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2일 일요일

함께 나이 들었다.


 유월부터 열네살 고양이 이지의 당뇨병을 치료하고 간병하며 돌보기를 다섯달 째. 나는 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잦았고 아내는 혼자서 잠을 못자며 고양이를 보살폈다. 올해의 여름은 아내에겐 없었던 계절이 되었다. 

이지의 혈당수치가 점점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인슐린 주사를 매일 하지 않아도 될 즈음에 이번엔 열세살 고양이 짤이가 눈에 띄게 안 좋아보였다. 잘 먹지 않고 움직임이 둔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딘가 표정도 밝지 않았다. 짤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종합검사를 했다. 다른 수치는 건강하게 나오고 있었지만 폐에 침윤이 있었고 만성췌장염 증상이 발견되었다. 비장에 의심스러운 것이 초음파 촬영으로 보였다고도 했다. 약을 사고, 수액과 나비침, 주사기를 사와서 짤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사료와 약을 먹여주고, 매일 피하수액 주사를 해줬다. 우리는 꼼이를 떠나보내기 전에 이미 피하수액 주사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잘 하고 싶었기 때문에 동영상을 찾아보고 알아야 할 것을 검색하여 열심히 읽었다. 그 다음 주에 진료를 받았고, 폐침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침도 하지 않았고, 췌장염 수치도 미약하나마 좋아졌다. 주치의는 비장에 세침흡인검사를 해볼 것을 권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약을 사고, 수액을 사서 짤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아직 고양이 짤이는 스스로 사료를 먹지 않아서 아내가 나이 든 두 마리 고양이를 하루 종일 시간 맞춰 밥을 먹여주고 있다. 수액을 주사할 땐 두 사람이 함께 고양이 곁에 앉아 쓰다듬어주며 천천히 주사해줬다. 며칠 동안 내가 밖에서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그것도 아내 혼자 수액의 양을 나누어 놓아주고 있었다. 짤이는 금세 회복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나이 들어버린 고양이들이 쇠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쪼록 고양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