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2일 월요일

공연 후에.


잘 자고 일어났다.
그놈의 악몽에 대한 글을 써둔 효과가 있었던 것이었는지, 꿈의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
정말 많이 피로할 때까지 버티다가 잠들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꿈을 꾸었어도 기억을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고 일어났더니 그만 손이 퉁퉁 부어있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꺼두고, 대신 빈 공책을 펴놓았다. 천천히 하나씩 있었던 일을 짚어 보았다.
어제 밤에 부산에서, 마지막 곡이 시작될 때부터 무대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들어올때까지 아래층과 위층의 모든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뛰며 좋아해줬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볼 수 있는 것은 즐겁고 기쁘다. 기분 좋았다.

나는 어쩌면 그동안 여유있어도 좋을 순간에 잔뜩 신경을 세우고, 긴장해야할 때에 바보처럼 느긋하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세 번의 공연을 통해 무대 위에서의 작은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이제 이 달의 일정은 아무 것도 없게 되었다.
시간이 생겼으니 며칠 놀러라도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여전히 없다.
일이 없어도, 놀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