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9일 금요일

비 오고 꽃 떨어졌다.


오늘은 어릴적의 기억들이 자주 떠올랐다.
어린애 때부터 나는 비만 오면 흥분했었다.
여름이 되면 추워하지 않으면서 비를 맞고 다닐 수 있어서 좋아했었지. 지금은 그런 짓 못한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약속없는 아침 시간에 외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괜히 기분이 좋아서, 오전에 일찍 집을 나서는데 길가에 꽃잎이 수두룩하니 떨어져있었다. 얼룩 고양이 한 놈이 발에 물묻히기 싫어서 꽃잎을 밟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길래, 서둘러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냈다.
당연히, 내 둔한 동작으로 카메라의 스위치를 켰을 때엔 고양이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고양이라는 놈들은 하는 일 없이 분주하고 느리면서 재빠르다.

그래서 주인공 없는 배경 사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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