.
하마트면 한쪽 눈을 잃을뻔했던 무서운 사고를 겪기 전날 밤에, 나는 내 눈에 쇠젓가락이 꽂혀서 괴로와했던 꿈을 꿨었다. 그 다음날 오후에, 누군가가 트럭 위에서 잘못 던진 쇠파이프가 날아와서 내 오른쪽 눈과 귀 사이의 관자놀이를 맞추고 말았었지. 희한하고 다행스럽게 쇠파이프가 날카롭지 않아서 가벼운 뇌진탕과 찰과상만 입었었다.
어쨌거나 내가 조금만 고개를 잘못 돌렸더라면 눈알이나 귀가 작살이 날 뻔 했었던 것이었다.
조금더 세부적이었던 꿈은, 누군가 거대한 존재가 내 차를 마구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꿈이었다. 차 안에 갇혀서 어쩔줄 몰라하던 사람은 내가 아니었고 다른 사람이었었지.
그리고나서 며칠 뒤에 나는 졸음운전을 하다가 갓길에 세워둔 공사표지판을 가볍게 들이받고 급정지했었다. 자동차는 범퍼만 긁혔을뿐 이번에도 나는 멀쩡했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조심하며 집에 돌아오는데, 같은 길에서 큰 사고를 당해 어떤 차가 찌그러진채 수습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도로엔 유리가루가 가득했고... 소름 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후 나는 조금 시건방지게 되어서, 어지간한 일에도 나라는 녀석은 어쩐지 다치거나 죽을 팔자는 아닌게야, 따위의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그 해 초여름, 일주일 내내 괴한들에게 여러차례 칼을 맞고 죽는 꿈과, 높은 언덕에서 누군가가 밀어서 떨어져 죽는 꿈과, 무서운 여자가 송곳으로 내 가슴을 마구 찔러서 바닥에 흘러넘치는 내 피에 미끄러지며 도망치는 꿈을 꿨었다.
그리고 그 해 늦 여름, 나는 갑자기 이혼했다.

어떤 날엔 하룻밤에 몇 가지의 꿈을 꾸기도 하고, 수목드라마처럼 매주 이어서 꾸는 꿈도 생겨서 꿈속의 장소를 약도로 그려보기도 했었다. 심지어 다시 같은 장소가 등장하는 꿈을 꾸게 될때엔 꿈속에서 만나는 존재들에게 잘 있었느냐고 인사를 했던 적도 있었다.
꿈을 연구한 사람의 책을 읽어보면 나와 같은 경우는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신경쓰이지 않을 수는 없다. 일반적이든 특수한 것이든 간에 무서운 꿈은 정말 질색이다. 심한 공포에 질려서 잠을 깨버리면 다행인데, 은근히 무서운 장면들을 꿈속에서 더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이번에 새롭게 연속되고 있는 공포물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항상 너무 너무 사악한 존재가 직접 출연하고, 소품도 다양하고 시공간 설정도 스케일이 크다. 이렇게 다채로운 악몽을 겪은 적이 없었다.

노력 끝에 불면증을 없애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분류하기 어려운 악몽에 시달릴 줄이야. 이것이 그냥 개꿈이기를 바라며... 완전히 피곤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꿈도 꾸지 않고 잘 수 있기를 바라며, 스무 잔 째의 커피를 또 마시고 있다. 부산에서 돌아온지 네 시간 째이고, 마지막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난지 40시간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