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5일 일요일

순이의 자리



나는 병적으로 시디와 디비디에 백업을 해두던 버릇을 버린지 오래 됐다.
그 대신 대용량 하드 디스크를 늘려가며 온갖 파일들을 담아두고 있다.
하드 디스크라는 것이 자료를 보관하기엔 얼마나 위험한 매체인지를 잘 알고 있다. 나는 평소에 하드디스크가 충격받지 않게 하려고, 너무 열받지 않게 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기도 하거니와, 행여 알아준다고 해도 자신의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고양이 순이는 창가에서 바람쐬며 졸다가 어쩐지 으슬으슬하다 싶으면 저렇게 하드 디스크 위에 올라와 온돌을 즐긴다.

고양이가 자리를 비운 뒤 하드 디스크들을 만져보면 정말 뜨겁다. (고양이나 기계나) 이 정도 열은 버텨주겠지... 하면서도 신경 쓰인다.

순이가 푹신하게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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