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2일 토요일

검은 고양이.


지난해 초겨울에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어린이 고양이는 이제 우리와 함께 마냥 좋아하며 잘 살고 있다. 찬 바람 불던 그날 밤 먹을 것이라도 챙겨주려 아내와 함께 얘가 숨어있던 곳에 찾아갔을 때에, 아직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아내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졌었다. 우리는 무엇을 상의할 겨를도 없이 이 놈을 안고 집에 돌아왔었다.

나는 그런 말을 입 밖에 잘 꺼내지 않았지만, 아내는 자주 이 꼬마 고양이가 지난 해에 떠나간 순이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점점 내가 자리에 누울 때 까지 곁에 와서 졸고 있다거나 악기를 연습하고 있으면 늘 나에게 몸을 붙이고 그르릉 거리거나 하고 있다. 내가 집에 돌아오면 길게 소리를 내며 뛰어 나와 인사를 한다. 꼭 순이가 하던 짓 그대로라고 생각한 적이, 나도 많다.

선천적인 기형인지 아니면 더 어릴 때에 다쳤던 것인지 얘는 한쪽 귀가 꺾인채 더 자라지 못하였다. 그 때문에 귓속에 진드기도 있었고 아직 곰팡이가 남아 있어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한쪽 뒷다리도 무슨 일이었는지 부러졌다가 저절로 붙은 흔적이 있다. 집안의 어른 고양이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꼬마 고양이가 귀찮을 때가 많아서 어쩌다가 상대를 해준다고 해도 오래 놀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이 고양이는 언제나 심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