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9일 화요일

송 형님과 수퍼피스타



송형님과 수퍼피스타, 그리고 담 너머의 행인.

시월 초의 일요일 오후 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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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8일 월요일

가을 자전거


예정된 일정이 취소되었다. 덕분에 시간이 생겨서 강을 건너 달려왔다. 뒷바람이 불어와 쾌적하게 달렸다.
바람이 밀어주는 날도 있고 가로막는 날도 있지만, 울거나 웃거나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행복은 어느날 제발로 찾아와주는 법은 드물다.
매일 지금을 행복해하기, 나이를 먹을 수록 그것을 배우며 살아가는 것, 일테면 나이값이란 그런 것일지도.
오후 다섯 시 반이 되니 벌써 해가 저물었고, 햇빛이 사라지자 곧 추위를 느꼈다. 얼음이 얼고 눈이 쌓이기 전에 도로를 달릴 시간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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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6일 토요일

연습 중


언제나 합주연습은 즐겁다. 시간 가는줄 모른다.
매일 편안한 연습실에서 합주나 하고 있다가는 도끼자루 썩겠다.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면 서로 노인이 되어있다거나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항상 즐겁기만 할 수는 없다. 이쪽의 일을 하는 분들은 모두들 지독하게 예민한 성격들이 많으므로, 뭔가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거나 부담이 많거나 하는 때에는 방 안에 무거운 공기가 흐른다.

그런 공기가 흐르건 말건 간에, 어쨌든 시간은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매정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조롱하듯 30년이 넘은 음악과 작년에 녹음한 노래들이 뒤섞여 울려지고 있을 때에는 자주 현실을 잊기도 한다. 아무리 뒤집어 보고 다시 매만지고 무엇을 덧붙이거나 덜어내어 보아도, 남는 것은 귀한 노랫말과 선율들. 가면 갈수록 쉼표와 음 한 개가 어렵고 두렵다.


내일은 시월의 첫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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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4일 목요일

10월 시작


이틀 전 월요일에는 오후 늦게 집을 나와서 42km.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쵸코바를 먹은 힘으로 한 번 아주 힘들게 달려보겠다고 열을 낸 덕분에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날 밤에는 다리가 조금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 달력을 보며 할 일들의 목록을 정리하다 보니... 이제 내일이면 쉬는 날 없이 음악 일로 달려가는 한 달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강화도, 부산, 진주, 그리고 매주 여주를 돌아다니고 나면 곧 11월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날씨 좋은 휴일을 집에서 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출발, 어제 약간 무리를 했던 탓에 늘 아픈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심했다. 종합운동장 앞에서 재근형을 만났다. 가볍게 팔당을 지나 국수역 쪽이나 다녀오면 어떻겠냐는 형에게 나는 내 멋대로 분당에 다녀오자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잠깐 길을 잘 못 들어서 양재천을 지나 포이동 끝까지 가버렸다.
자전거 도로가 끊어진 길 부터 털털 거리며 더 갔으면 과천이었다.

다시 종합운동장 앞 까지 돌아와 이번엔 제대로 성남 방향으로 달려서 분당에 도착했다. 들러보려던 자전거점은 휴업일이었다. 배가 고파서 지도를 뒤져 냉면집을 찾아 각자 한 그릇씩 후다닥 비웠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웠는데 이미 날이 저물어서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커피집을 찾아다니기 싫어졌다.
정자동의 중앙공원 의자에 앉아 자동판매기 커피를 한 잔. 생수 한 병을 사서 물통에 담아두고 서울로 달렸다.
탄천 상류에 도착하니 야구장에는 밝은 조명과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고, 자동차 극장의 스크린 위에는 조금 일그러진 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물 한 모금 마시는데 공기가 차게 느껴졌다. 에잉, 손이 시렵다니.

형과 서로 인사하고 헤어진 다음, 달을 바라보며 집으로 달렸다.
하루 동안 120km 정도.
몇 달 전이었다면 몹시 피곤해했을텐데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났더니 멀쩡해졌다. 아프던 무릎은 또 괜찮아졌다. 밤중에 동네에 찾아온 친구와 만나서 심지어 막걸리 몇 잔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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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보내 놓고는 방학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의 기분이 되어 음악을 틀어두고 누웠는데 꼬르륵 잠들어버렸다.

이제 탈것들은 닦아서 한쪽에 놓아두고 몇 주 동안은 음악에 전념해야할 시간이 왔다.

상반기 내내 속을 썩이던 손가락도 말끔히 나았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체중도 많이 줄었다. 연주와 공연들이 기다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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