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8일 월요일

하루.


알람을 듣고 깨었다. 세 시간 정도 잔 것 같았다.
전화와 애플워치를 충전기에 연결하고, 욕실에 들어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했다.

준비를 마쳤더니 여섯 시 이십 분이었다. 출근시간에 도로가 얼마나 막히는지 잘 알고 있다. 서둘러 출발했다. 라디오를 들으며 꽉 막힌 도로를 느리게 느리게 달려야 했다.

길가에서 부모 두 분을 태우고, 다시 강을 건너 병원으로 달렸다. 겨우 예약시간에 마춰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주에는 아내의 부친이 병원에 계속 계셨다. 이번 주에는 내 부친이다. 이런 생활에 이제 익숙해졌다.

내 아버지는 여섯 가지의 검사를 했다. 다음 주 수술을 앞두고 하는 검진이었다. 마지막 진료를 기다리며 병원 복도의 의자에 잠깐 앉았다가, 나는 그만 벽에 등을 기대고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졸아버렸던 곳은 4층이었는데 그 사이에 엄마가 아버지를 데리고 2층 마취과 진료를 마친 후 내가 앉아있는 곳으로 돌아와 잠을 깨웠다.

두 노인을 다시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후 시간에도 길이 막혔다. 병원에서 잠시 졸았던 것 덕분이었는지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침대에서 아침과 똑같은 모습으로 뒹굴고 있던 고양이 깜이를 한 번 어루만져주고, 나도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날이 저문 다음 깨었다. 나는 낮에 내가 어디에 자동차를 주차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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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일 수요일

태풍, 온라인 수업

 


태풍 '바비'가 지나간 다음, 다른 태풍 '마이삭'이 왔다.
이번에는 태풍이 제주, 경남, 강원도에서 동해 북쪽으로 지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동네에는 비가 조금 내렸고 센 바람이 부는 것 같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어제까지는 습도가 높았는데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2학기 첫 수업은 온라인으로 시작했다. 학교에서 4주 동안 '비대면수업'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와 달리 온라인 수업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자료를 새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더 들여야 했다.

긴 플레이리스트가 끝나기 직전에 블루투스 이어폰의 배터리가 끝나버렸다. 마지막 곡은 어차피 귀기울여 듣고 있지도 않았으니까 괜찮다, 라고 생각했다. 에어팟을 매일 많이 사용했더니 이제 배터리가 오래 가지 못한다.

태풍, 전염병, 그리고 온라인 수업으로 시작하는 올해의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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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3일 일요일

쿼텟

 


Joshua Redman 쿼텟의 새 음반을 들었다.
사진은 그의 트위터에서 가져온 것이다. 나는 애플뮤직으로 듣고 있다.
과거의 명반을 다시 발매하는 것 말고, 새로 만들어지는 음반들 중에서 좋은 것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렵다. 재즈 뿐만이 아니라 다른 쟝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앨범은 정말 좋았다. 조금 과장하면 감격같은 기분이 들었다.

1993년에 조슈아 레드맨의 두번째 앨범이 나왔을 때에 무척 놀라고 좋아했었다. 나는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에 대학로에 있었던 레코드가게에서 그 음반을 샀다. 음반이 나온지 2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Pat Metheny와의 라이브 트랙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얼른 CD를 집어들었던 것이었는데, 이내 젊은 색소폰 연주자의 멜로디에 사로잡혔다. 그 이듬해에 조슈아 레드맨 쿼텟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앨범 MoodSwing 이 나와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음반은 내가 군복무를 마친 후에 살 수 있었다.  그 쿼텟의 앨범을 들으며 나는 재즈라는 것이 전설로 남아있는 나이 많은 연주자들의 유산에 그치지 않는, 계속 진행하고 있는 음악이라고 확신했었다. 당시 네 명의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는 이미 노인이 된 베테랑들의 그것과 닮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왔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계속 그 멤버들 그대로 쿼텟이 유지되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그 두 장의 앨범은 Pat Metheny Group의 Imaginary Day와 함께 나의 기억 속에서 '90년대 말의 풍경 중 하나였다.

그 후 스물 여섯 해가 지났고, '94년의 그 앨범 구성원이 다시 모여 연주한 것이 새 앨범 RoundAgain 이다. 네 명이 한 앨범을 위해 모두 모인 것은 MoodSwing 이후 처음이다. 이미 어렸을 때에도 좋은 연주자들이었던 그들의 연주는 이제 어떤 수준 위를 날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완전히 무르익은 연주를 듣다가 가끔 정신을 차리면 그제서야 연주자들의 테크닉이 들린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잔가지를 모두 쳐내어 완벽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정원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세 곡은 조슈아 레드맨, 두 곡은 Brad Mehldau, 나머지 두 곡은 한 개씩 Christian McBride와 Brian Blade가 썼다. 수록된 모든 곡이 좋지만 Brad Mehldau의 Moe Honk 와 조슈아 레드맨의 곡 Silly Little Love Song 이 제일 먼저 좋아졌다. 지금의 재즈음악이 어떻길래 그러느냐고 물으면 잘 표현할 수는 없는데, 이 앨범은 어쩐지 이십여년 전의 향수같은 것도 느껴졌다. 2020년에 나오고 있는 재즈음반들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공기가 그 안에 있다.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장마

 


아주 긴 장마가 지나가고 있다.

태풍 '장미'도 남쪽에서 다가오는 중이라고 했다.

비가 끝이 없을 것처럼 내리고 있다.

눅눅해진 바닥에 고양이들이 더워하며 드러누워 있었다. 에어컨을 켜줬더니 고양이 이지가 편한 모습으로 낮잠을 잤다.


낮에 떡볶이를 먹었다. 요즘 며칠 동안 하루에 한 끼를 먹고 있다. 배가 고파지면 고구마를 먹거나 우유를 마셨다.


밤중에 심야 극장에 다녀왔다. 점심 이후 먹은 것이 없어서 극장에서 파는 소세지 빵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니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빙빙 집 주변을 돌다가 지하 2층에 핸드브레이크를 풀어두고 주차했다. 전화번호를 자동차의 앞 유리에 올려뒀다.

집안이 습했다. 비는 다시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