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춘천 공연


전날 밤에 페달보드에서 MXR 프리앰프를 제거하고 보스 코러스 옆에 코러스 페달을 한 개 더 붙여 놓았다. 패치 케이블은 전부 빼어서 접점부활제로 잘 닦고 전원 연결선도 깔끔하게 새로 정리했다. 코러스 페달은 각각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함께 담았던 것인데, 나는 그 제조사를 아무 생각 없이 엉뚱한 회사의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잘 보이는 곳에 버젓이 상표가 붙어있었는데도. 공연을 다 마친 뒤에 염민열과 대화를 하다가 비로소 Providence 상표라는 것을 다시 알았다. 그렇게 오래 사용하고 있는 물건의 이름 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않고 있었다니. 생각을 게으르게 하면 안되는데.

공연장에 도착해서 우리 공연을 준비해주는 팀의 스탭 중 한 분이 하루 전날 돌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장 젊은 직원이었다. 리허설을 할 때에 모니터 음향의 상태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는 따로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고 연주하기로 했다. 우리는 밴드의 이름으로 따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 무대 위에서 사고가 났거나 했던 일은 아니라고 해도 함께 일하며 많은 장소를 다녔던 분의 일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어두웠다.

이상한 기분을 갖고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왜 그랬는지 물 한 병을 다 마셨다가, 겨우 두어 곡 지날 무렵부터 오줌이 마려워서 아주 힘들었다. 마지막 곡을 연주하고 무대인사까지 잘 마친 뒤에 화장실까지 냅다 뛰어갔다. 이번 춘천공연은 그런 일들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