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7일 화요일

하루 종일


아침 열시 반에 광명역 맞은편 행사장에 도착했다. 가을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밴드의 연주 순서는 오후 다섯 시였다. 리허설을 열한 시에 해달라고 했던 모양이었다. 사운드체크 정도만으로 리허설을 일찍 끝낼 수 있었다. 열두 시에 대기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 안에서 조금 잠을 잤다. 지난 주에 시골집에 가서 일을 좀 했는데 그 뒤로 허리통증이 도졌다. 순서가 될 때까지 자동차 시트를 눕혀 드러누운채로 시간을 보냈다.


행사는 정해진 시간을 잘 지켜 진행되었다. 준비에 공을 들이고 돈을 아끼지 않은 티가 났다. 진행을 맡은 팀은 규율이 잡혀 있고 엄격하게 일을 잘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맡은 바를 잘 해내는 것과 자기들이 꾸민 각본을 고루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다. 오늘 보았던 그 팀은 고압적이고 무례했다. 그것이 그 기업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처럼, 나는 느꼈다.
아픈 허리를 문지르며 정체가 심한 퇴근길을 열심히 달려 집에 왔다. 대표팀과 베트남의 축구 평가전이 시작하기 직전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통증 때문에 악기는 그대로 차에 실어둔 채 집에 올라왔다. 내일은 친구들 밴드 합주가 있다. 다음 주 일본에 가기 전 유일한 합주연습이다. 차에 실어둔 악기를 가지고 갈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