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다시 김포공항으로

 



언제나 그랬지만, 다섯시부터 오분 간격으로 맞춰둔 알람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 왜냐면 알람이 울리기 이십분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미리 챙겨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체크아웃한 다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따라 컵에 덮개를 씌워 들고 호텔에서 나왔다.

5:00 코엔지역 파출소 앞 승차장에서 택시를 탔다. 어제 저녁에 미리 외워둔 일본어로 공항에 데려다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곧장 안양으로 가서 오늘의 밴드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비싼 택시비는 아깝지 않았다. 체력을 아끼며 공항이 혼잡하기 전에 비행기 탑승구 앞에 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5:43 하네다 공항 3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직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항공권은 어제 모바일 앱으로 체크인 했고, 출국심사도 빠르게 마쳤다.
6:05 탑승구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호텔에 치약과 칫솔을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아마 어제 밤 짐을 챙기고 있던 과거의 나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호텔을 나오기 전에 양치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근처에 있는 상점은 일곱시에 문을 연다고 써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국수 한 그릇을 사 먹고 일곱시가 되어 칫솔과 치약을 구입했다.

8:00 터미널 한쪽 맨 끝이 내가 탈 비행기의 탑승구였다. 먼 거리였다. 거기까지 걷는데 이미 몸이 너덜너덜해져서 기운이 없었다. 조금 전에 먹었던 국수 때문에 더 졸리웠던 것이었나 보다. 눈앞에 보이는 터미널 내부의 구조가 스탠리 큐브릭 영화 스틸처럼 보였다. 거의 사흘 내내 수면부족 상태로 일단 여기까지는 왔으니, 오후에 안양에 도착하기만 하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1:57 김포공항에 돌아왔다. 던킨도우넛에서 찬 커피를 사고, 주차비로 오만원을 낸 뒤, 곧장 안양으로 출발했다. 음악을 틀지도 않고 막히는 도로를 앞만 보며 움찔움찔 가고 있었다.

13:40 안양아트센터에 도착했다. 페달보드와 악기를 설치하고 튜닝을 했다.차에 실어뒀던 것 치고는 악기 상태가 아주 좋았다. 주차장의 기온과 습도가 적당했었나 보다.
공연장 대기실에 샤워실이 있어서 냉큼 수건을 챙겨들고 들어갔다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그대로 다시 나왔다. 어째서 더운물이 나오는지 미리 확인하지도 않고 부랴부랴 옷부터 벗었던 걸까.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감고 대기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14:30 밴드 멤버들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아무래도 오늘은 연주 도중에 살짝 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