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일 토요일

아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레슨을 준비했다. 아내가 갈아서 준 삶은 콩을 한 컵 마시고 밴드 합주를 하러 나갔다. 오후 네 시 다 되어 겨우 한 끼 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긴 시간 운전을 했다. 저녁의 일은 밤 열 시에 끝이 났다. 배가 무척 고팠다.
현관문을 열고 막 집으로 들어왔다. 집안 공기가 상쾌하고 좋은 냄새도 났다. 설거지대 앞에서 그릇을 씻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는, 할말을 잊었다. 눈 아래에 짙게 그늘이 생겼고 하루 사이에 야위어진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술받은 고양이 순이는 하루 종일 종알거리며 쫓아다니고 수다를 떠는데 잠시도 조용하지 않고, 뭘 요구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큰 언니 고양이는 아내가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악을 쓰며 울어댔다. 그렇다고 품에 안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막내 고양이는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그만 깨끗하게 청소를 한 뒤 푸른색 세정액을 풀어놓은 변기 속에 빠져서 꽥꽥거리며 허우적대더라는 것. 뛰어가 고양이를 꺼내어주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셋째 고양이가 눈을 희번득 거리며 다른 사고를 쳤단다.

막내 고양이를 구출하여 난데없는 목욕을 시작하려는데, 야단맞을까봐 겁이 났었는지 물 세례에 놀랐었는지 꼬마 냥이는 발톱을 휘둘러서 그만 아내의 입술에 피가 흐르는 상처까지 내고 말았다.

아침 부터 시작한 청소는 그 덕분에 밤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설거지통을 보니 한숨만 나오고.
아내의 얼굴을 보니 이건 뭐 마치 잘못을 한 것 처럼 미안했다.
내가 집에 왔을때에는 고양이들이 조용히 각자 자리잡고 잠을 자고 있었다. 하루종일 난리를 떨며 놀았으니 그들은 아마도 잠을 푹 잘것이었다.
지쳐버린 아내는 엎드린채 잠들어버렸다. 나는 아내가 그 와중에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고 조용히 집안을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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