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9일 토요일

이천에서 공연했다.


이천에 있는 설봉공원에는 벌써 몇 번째 가서 공연을 했었다.
그런데 항상 비가 내렸고, 이 날도 비가 왔었다.
어느 맑은 날에 이곳에 한 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날 아침에 나는 너무 일찍 일어났고, 운전을 너무 많이 했고, 두 끼를 연속으로 냉면을 먹었던 탓인지 그만 배탈도 났었다. 무대 위는 정말 습했어서 악기의 네크에 계속 물기가 머금어 있었다. 공연을 마칠 즈음에는 피로감이 심했었다.

그런데 연주하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관객들의 호응이라던가 괜찮은 음향 상태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주와 다음 달의 공연들은 모두 야외공연이다. 머지않아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연주할 것이고 11월에 예정되어 있는 야외공연을 할 때엔 손이 시려워질 것이다.

시간은 정말 점점 빨리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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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 지났다.


결혼 10주년을 지나보냈다. 살다보니 지나간 세월이니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처음 각자 한 마리씩 지니고 왔던 고양이 두 마리가 먼저 떠나간 자리에는 군데 군데 마음의 꽃들이 피어있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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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2일 토요일

검은 고양이.


지난해 초겨울에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어린이 고양이는 이제 우리와 함께 마냥 좋아하며 잘 살고 있다. 찬 바람 불던 그날 밤 먹을 것이라도 챙겨주려 아내와 함께 얘가 숨어있던 곳에 찾아갔을 때에, 아직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아내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졌었다. 우리는 무엇을 상의할 겨를도 없이 이 놈을 안고 집에 돌아왔었다.

나는 그런 말을 입 밖에 잘 꺼내지 않았지만, 아내는 자주 이 꼬마 고양이가 지난 해에 떠나간 순이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점점 내가 자리에 누울 때 까지 곁에 와서 졸고 있다거나 악기를 연습하고 있으면 늘 나에게 몸을 붙이고 그르릉 거리거나 하고 있다. 내가 집에 돌아오면 길게 소리를 내며 뛰어 나와 인사를 한다. 꼭 순이가 하던 짓 그대로라고 생각한 적이, 나도 많다.

선천적인 기형인지 아니면 더 어릴 때에 다쳤던 것인지 얘는 한쪽 귀가 꺾인채 더 자라지 못하였다. 그 때문에 귓속에 진드기도 있었고 아직 곰팡이가 남아 있어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한쪽 뒷다리도 무슨 일이었는지 부러졌다가 저절로 붙은 흔적이 있다. 집안의 어른 고양이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꼬마 고양이가 귀찮을 때가 많아서 어쩌다가 상대를 해준다고 해도 오래 놀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이 고양이는 언제나 심심하다.


2017년 7월 30일 일요일

대구에 다녀왔다.


대구의 더위를 잘 알고 있어서 미리 걱정을 했다. 심각하게 반바지를 입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도 했었는데, 날씨가 무려 선선했다. 오락가락 가는 비가 종일 내렸다.
너무 많은 출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해주기로 했지만 무대 위의 사운드가 매우 안 좋았었다. 그것이 연주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었다면 붙잡고 설명을 해주고 싶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두류공원 안에 있는 2.28 기념탑을 찾아가 보았다. 걷기 시작할 때엔 하늘이 개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내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념탑은 공연장 근처였지만 공원 한 가운데를 빙 돌아서 가야했다. 몸이 땀과 비에 젖어버려서 대기실에 돌아와 셔츠를 갈아입고 연거푸 세수를 해야했다.
일행들은 어디에 갔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편의점을 찾아 다니다가 돌아왔다고 했다. 실제로 편의점에 들르기도 했었고, 그보다 굳이 무슨 기념탑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여 '쟤는 점점 이상해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거나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많이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몸을 흔들고 음악을 즐겨줬다. 무대 위의 상황은 전쟁터 같았는데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간극의 느낌이 인상 깊었다. 2.28과 지금의 대구를 보는 것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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