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6일 월요일

그린플러그드 공연.

사진 ; 베이시스트 민경준 님
바람이 몹시 불어서 춥고 손이 시려웠는데 그래도 오월 중순. 무대 위는 약간 서늘했던 정도였다.
겨우 30여분 동안의 공연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대 위가 몹시 시끄러웠다.
관객이 많고 공연장이 클 수록 무대 위의 사운드는 정돈되고 고요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것은 밴드의 문제였다. 사실은 나의 일정 때문에 사흘 전에 공연장 리허설을 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관객들의 표정이 밝았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무대 위에서 누런 색깔로 넘실 거리는 한강이 어둠에 감춰져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 오는 길에는 두리뭉실한 달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다.
아마도 센 강바람을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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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5일 일요일

일요일 공연

일주일 내내 힘들었다. 잠을 못자고 운전하는 것을 이제 못하겠다. 많이 힘들다.
정말 이런 식으로 생활하지 않겠다고, 뭔가 생활 패턴을 바꿔보이겠다고 큰소리 쳤던 것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토요일을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소파에 엎드려 자버렸다. 다시 일어나 마저 일을 하고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잤다. 잠깐 깨어나 일하고 의자에서 또 잠드는 일을 반복하며 보내버렸다.
이불을 덮지 않은 탓에 추워서 깨어나 보니 이른 아침이었다.
오늘은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공연날이다.

상태가 말이 아닌 것도 그렇지만 머리 속이 텅 빈 것 처럼 되어서 제대로 멍청해져버렸다. 너무 찌뿌듯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지난 화요일에는 빗속에서 야외공연을 하는 바람에 페달보드가 흠뻑 젖었었다. 집에 와서 잘 말려두긴 했지만 케이블 사이에 습기가 남아있는지 아니면 녹이 슬었는지 접촉 상태가 좋지 않다. 당장 모두 분리해서 열심히 닦고 점검하면 좋을텐데 그것을 못했다. 멍청한 표정으로 그냥 쳐다보기만 하며 무덤덤하게 앉아 있었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배도 고프고 목이 마르고 그러나 움직이기도 싫고 계속 멍청한 상태로 하루를 보낼 것 같은 상태이다. 지금은 음악도 잘 안들린다.
오늘 연주할 공연장이 어디인지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검색을 해보고 지도를 살펴보다가 어제의 공연 후기들을 읽어 보았다. 사람들이 마음씨가 좋다. 좋지 않은 공연에는 비난도 퍼붓고 훈계도 늘어놓으면 좋겠다. 칭찬의 말들만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면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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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6일 금요일

어린이 고양이

(하는 짓은) 아직도 어린이인 고양이.
집안에서 얘만 날씬하고 말랐다.
밥 좀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워낙 가리는 음식(=사료)이 많고, 그나마도 많이 먹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활동량은 제일 많다. 놀지 못해서 언제나 꿈틀 꿈틀 안달을 하고 있으니, 살이 붙을 겨를이 없다.
집안의 고양이가 건강할 수 있도록 신경쓰는 일이 참 까다롭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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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꽃내음이 먼지와 함께 날아다니는 계절의 공연들을 치르고 있다.
이동하는 거리와 항상 이른 리허설 시간 때문에 언제나 잠이 부족하다.
연주할 때의 체력 쯤이야 문제되지 않지만 일정이 끝나면 졸면서 운전을 한다. 그것이 점점 위태로운 수준이 되었다.
공연하는 날에는 아예 아침 일찍 출발하여 현장에 도착 후 차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해야겠다. 그래서 침낭을 한 개 사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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