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일 일요일

편안하고픈 고양이

우리집 연장자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이 귀찮게 하는 것이 싫다.
그냥 조용하고 따뜻한 곳이면 좋으니까 성가시게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런데 젊고 어린 냥이들은 도무지 공경할줄 모르고 놀자고 덤비고 장난을 거느라 괴롭힌다.
어제도 셋째 꼬맹이 넘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등이며 옆구리를 맞고 물렸다고 했다.

큰 언니 고양이를 괴롭힌 꼬맹이는 그만 큰 언니 발톱에 맞아 코에 상처를 입었다.
집에 들어오니 사람 아내가 또 기운이 쪽 빠진채로 앉아있었다.
고양이와 아내가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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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일 토요일

순이가 나았다.

아픈 곳이 다 나은 후 순이는 하루 종일 칭얼거리며 종알 종알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닭고기 캔을 원했던 것이었나보다.
수술 후 체중이 줄었는데도 사료를 조금만 먹고 있어서 걱정했었다. 그러다 닭고기 사료를 줬더니 한 그릇을 뚝딱했다고 들었다. 깨끗하게 폭식을 한 뒤 세수하고 쿨쿨 자고. 그 후로 칭얼 칭얼이 멎었다.

표정은 밝고 눈망울은 초롱 초롱.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내가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고양이 눈동자에 아이폰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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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레슨을 준비했다. 아내가 갈아서 준 삶은 콩을 한 컵 마시고 밴드 합주를 하러 나갔다. 오후 네 시 다 되어 겨우 한 끼 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긴 시간 운전을 했다. 저녁의 일은 밤 열 시에 끝이 났다. 배가 무척 고팠다.
현관문을 열고 막 집으로 들어왔다. 집안 공기가 상쾌하고 좋은 냄새도 났다. 설거지대 앞에서 그릇을 씻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는, 할말을 잊었다. 눈 아래에 짙게 그늘이 생겼고 하루 사이에 야위어진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술받은 고양이 순이는 하루 종일 종알거리며 쫓아다니고 수다를 떠는데 잠시도 조용하지 않고, 뭘 요구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큰 언니 고양이는 아내가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악을 쓰며 울어댔다. 그렇다고 품에 안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막내 고양이는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그만 깨끗하게 청소를 한 뒤 푸른색 세정액을 풀어놓은 변기 속에 빠져서 꽥꽥거리며 허우적대더라는 것. 뛰어가 고양이를 꺼내어주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셋째 고양이가 눈을 희번득 거리며 다른 사고를 쳤단다.

막내 고양이를 구출하여 난데없는 목욕을 시작하려는데, 야단맞을까봐 겁이 났었는지 물 세례에 놀랐었는지 꼬마 냥이는 발톱을 휘둘러서 그만 아내의 입술에 피가 흐르는 상처까지 내고 말았다.

아침 부터 시작한 청소는 그 덕분에 밤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설거지통을 보니 한숨만 나오고.
아내의 얼굴을 보니 이건 뭐 마치 잘못을 한 것 처럼 미안했다.
내가 집에 왔을때에는 고양이들이 조용히 각자 자리잡고 잠을 자고 있었다. 하루종일 난리를 떨며 놀았으니 그들은 아마도 잠을 푹 잘것이었다.
지쳐버린 아내는 엎드린채 잠들어버렸다. 나는 아내가 그 와중에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고 조용히 집안을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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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을 쬐며 커피 한 잔

합주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후, 밖은 바람이 불고 꽃들이 얻어맞는듯 흔들리고 있었다.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는 탁자 위에 커피 한 잔이 올려졌다.
흰 커피 잔과 스푼이 부록으로 따라온, 햇빛 가득한 오후의 몇 분이 하도 눈이 부셔서 나는 실눈을 뜨고 코를 벌름거리며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조금 전 우연히 흘러나왔을 One More Cup of Coffee는 왜 몇 십년을 들어도 나머지 가사는 외우지 못했느냐는 생각도 해보고,
힘든 노동을 해본 적 없는 내 못생긴 손가락은 옆자리 음악선배의 굵고 세월로 주름진 손에 비해 꽤나 형편없다는 생각도 해봤다.

왼손에 만지작거리던 아이폰,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알람 소리가 울렸다.
아직 따뜻한 커피를 털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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